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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19일 Facebook 이야기

pudalz 2013. 11. 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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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특정 종교와 신을 신봉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신을 부정하는 사람을 내심 경계하기조차 하는데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어떤 불가항력의 절대성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되고 절대적 존재 앞에 겸손하게 될 수밖에 없을 텐데 말이지요.  
     
    그러나 그 절대적 존재가 누구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데요. 만약 그 절대적 존재를 어느 특정한 신에 국한하여 고집하게 되면 다른 종교와 신에 대해 배타적이게 되고 이는 애초에 가지던 종교의 존재바탕이랄 수 있는 긍정과 인정과 존중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거지요.  
     
    솔직히 지금 사십대나 오십대 초반의 연령대에 있는 소위, ‘386세대’와 ‘486’세대 가운데 적어도 시대의 현실을 방관하지 않고 사회적 존재와 개인적 존재 사이에서 철학적 고민을 한 사람이라면 유물론에 솔깃해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으려고요.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니까요.  
     
    한때 신을 부정했던 오만,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오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말입니다.  
     
    진주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늦게 들어와 저녁밥을 이제야 먹습니다. 탄수화물을 좀 줄여야겠는데......, 오늘 첫눈이 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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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  
     
     
    오인태  
     
     
     
     
    모두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많았습니다  
    앞으로 갈 길 또한 먼데  
    고단한 여장 잠시 내려놓고  
    국밥 한 그릇 참이라도,  
    염치없이 욕심 좀 부린다면  
    담배 한 개비 짬쯤 더 내서  
    내리는 첫눈  
    느긋이 보며, 그렇게  
    좀 쉬었다 갑시다  
     
     
     
    -시집『혼자 먹는 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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