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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 등록금 해결법 - 경향신문

pudalz 2011. 6. 13. 13:13

 

[등록금 이것이 문제다]요즘 대학생 등록금 해결법

배명재·이상호·최인진·최슬기 기자

입력 : 2011-06-10 21:35:44수정 : 2011-06-10 21:45:25

 

 

 

ㆍ막노동·술집 알바로도 안돼 군 입대… 고통의 악순환

1. 밤샘 아르바이트


조선대 3학년 이모씨(23)는 지금은 휴학생이지만 재학 때 학점이 엉망이었다. 1학년 2학기 때 학사경고를 맞았고, 보통 때도 6과목 중 1~2과목은 F학점, 나머지도 C나 D학점에 불과하다. 그의 일상이 거의 노동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주중은 밤에, 금~일요일은 아예 온종일 돈버는 데 투자했다.

한 달 수입은 30만~40만원. 방학 때는 동이 틀 때까지 일해 50만원 정도가 들어왔다. 집에서 일하는 곳까지 다행히 30~40분 거리여서 걸어다녔다. 휴대폰 비용 4만원가량만 쓰고, 전부를 모았다. 그렇게 해도 겨우 230만~24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는 정도다. 나머지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등록금을 냈다.

 

이씨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었다”면서 “동기생 40명 중 남학생이 6명이었는데 모두 휴학했고, 여학생 10명도 휴학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 초부터 노동일을 시작했다. 건축현장이나 아스팔트를 까는 도로, 광주천 풀베기 현장 등 닥치는 대로 일하고 있다. 학교는 지난 3월부터 휴학했다. 여동생이 대학에 입학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역시 사립대를 다니는 동생의 등록금은 430만원. 집안 형편상 사립대 학생 2명을 뒤치다꺼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명재 기자>

2. 차례로 군대가기

경기 의정부에서 2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씨(25·여)는 21세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몇 차례 휴학했다. 아직도 한 학기가 남았다. 올해 졸업하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휴학기간에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자신의 등록금은 물론 남동생 학비도 보탰지만 남동생 역시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하고 군에 입대했다. 남동생은 제대 후 올해 복학했지만 학비 마련을 위해 PC방 심야근무 등 일거리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충북대 경영학과 4학년인 이기웅씨(24)는 두 번째 휴학 중이다. 등록금과 생계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힘들어 휴학을 선택한 것이다. 대학 입학 후 줄곧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7학기 동안 5학기 등록금은 대출로 충당했다. 그는 한 달째 장염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종합검진은 꿈도 못꾸고 있다.

정지훈씨(23·대전 서구 탄방동) 형제는 군입대 돌려막기로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분산시키려 애쓴다. 대전지역 한 사립학교에 다니는 정씨는 지난 2월 말 군에서 제대했지만 2학기 복학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1학년 마치고 입대했던 형이 복학했다. 그래서 내가 입대했다. 형이 졸업할 때까지는 도저히 복학할 수 없다.”

정씨는 “낮에는 편의점에서 밤에는 식당에서 일한다”며 “복학 준비 공부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등록금이 지금의 절반으로만 줄어든다면 복학을 할 수 있을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이상호 기자>

3. 학자금 대출받기

지난해 경기 성남시에 소재한 경원대를 졸업한 김모씨(28). 올해 어렵게 취직했지만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대학시절 등록금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대학 2학년 때부터 등록금을 대출받았던 김씨의 빚은 3000만원.

김씨는 어머니와 둘이 사는 모자가정이지만 자신이 성인이라 기초생활수급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등록금은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장래를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결혼할 자금도 문제지만 자신의 빚을 여자친구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또 번듯한 직장까지 구해도 등록금 빚은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어려운 사람들도 공부는 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울산지역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씨(25)는 취업 준비에 바빠 아르바이트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 탓에 커진 것은 빚더미. 지금까지 빌린 학자금은 1500만원에 달한다. 박씨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빚이 될 것 같다”며 “친구 중에는 벌써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인 영문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지만 빚 때문에 무조건 취업해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인진 기자>

4. 차라리 유학갈까

경북 경산지역 사립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씨(21)는 일식집·한의원·편의점 등에서 1년간 일을 해 입학금을 마련했다. 지금도 주중에는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외교 관련 부서 공무원이 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희망과 꿈을 밀쳐놓았다. 당장 대학을 졸업하는 것도 힘겹게 느껴진다. 그는 “학자금 대출 빚만 늘고, 힘겹게 졸업해도 취업 보장이 없다는 좌절감이 엄습할 때가 가장 힘들다”며 “비행기값만 있으면 아르바이트로도 충분히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호주 등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계명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김모씨(23)는 지난 3개월간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막노동판을 전전해 간신히 300만원을 모았다. 나머지 100여만원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등록금을 맞출 수 있었다. 그는 “등록금을 낼 때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내고 공부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밀려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모씨(25)는 7년째 대학을 다니지만 이제야 5학기째를 맞았다. 김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스스로 학비를 조달했다. 3학년 1학기 등록은 우여곡절 끝에 냈지만, 2학기 등록금이 걱정이다. 김씨는 “내 동생은 대학 1학년을 중퇴하고 그냥 중소기업에 취직했다”며 “졸업하면 당장 취업 걱정부터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학생이란 것 자체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최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