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뉴스/교육

사립대 감독 강화·정부 지원 확대… 정치논리는 배제를 - 경향신문

pudalz 2011. 6. 13. 13:08

[등록금 이것이 문제다]사립대 감독 강화·정부 지원 확대… 정치논리는 배제를

송현숙·정유진 기자

입력 : 2011-06-12 21:47:21수정 : 2011-06-12 22:21:04

 

 

ㆍ전직 장·차관 진단

대학 등록금 문제가 이제 교육 문제를 넘어 전 사회·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등록금 문제를 앞서 고민했던 전직 교육당국 수장들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12일 전직 교육과학기술부(문교부·교육인적자원부) 장·차관 10명에게 재임 당시 등록금 문제 해결이 어려웠던 이유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장·차관들은 등록금 폭등의 책임이 사립대와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기도 했다.

■ 적립금만 없애도 등록금 큰 폭 인하 가능

한완상 전 장관은 “상당수 사립대는 설립자의 부패와 전횡 때문에 학교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등록금이 장학금이나 교수 연구비에 쓰이는 게 아니라 설립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장관 퇴임 후 한성대 총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적립금을 쌓지 않으면 웬만한 대학은 등록금 수준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식 전 장관은 “1990년 이전에는 대학 적립금이 없었고, 그 해 받은 등록금은 그 해에 다 쓰게 했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으면서 슬그머니 등록금 가져가게 됐다”면서 “재단이 돈을 좀 내놔야 한다. 능력이 없으면 능력 있는 재단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임 당시에도 한국 대학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대다수가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 예상됐지만, 당장 문제가 안됐기 때문에 별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조완규 전 장관은 “89년 사회 전반적인 자율화 조치의 하나로 등록금이 자율화됐다”며 “등록금을 서로 싸게, 비싸게 받으면서 경쟁하라는 취지였는데 결국 모두가 다 등록금 올리기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윤덕홍 전 장관은 “장관 시절 임시이사도 파견하며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생각했는데, 사립대 설립자들끼리 암묵적 연대체제가 구축돼 있어 교육부, 정치권 등에 압력을 행사하는 통에 쉽지 않았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특히 교육 관료 출신들은 정부 부처 내 이견으로 고등교육 재정 확보에 실패한 경험을 술회했다. 서범석 전 차관은 “등록금 문제 해결은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라며 “재직 당시 고등교육 재정을 1조원 늘리기 위해 경제부처와 여러 차례 회의하는 등 노력했지만 예산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려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형식 전 차관도 “경제부처 쪽과 교육당국의 입장이 계속 부딪치면서 원만한 협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고, 이해당사자인 각 대학들이 당국의 획일적 접근에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말했다.

김신복 전 차관은 “기획재정부가 먼저 교육예산을 정해주면 그 범위 내에서 교과부가 배분하는 ‘예산 톱다운제’로 바뀌면서 초·중등 교육예산을 먼저 제한 후 남는 돈으로 평생교육, 고등교육을 쪼개다 보니 결국 고등교육이 더 밀리게 됐다”고 말했다.

 


■ 실질적 등록금 수준 엄격한 실사가 우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직 장·차관들은 사립대에 대한 감독 강화와 정부의 교육예산 확충 등을 들었다.

윤덕홍 전 장관은 “정부가 돈이 없어서 대학 설립을 못하던 시절 사학이 일정 부분 고등교육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이제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장사하는 대학들을 조사해 영리목적으로 대학을 운영한 것이 드러나면 정부가 가차없이 정리해 옥석을 구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정부가 부실대학을 정리할 때 설립자의 몫을 얼마나 인정해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완규 전 장관은 “철저한 논의를 거쳐 사립대가 투명하게 회계검증을 거치고, 학부모와 학생에게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리고, 교육당국도 감독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범석 전 차관은 “학령인구가 조만간 급감하면서 부실대학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부실대학 정리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장·차관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정치권 주도로 등록금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다.

박영식 전 장관은 “현재의 논의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값 등록금 문제가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되든 안되든 표를 얻기 위해서 온갖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나라가 어느 정도 고등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다. 차제에 교육개혁위원회식의 위원회를 만들어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완규 전 장관은 “등록금이 싸다, 비싸다를 얘기하기 전에 우선 실질적인 등록금 수준을 계산해야 한다”며 “얼마가 있어야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될 것인지 엄격하게 실사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 후 국민이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국가부담의 한계는 얼마일지 등을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숙희 전 장관은 “대학이 대학 구실을 해야 한다”면서 “등록금 문제는 대학 전체 문제로 풀어야지 돈 문제로만 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형섭 전 장관은 “재임 당시 고등교육재정 문제 타개책으로 내놓은 기여입학제 제안으로 곤욕을 치렀다”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나 기여입학제 문제나 정치논리를 적용시키지 말고 교육 전체와 교육의 질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현 전 장관은 “등록금은 대학의 서열화 문제, 기업의 채용관행, 사학의 재정 투명성과 운영, 학부모·학생의 의식, 사회 전반적인 인식, 기부문화 등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