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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릴레이 기고](2) 재원, 세금만 제대로 걷어라 - 경향신문

pudalz 2011. 6. 13. 13:18

[반값 등록금 릴레이 기고](2) 재원, 세금만 제대로 걷어라

선대인 |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입력 : 2011-06-12 21:46:00수정 : 2011-06-12 21:46:00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막대한 돈이 든다는 점을 주요 반대논거로 삼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돈 걱정 때문에 반값 등록금을 못한다는 주장은 기우다.

우선, ‘미친 집값’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미친 등록금’을 제정신 수준으로 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다만 등록금 장사를 하고 있는 사립대들에 예산 지원을 늘려 등록금을 내리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대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이들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면서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국·공립대가 가격 안정화 장치로 사립대의 등록금 장사를 견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의 등록금을 없애고 양질의 교수들을 뽑아 순환근무하게 한다고 해보자. 당장은 몰라도 5~10년 정도 지나면 수도권 사립대에 연간 1000만원 이상 내고 다니는 대신 지방 국·공립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사립대들이 학벌서열 구조에 안주해 등록금 장사로 번 적립금으로 부동산 투기에나 골몰하는 일은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사립대의 운영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사립대의 등록금 인하 노력 및 장학금 지원액에 비례해 장학금 및 연구비 명목의 재정 지원을 늘릴 경우 사립대의 실질 등록금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교 졸업자에게 다양한 진로기회를 제공해 학력 인플레 현상을 억제하고 부실, 부패 사학들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재정 지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는 데 얼마나 들까. 국·공립대 재학생 모두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줄 경우 1년에 약 1조5600억원(국·공립대 연간 등록금 약 600만원 × 국·공립대 재학생 수 약 26만명) 정도가 든다. 일부에서는 고교 의무교육이 더 시급하지 않으냐고 반론을 편다. 그게 문제라면 고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면 된다. 그 경우 약 3조8000억원(공립고 연간 등록금 190만원 × 전체 고교생 수 약 200만명)이 추가로 든다. 고교와 국·공립대까지 등록금을 무상으로 실시해도 매년 5조360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2011년 정부의 교육부문 예산은 41조3000억원으로 올해 예상되는 GDP 총액 1200조원 대비 3.4% 정도다. 10조원을 더 추가해도 GDP 대비 약 4.4%에 머문다. OECD 국가들 평균 4.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6%를 넘어서는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에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면 매년 5조~10조원가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시대착오적인 조세 및 재정지출 구조를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원씩, 약 100조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언급해 보자.

우선,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0.1% 수준에 불과한 부동산 실효 보유세율을 0.5% 수준으로 올리는 등 자산경제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최소 20조~30조원가량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매년 공공부문 전체에서 약 100조원 규모의 토건 하드웨어형 사업이 벌어지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낭비성 사업들이다. 각 지방의 유령공항과 당초 예상 통행량에 크게 못 미치는 도로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예산 가운데 30% 정도는 줄일 수 있고 줄여야 한다. 특히 2010년 기준 14조7000억원 규모의 교통시설특별회계를 비롯해 특별회계 예산 가운데 약 25조원이 넓은 의미의 토건 하드웨어형 사업에 들어간다. 이 가운데 5조~10조원을 교육 투자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한 조세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약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 혜택을 일괄 축소해 재정수입으로 전환할 경우 10조원 정도의 교육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사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현 정부가 시대착오적으로 추진한 ‘부자감세’를 철회하기만 해도 매년 약 10조~20조원을 더 거둘 수 있다.

이미 현 정부는 국·공립대 등록금 14년치인 22조원을 4대강 바닥에 허무하게 처박고 있다. 한술 더 떠 국토해양부는 2019년까지 국가 기간도로망 구축 사업에 410조원이나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건개발 사업에는 마구잡이로 지르는 정부와 정치권이 교육 투자 확대에는 왜 경기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이 나라의 미래인 우리 젊은이들의 두뇌에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