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투기자본 동향/IT&정보통신

<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20> 서울반도체 이민호-일요시사

pudalz 2011. 5. 17. 04:17

<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20> 서울반도체 이민호
얼핏보면 중소기업…알고보면 재벌기업

두 자녀 이정훈 사장에 이어 2대 주주 확보
장남 자금부서서 경영수업…차남은 곧 합류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머지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는 셈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재계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스무 번째 주인공은 서울반도체 이민호씨다.


서울반도체.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소 생소한 기업이다. 아직 ‘벤처’ ‘중소기업’명찰을 달고 있는 탓이다. 연매출 4500억원에 순이익은 280억원 정도.(2009년 기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출자총액제한 및 채무보증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

본사도 서울 중심이 아니다. 외곽인 금천구 가산동 디지털산업단지에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주식부호 순위 상위

그러나 오너와 그 일가로 화제를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정훈 사장과 그의 자녀들이다. 아직 사명에 ‘그룹’자만 붙지 않았을 뿐 소위 ‘잘나가는’재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간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

주식 가치 순위가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5000억원대, 두 자녀는 각각 2000억원대의 지분으로 주식부호 리스트 상위에 올라있다. 이들 일가의 주식가치는 총 1조원이 넘는다. 서울반도체는 현재 시총 2조3000억원대로 부동의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배구조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면 작은 주식회사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재벌가 지배구조를 띠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작업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벤처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며 “서울반도체의 경우도 전형적인 중소기업·벤처 대물림 과정을 밟고 있지만, 이는 곧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수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의 대물림은 이미 절반 정도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내부적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회사의 지분구조는 서울반도체가 9개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형태다. 서울반도체는 ▲서울옵토디바이스(42.26%) ▲POSCO LED(20%) 등의 국내법인과 ▲광명반도체유한공사(중국·100%) ▲Seoul Semiconductor Gmbh(유럽·100%) ▲Seoul Semiconductor Inc(미국·100%) ▲Seoul Semiconductor Japan(일본·100%) 등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결국 서울반도체를 장악하면 ‘게임(?)’이 끝나는 구조다.

이 사장은 2남을 두고 있다. 민호-민규 형제다. 이 사장은 서울반도체의 최대주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18.74%를 소유하고 있다. 개인 2대 주주는 두 형제다. 올해 31세인 장남 민호씨는 지분 8.71%를 보유 중이다. 25세인 차남 민규씨도 민호씨와 같은 8.7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둘은 모두 2002년 서울반도체가 코스닥에 상장될 당시 이 사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민호씨는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 재무회계 부서에 대리로 입사, 현재 자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자금 업무부터 시작하라”는 이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민규씨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장에겐 고민 한 가지가 있다. 주력 계열사인 서울옵토디바이스의 부진이다. 서울옵토디바이스는 2002년 설립된 LED칩 전문업체로, 서울반도체가 42.26%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민호·민규씨가 각각 13.69%씩 쥐고 있다.

문제는 승계 발판용으로 보이는 서울옵토디바이스의 실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4년 29억원을 올린 데 이어 2005년 45억원, 2006년 99억원, 2007년 187억원, 2008년 180억원, 2009년 46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설립 첫해 7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시작으로 2003년 20억원, 2004년 20억원, 2005년 53억원, 2006년 62억원, 2007년 94억원, 2008년 180억원의 적자를 냈다.

주력사 적자 고민

서울반도체는 2005년 55억원, 2006년 49억원 등을 출자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적자가 쌓이면서 자본잠식 위기에 몰리자 2008년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민호·민규씨가 각각 15억원씩을 추가로 출자했지만 이 또한 공염불에 그쳤다. 서울옵토디바이스는 2009년 69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 사장으로선 서울옵토디바이스가 ‘애물단지’일 수밖에 없다. 서울반도체에게도 ‘천덕꾸러기’취급을 받을 만하다. 업계에선 서울옵토디바이스가 기를 펴야 민호-민규 형제가 제대로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옵토디바이스의 부활을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의 서막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서울반도체는?
이정훈 사장은 재계에서 드물게 자수성가로 부를 축적한 인사다. 고려대 물리학과와 미국 오클라호마대 MBA 과정을 마치고 1977년 제일정밀공업에 입사한 뒤 삼신전기 부사장 등을 거쳐 1992년부터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이오드 및 트랜지스터, 유사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인 서울반도체는 1987년 설립됐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영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고 과감한 기술 개발 투자를 진행했다. 이 결과 발광다이오드(LED) 전문 기업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2002년엔 코스닥에 상장했다. 1991년 10억원이던 매출액은 2009년 4500억원을 돌파했다. 18년 만에 450배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