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근거 없이 ‘행정지도’ 동원해 ‘종편 특혜’
한겨레 | 입력 2010.10.12 09:30
[한겨레] 방통위, '황금채널' 배정 공식화
'법 개정전엔 힘들다' 방송계 예측 와르르
유선방송사업자 등 "위헌 소송" 강한 반발
방송통신위원회의 '법 무시한 종편 황금채널 부여'는 지난해 정부·여당의 언론법 개정안 강행처리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온 '설마설마했던 의혹'이었다. '법을 바꾸기 전엔 힘들다'던 방송계의 일반적인 예측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1일 '행정지도'란 강제수단까지 꺼내며 뒤집어엎었다.
방송사 매출과 직결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채널 배정은 방송계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다. '새 종편의 채널번호가 일반 유료방송처럼 20번대 이후로 결정되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자본력과 제작 역량에서 열세인 신규 종편으로선 지상파 인접 채널에 배치돼 인지도를 높이는 데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종편 희망 신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사 신문 보도를 통해 황금채널 배정을 압박해 왔다. 방통위의 신규 홈쇼핑채널 허용을 두고 '채널연번제(같은 성격의 채널끼리 묶어 배치)를 통한 종편 황금채널 배정 포석(홈쇼핑 채널을 묶어 뒤로 보내고 해당 자리에 종편 배치)'이란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황금채널 배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종편 특혜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표적 종편 특혜로 꼽히는 의무재전송과 중간광고 허용 및 헐거운 편성의무 등은 이미 방송법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종편 특혜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법의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방통위가 법적 근거도 없는 '종편 황금채널 배정'을 위해 행정지도까지 동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특혜일 수밖에 없다. 방송계는 그간 '행정지도를 통한 에스오 압박'을 최악의 특혜 시나리오로 꼽아 왔다.
케이블업계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불공정거래 실태 조사' 때 확보한 '엠에스오들 약점'을 종편 채널 배정을 위한 '겁박용'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까지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21세기에 행정지도라니 말도 안 된다"며 "지상파처럼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있는 공영방송과 달리 케이블채널은 시장질서 안에서 자생적으로 커가야 시장이 건전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종편 성공'을 이유로 '강제적 채널 배정'을 밀어붙일 경우 에스오와 홈쇼핑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방통위발 황금채널 배정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에스오들은 '헌법소원 제기'를 언급하며 격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한 엠에스오의 대표는 "종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권이 낮은 채널 배정을 강제하는 것은 숱한 황무지를 개척하느라 애썼던 나머지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을 활성화한다면서 종편 사업자를 돕기 위해 다른 사업자를 끌어내린다는 게 시장원리에 맞나. 위헌 소송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도 "종편 채널 배정은 명백한 사업자 권리 침해"라며 "방통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일개 피피일 뿐인 종편을 위해 에스오에 채널 편성을 강요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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