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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한다ㆍ4대종단 릴레이 기고](4) 최서연 교무

pudalz 2010. 5. 11. 11:14

[강은 흘러야 한다ㆍ4대종단 릴레이 기고](4)

 최서연|교무·원불교서울외국인센터 소장
 

생명의 길, 죽음의 길

 

우리가 먼저 복을 주어야 복을 받을 수 있다” 소태산 부처님 

 
 ‘4대강 정비’ 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 염려했던 대로 정비가 아닌 파괴이고, 살리기가 아닌 죽이기임이 공사가 계속 될수록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실상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니, 아는 사람들의 책임은 커지고 몸이 날로 더 고되어 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난 4월24일에는 침묵을 지키는 듯 보였던 원불교도 다른 종교와 함께 이 사업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4대 종단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뜻에서 여주 강변에서 ‘미래 세대와 함께하는 원불교 생명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을 벗어나며 아름다운 봄 경치에 젖어 흐뭇해하던 마음은 여주에 도착하면서 미어지고 요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강 아래에서 물과 함께 온갖 생명을 보듬고 있던 강바닥의 흙이 강제로 파헤쳐 올려져서 예전이라면 곧 여름 모내기를 앞두었을 논에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대학살이 일어난 것같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흙더미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참 너무 한다!’라고. 물고기 100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곳, 세계 희귀종인 단양 쑥부쟁이의 서식지가 파괴된 곳의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심각한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할 때는 많은 준비를 해 신중하게 시작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무시하니까 물고기들이 결국 떼죽음을 당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오염 물질투성이의 환경을 접하면 인간도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 물고기에게 그런 재앙을 주었다는 것이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기도회장 건너편에서는 포클레인과 트럭의 굉음이 쉬지 않고 있었습니다. 신륵사가 자리하고 있는 여강, 그 아래에는 아직 한가한 강변 모래와 맑은 물의 모습이 있지만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모습임을 알기에 한숨과 함께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강을 지켜낼 힘이 도대체 누구에게 있단 말입니까. 얼마나 더 파괴되고 죽어야 이 폭행을 멈추려고 하는 겁니까?’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 강물에 그냥 빠져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성인들이 ‘사생일신(四生一身·모든 생명은 한 몸)’이라고 하시며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펼치셨는데, 인간을 위한다며 숱한 생명들이 의지하고 있는 강 생태계를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파괴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것입니다. 이 파괴의 이득이 일부 인간들에게만 돌아간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면 이를 그냥두지 않을 텐데 그렇지 못함이 안타까웠습니다.

원불교를 여신 소태산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몸을 지탱하며 살도록 해주는 천지(天地)와 함께 (우리가)서로 자리이타(自利利他)로 관계하며, 존재하는 동포(同胞·모든 생명체)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지중한 은혜를 주고 있음을 아시고, 이를 함부로 하지 말 것이며, 천지와 동포로부터 도(道)를 배우고 실천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런 은혜를 모르고 배은행(背恩行)을 계속 한다면, 결국 천벌을 받아 고해에서 살게 되고, 모든 동포가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며 원수가 되어 싸움·갈등·반목, 결국 전쟁의 세계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영원한 상도(常道)이니 우리는 복을 주어야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저 강에 우리가 생명과 평화를 준다면 생명과 평화를 받을 것이요, 죽음과 파괴를 준다면 우리의 미래는 죽음과 파괴일 뿐이란 것을 바로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세상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까?

소태산 부처님께서 밝혀주신 천지와 동포의 은혜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며 그동안 저지른 모든 배은행을 고백하고 참회합니다. 파괴의 기계소리에 신음소리마저 묻혀가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생명과 평화를 전하는 모든 종교의 근본 가르침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새겨져 모든 강을 살려내기를 간청합니다. 우리 인간 모두가 생명의 길이 진리의 길임을 명심해 이 산하를 위해 저 공사를 한시라도 빨리 멈추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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