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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정치가 생활바꾼다] - 풀뿌리 후보단일화 확산 - 한겨레

pudalz 2010. 5. 7. 11:43

[♣동네정치가 생활바꾼다] 

한겨레

“건강한 동네일꾼 키우자” 풀뿌리 후보단일화 확산

보수정당 다수의 힘에 막혀 동네 위한 정책 번번이 좌절
진보성향 일꾼들 ‘정책연대’ 공통공약 걸고 “뭉쳐야 변화”

 

 

지난 4년 동안 서울 강북구에서 구의원으로 활동한 최선(37·진보신당)씨는 몹시 힘들었던 2007년의 ‘종량제 봉투 싸움’ 이야기를 꺼냈다. “2007년 초 구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20% 올리는 안을 냈어요. 그런데 인상분으로 용역업체의 배만 불리게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반대했죠.”

최 의원은 주변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구청과 맞붙어 결국 승리했다. 청소 용역업체 선정 비리가 불거지면서 구청 쪽에서 인상안을 철회한 것이다. 그는 “몇 시간이면 될 일에 1년이 걸렸다”며 “포기할 수는 없었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2008년 2월에는 의정비 67% 인상에 홀로 반대하며 인상분을 반납하다가 “의원 품위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구의회의 징계를 받을 뻔하기도 했다.

4년 동안 악전고투했던 최 의원은 “2명만 더 설득하면 대표발의를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더라”며 “도와줄 의원이 몇 사람만 더 있었어도, 주민들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의회 안팎에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들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른 실험에 나서고 있다. 기초의회를 통해 ‘동네정치’를 바꾸겠다는 풀뿌리 운동이, ‘모여서 함께 바꾸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구호에서 쉽게 확인된다. 김태선 노원유권자연대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진보적인 후보들이 풀뿌리 정치를 바꾸겠다고 지역 의회에 진출했지만 수적 열세 속에 좌절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같은 목표를 가진 후보 여럿이 지역 구의회에 들어가 눈에 띄는 변화를 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의 노원·관악·광진·마포·도봉구 등에서는 지역단체들이 추천한 ‘풀뿌리 좋은 후보’(무소속)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의 후보들이 지역 유권자연대를 꾸려 구의회 동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방식은 서로 선거구가 겹치지 않게 출마한 뒤 구의회에서 하나로 모이는 이른바 ‘동네후보 단일화’다.

구의원 21명을 뽑는 노원구에서는 ‘노원유권자연대’라는 이름 아래 무소속 풀뿌리 후보(1명), 국민참여당(2명), 민주노동당(1명), 진보신당(1명) 등 5명이 지역구를 조정했다. 이웃 도봉구에서도 무소속 풀뿌리 후보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후보가 서로의 지역구를 피해 출마하기로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5일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고양무지개연대’와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5개 야당이 12개 선거구에서 24명의 연합 시의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동네후보 단일화 말고도 이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약 마련에도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무소속 풀뿌리 후보들의 전국적 연대 조직인 ‘풀뿌리 좋은정치 네트워크’는 지난 3일 △작은 도서관 설치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 △민간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주민참여예산 도입 등의 공동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풀뿌리 후보로 노원구 구의원에 출마한 서진아(46)씨는 친환경 급식에 대한 구의 방침을 바꾸려고 나선 경우다. 노원구는 친환경 쌀을 사는 데 필요한 예산(3억원)이 없다는 이유로 친환경 급식에 난색을 보여 왔다. 하지만 서씨는 “3억원이 없다는 노원구가 지난해 동물 학대 논란을 부른 새끼 호랑이 전시 비용으로 1억6500만원을 썼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청장의 치적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동네정치가 가능하려면, 결국 같은 뜻을 가진 사람 여럿이 힘을 모으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준 길윤형 기자 gamja@hani.co.kr

 


 

‘연봉 4천만원’ 구의원, 조례안 발의는 0.8건
2006년 중랑구·2007년 금천구 발의 0건
정당공천·중선거구제로 당에 줄대기 급급
‘공천헌금’ 회수위해 재개발 등 비리 양산도
한겨레 황춘화 기자
» 서울 25개 구의회 기초의원 조례 발의 건수

 

[동네정치가 생활 바꾼다]서울 25개 기초의회 실태

오는 6월이면 임기를 마치는 서울 25개 구의회의 활동이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5일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서울 25개 구의회의 ‘2006~2009년 조례 제정과 개폐 현황’ 자료를 보면, 25개 구의회에 소속된 417명의 기초의원이 4년 동안 발의한 조례는 1339건으로, 한 사람당 평균 3.21건으로 집계됐다. 의원 한 사람이 1년에 발의한 조례 건수는 평균 0.8건인 셈이다. 반면, 이들이 2008년 받은 수당과 의정활동비는 평균 5048만원,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3996만원이다.

구별로 보면, 광진구의 의원 한 사람당 1년간 발의 건수가 2.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중구(2.28건), 동작구(1.93건) 등의 차례였다. 성북구는 0.28건으로 최하위였다. 또 2006년 중랑구와 2007년 금천구 의원들은 단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 참조)

이처럼 기초의원 활동이 부진했던 이유로는 선거 방식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은 “2006년부터 도입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로 인해 구의원들과 주민 사이에 괴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 선거구에서 한 사람을 뽑는 소선거구제 때는 기초의원들이 좋든 싫든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한 표를 호소해야 했다. 그러나 한 선거구에서 2~3명의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되면서 제도권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기만 하면 당선을 기대할 수 있게 지방 정치의 구도가 바뀌었다.

실제로 2006년 지방선거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정당별 기초의원 당선자 현황을 보면, 한나라당 62.6%, 민주당 36.9%로 뚜렷한 양당 체제를 드러냈다. 당선자의 성별은 80.8%가 남성이었고,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56.1%, 20대는 한 명도 없었다. 김태선 노원유권자연대 집행위원장은 “기초의원들은 의정활동으로 주민에게 평가받기보다 중앙당 ‘줄대기’에 바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순창 건국대 교수(행정학)도 “국회의원들이 기초와 광역의원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기초의원들은 정치인과 끈 만들기에 급급해 지역 현안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는 지역 비리 고착화로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초의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들인 돈을 회수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의 인허가에 개입해 비리를 낳는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동작구의회 강아무개(60) 의원은 상도동의 재개발주택조합으로부터 지구단위계획서가 무사히 구청 심의를 통과할 수 있게 도와주는 대가로 1억2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지난해 5월엔 도시계획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은평구 등의 구의원 6명이 형사처리됐다.

 

지난해 말에는 용산구의회가 지방자치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만든 급여체계에 따라 1인당 2340만원의 의정비를 더 받다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구청에 자신의 아들을 ‘특별채용’해 달라고 압력을 넣다 물의를 일으킨 의원도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 비리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시 구의원 16명이 뇌물 등 비리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입건됐고, 이 가운데 8명이 의원직을 잃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부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과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기초의회에 대한 감시와 윤리 규정 강화 등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정치권 ‘구의회 폐지’는 자기책임 회피”
전문가 “최대원인은 공천 잘못…제도보완해 유지를”
한겨레 길윤형 기자 기자블로그

 

[동네정치가 생활 바꾼다]

 

해법은 뭔가

 

난마처럼 꼬인 지방정치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은 ‘폐지’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여·야 합의로 2014년부터 서울 등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의회를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방정치의 문제는 지방정치인들이고, 이들의 문제가 많으니 기초의회를 없애면 된다는 논리가 반영된 해법이다. 그러나 풀뿌리 활동가들은 “문제는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의 종속 변수로 활용해 온 기성 정치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005년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를 도입할 때부터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이호 소장은 “지방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자격 없는 사람들이 당선되는 것이지만 결국 그 책임은 그런 사람들을 공천한 정치권이 져야 한다”며 “이제 와서 지방의회를 없애겠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것이면서,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겠다는 적반하장격 태도”라고 말했다. 김태선 노원유권자연대 집행위원장도 “지방의원들을 총선에서 자신을 위해 전투에 나설 소총 부대쯤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지방정치의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략에 따라 지방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8월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무산된 것을 계기로 주민들이 지자체장을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법의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했다. 선출직 지자체장에게 주민들이 꺼내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견제장치를 아예 없애려 한 것이다. 이 개정 시도는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풀뿌리 운동가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길윤형 기자

 

 


 

첨부파일 ‘연봉 4천만원’ 구의원, 조례안 발의는 0.8.pdf

 

첨부파일 “건강한 동네일꾼 키우자” 풀뿌리 후보단.pdf

 

첨부파일 “정치권 ‘구의회 폐지’는 자기책임 회피.pdf

 

서울시의회도 3년8개월간 조례안 발의 1인 2.26건뿐
한겨레 길윤형 기자 기자블로그
»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는? 아이쿱(iCOOP)생협, 한살림, 여성민우회생협 등으로 이뤄진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시민들에게 친환경 사과를 나눠주며 초·중·고 무상급식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동네정치가 생활 바꾼다]

 

광역의회는

 

제 노릇을 못하기는 광역의회인 서울시의회도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3월 발표한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별 조례안 발의 및 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2006년 7월부터 2010년 2월까지 7대 서울시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은 모두 253건으로, 1인당 평균 2.26건을 발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년8개월의 의정 활동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조례도 대표발의하지 않은 의원은 24명이었으며, 한 건 발의에 그친 의원도 35명이나 됐다. 이 기간 동안 발의된 전체 조례 696건 가운데 의원 발의안의 비율은 38.9%였다.

그나마 이는 지난 6대(2002년 7월~2006년 6월) 서울시의회보다 개선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의회에 접수된 조례안 433건 가운데 의원들이 제 손으로 발의한 안건은 전체의 5.3%인 23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회는 전국 부동산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조례를 다룬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현행 규정상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세대의 17%로 정해져 있다. 2003년 서울시의회가 20%에서 17%로 낮췄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만들면서 이 비율을 그대로 따랐다.

 


» 풀뿌리 자치 네트워크인 ‘노원유권자연대’가 지지하는 시민후보들이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노원구 구의원 선거 공동 유세를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환 국민참여당 예비후보, 김옥규 진보신당 예비후보, 정성욱 국민참여당 예비후보, 서진아 무소속 예비후보. 맨 오른쪽은 김태선 노원유권자연대 집행위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시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을 봐도 자연경관지구 안에 관광숙박시설의 설치를 허용하는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이하 모두 개정안)과 같은 개발 관련 조례도 있지만,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 일부를 시에서 지원해주는 ‘영구임대주택 특별지원 조례’나 성인도 영어체험 마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영어마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와 같은 생활밀착형 조례들이 많다.

6대 서울시의원을 지낸 심재옥 진보신당 여성위원장은 “아이들 좋은밥 먹이기, 학용품 없는 학교 만들기 등 지방의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은 널려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들만의 지방의회 주민들의 품 안으로
한겨레 김민경 기자 기자블로그 황춘화 기자 신소영 기자 기자블로그

 

[동네정치가 생활 바꾼다] 서울 구·시의회 ‘주민후보’ 3인의 도전

» 김승호 광진주민연대 사무처장이 지난 4월초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홍보하고 있다. 광진주민연대 제공
‘동네정치’가 제도화한 지 올해로 16년. 우리 동네에서 불편하거나 꼭 필요한 시설·제도가 눈에 띄지만, 가려운 곳을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 선거 때마다 “우리 동네를 위해 발로 뛰겠다”고 약속하며 당선된 동네 정치인들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주민들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재건축 조합장, 지역 건설업자, 관변단체 관계자 등이 주류인 동네정치의 벽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 맞서 “직접 동네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나선 이들을 소개한다.

 

“발로 뛴다던 정치인들, 되레 주민에 발목”

광진주민연대 김승호 사무처장

김승호(34) 사무처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의 공약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검증하는 일을 시작으로 동네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광진구의회 방청을 시작했지만, 정작 의원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살펴볼 틈이 없었다. 의원들이 출석을 잘 하지 않고, 나오더라도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짧았기 때문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지역에 필요한 공약을 만들어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후보들은 그러겠노라 약속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 사이 구의원들은 관광성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의정비를 턱없이 높였다. 이를 주민에게 알리고, 항의하고, 주민감사 청구 서명까지 받았지만 한계를 느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일들이 다 벌어진 다음에 수습하는 것뿐이었어요.”

 

김 사무처장은 결국 이런 문제를 사전에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지역단체에서 일해보니 주민들에게 필요한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욕심도 생겼다. “노인요양 서비스, 출산·산후조리 서비스, 장애인 활동 보조 등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데 동네정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결국 그는 출사표를 던졌고, 지금은 광진구의 한 선거구에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및 시민·사회 단체의 연합후보가 됐다.



» 문치웅 성미산주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이 지난 1일 성미산에서 마을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성미산주민대책위 제공
“막개발 막고 지역공동체 사업 펼치겠다”

문치웅 성미산 주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이른바 ‘성미산 마을’은 지역공동체로서는 꽤 유명세를 탄 곳이다. 2002년부터 성미산에 배수지를 짓겠다는 서울시에 맞서면서 지역공동체가 더 공고해졌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으로 맺어진 주민들은 이후 공동육아, 대안학교, 유기농 반찬가게 등을 함께하며 도심형 공동체 마을로 발전했다. 살기 좋은 마을을 꾸리기 위해 ‘먹고 사는 생활’에 대한 활동은 활발해졌지만, 서로 쉽게 의견 일치를 볼 수 없었던 동네정치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가 되지 못했다.

계기는 2008년에 생겼다. 홍익재단이 또 성미산에 초·중·고등학교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구의회와 시의회 의원들을 만나 주민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의 대리인들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내지 못했다. 고민들이 깊어지는 즈음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경험하게 됐고, 주민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하게 됐다. 자연스레 정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왔다. 마을에서 해오던 생활밀착형 사업들을 마포구에서 펼쳐보자는 것이었다.

“이미 내린 결론을 고집하고, 대화가 아닌 문서로만 이야기하려는 구의원들은 주민과의 관계에서 매우 폐쇄적이었죠. 그래서 우리의 후보를 내보내 우리 이야기를 하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8년을 마포구 주민으로 살아온 문치웅(39) 집행위원장은 어느 당에도 소속하지 않은 동네후보가 됐다. 주민들의 뜻에 동의한 시민단체와 야3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도 그를 단일후보로 지지하기로 했다.



»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인 이은정씨(안경 낀 이)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란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왕십리 넘어 서울 세입자들 위해 싸울 것”

이은정 왕십리 세입자 대책위원장

이은정(42)씨는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로 13년 넘게 살았던 성동구 왕십리를 하루아침에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던 그는 2008년 4월부터 주민들과 ‘왕십리 1구역 세입자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후 법에 보장된 임대주택 신청권, 주거 이전비, 이사비용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른 주거 대책 마련을 성동구청에 요구했다. 법에 정해진 보상·합의 절차를 어긴 조합에게 인·허가를 내준 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고, 경찰에 연행되며 항의집회도 했다. 결국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당연한 권리마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똑똑히 봤다.

대책위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임시거주시설 조항(제36조)을 찾아내고, 이 조항의 시행을 강제하는 조례제정 운동을 지난해 9월 시작했다. 임시주거시설 설치 조례안이 성동구 최초로 주민발의됐지만, 정작 구의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다행히 서울시가 지난 1월 순환형 임대주택 보장을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세입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청으로, 구의회로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둘 다 끄떡하지 않는 걸 보며 이들이 정말 구민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세입자 대책위원장으로 2년여 동안의 싸움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이씨는 이제 ‘내 집’을 넘어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도전을 시작했다. “뉴타운·재개발 문제는 서울시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구의원보다 시의원이 되는 게 더 많은 걸 바꿔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세입자 대표로 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3번 후보가 됐다.

김민경 황춘화 기자 salmat@hani.co.kr

 


[동네정치가 생활 바꾼다]

한겨레 

[기고] 유권자들, 기초의원부터 잘 뽑으라 / 하승수

 

 

 

» 하승수 풀뿌리자치연 ‘이음’ 운영위원·변호사
우리 동네 기초의원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얼마나 될까?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도 10여년 전까지는 우리 동네 기초의원이 누구인지 잘 몰랐다. 당시 시민운동한답시고 재벌이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고 동네는 휴일에 가끔 어슬렁거리는 곳 정도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동네정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제대로 된 기초의원 1명만 있어도 그 동네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그리고 동네 풀뿌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 삶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만큼이나 중요하다. 아이들이 가는 어린이집, 동네에 있는 복지관, 청소년 시설, 지역아동센터(공부방), 도서관 등은 모두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운영을 책임진다. 기초 지방자치가 잘못되면 곧바로 주민과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사회적 약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대로 기초 지방자치가 잘 되면 주민들의 삶이 나아진다. 그래서 기초의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이뿐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의 뿌리가 동네정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성희롱으로 소속 정당에서 쫓겨난 국회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저력이 어디에서 나올까? 그 해답은 동네정치에 뿌리깊이 자리잡은 기득권 구조에 있다. 동네에는 그 국회의원에게 줄 서 있는 기초의원들이 있고, 이들의 지지기반인 관변단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중앙정치에서 아무리 욕을 먹어도 그 정치인의 정치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한편 내가 동네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동네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동네정치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지역에서 건설업 등 각종 사업을 하는 사람, 지방자치단체에서 돈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관변단체 관계자들, 선거 때면 기득권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책임자를 맡는 사람들은 동네정치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초의원들을 보면, 이런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기초의회를 채우다보니, 한심한 모습들이 연출된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의원들은 드물고, 자기들이 받는 의정비를 부당하게 인상하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낭비성 해외연수로 물의를 빚는 의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4대강 사업’이 문제라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동네에서도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각종 공사에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만약 이 돈을 제대로 쓴다면 주민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기초의회가 이렇게 된 데에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있다. 유권자들이 동네정치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동네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 동네 기초의원부터 잘 뽑자. 기초의원을 잘 뽑으면, 내 삶이 좋아질 수 있다. 보육·교육·복지의 질이 좋아지고, 아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한 동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며칠 전 여·야 국회의원들이 특별시·광역시에 있는 구의회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나는 구의회를 폐지하기보다 구의회를 제대로 고쳐서 쓰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바로 나와 내 이웃들의 무관심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제발 정당 기호만 보고 찍지 말고, 우리 동네 기초의원 후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고 제대로 뽑자.

하승수 풀뿌리자치연 ‘이음’ 운영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