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흘러야 한다ㆍ4대종단 릴레이 기고] (2)
수경 스님
가장 나쁜 살생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무서워한다.
내 생명에 이를 견주어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법구경)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무서워한다.내 생명에 이를 견주어 남을때리거나 죽이지 말라.(법구경) 부처님이 베푸신 팔만사천 가르침의 실천은 ‘불살생’, 이 한마디에서 출발하고 이 한마디로 귀결됩니다. 재가 불자의 5계, 비구 250계의 으뜸이 불살생입니다. 불자로서 행동 규범의 원천이자 둑입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다른 규범이 호지(護持)되고, 이것이 무너지면 다른 모든 것들도 무너집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에 의지해 삽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대기를 호흡하면서 목숨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를 살생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생명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재미삼아서, 무지와 탐욕으로 다른 목숨을 빼앗을 때 그것을 우리는 살생이라고 합니다. |
![]() 불교가 아니라 자연의 순리와 보편적 정의에 비추어도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탐욕과 무자비(無慈悲)의 극한치입니다. 우리 역사와 문화, 삶의 토대인 국토와 자연을 자본의 노예로 만드는 일입니다. 임기중 업적과 경기 부양에 눈이 멀어 국토와 국가 미래의 숨통을 잡고 흔드는 한바탕 인질극입니다. 이 우격다짐과 막무가내를 보는 심정은 마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부 극우 일본인을 보는 것만큼이나 착잡합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봅니다. ‘민주화’만이 최고의 목표이던 시절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만으로도 사람이 가야 할 길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의 실현 후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내용과 질을 결정하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일에 태만했습니다. 그 대신 더 쓰고, 더 버리기를 유혹하고 강제하는 자본의 힘에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의 ‘등극’이고 4대강 개발이라는 황금 삽날의 패륜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정치가 실종됐습니다. 모든 길은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으로 통합니다. 우리는 절대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역사적 교훈을 곧잘 잊어버립니다. 히틀러가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은 성공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은 하지 말자고, 자연과 더불어 모든 생명이 평화로이 공생하는 길을 가자고 호소할 뿐입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생명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한 방편일 것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라고 할 기초자치단체의 상당수는 제 잇속이나 챙기는 토호들의 작은 왕국이나 다름없습니다. 2010년 6월2일, 나는 이 날을 우리 모두가 생명 평화의 강에 샘물 한 바가지씩을 붓는 날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입력 : 2010-05-04 18:12:50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환경뉴스 >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은 흘러야 한다ㆍ4대종단 릴레이 기고](3) 서상진 신부 (0) | 2010.05.11 |
---|---|
[♣동네정치가 생활바꾼다] - 풀뿌리 후보단일화 확산 - 한겨레 (0) | 2010.05.07 |
[강은 흘러야 한다ㆍ4대종단 릴레이 기고](1) 최병성 목사-경향 (0) | 2010.05.04 |
버블제트는 서해에서 지금도 터지고 있다 - 조홍섭 (0) | 2010.04.29 |
북 '금강산 관광 보장' 제의, 우리 정부가 거부 - 미디어오늘 (0) | 2010.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