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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한다ㆍ4대종단 릴레이 기고](1) 최병성 목사-경향

pudalz 2010. 5. 4. 15:18

[강은 흘러야 한다ㆍ4대종단 릴레이 기고](1)

  최병성 | 목사·<강은 살아있다> 저자
 
                 4대강 사업은 ‘권력의 테러’

 

 

강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라.

                                                                                               -에스겔서 47장 9절

 

 교회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생명파괴의 죄악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시니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성경 창세기 1장은 인간이 창조되기 이전에 모든 것이 창조되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시며 좋았다고 말씀하신 하나님은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께 영광이며, 스스로 존재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합니다. 자연의 가치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만드시고 자리자리마다 그곳에 어울리는 생명들을 세워놓으셨습니다. 산에는 산에 어울리는 생명을, 하늘엔 하늘에 어울리는 생명을, 강물 속엔 굽이굽이마다 그곳에 어울리는 생명들을 자리하게 하셨습니다. 강은 인간이 배를 띄우기 위함이 아니요, 그 안에 깃들인 물고기들의 터전임을 성경이 말하는 것입니다.

강을 빚으신 하나님 창조의 신비는 반짝이는 여울에서 더욱 빛납니다. 흐르던 물길이 여울에 부딪히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 표면적이 넓어지며 공기 중의 산소를 품게 되어 물이 맑아지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여울을 일컬어 하나님이 만드신 천연 정수기라고 하는 것이지요. 돌상어, 꾸구리, 쉬리 등 하나님이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선물로 주신 희귀 물고기들이 여울에 터전을 잡고 있고, 여울은 물고기들의 산란장입니다. 시편 104편 31절에는 “여호와의 영광이 영원히 계속할지며, 여호와는 자기 행사로 인하여 즐거워할지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자신의 맑음으로 생명을 끊임없이 잉태케 하는 여울은 여호와의 영광이 이 땅에 영원히 지속되게 하는 거룩한 성소요, 여울 물소리는 생명의 노랫소리입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모든 여울을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잘못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여울을 파괴하여 수로로 만드는 건 물고기만이 아니라 한국을 찾아오는 철새들을 내쫓는 생명파괴의 재앙입니다. 철새는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 잠수성오리와 얕은 곳에서 머리만 물속에 넣어 바닥의 수초뿌리와 갯지렁이 등을 먹고 사는 수면성오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의 94%는 수면성오리입니다.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 그리고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 등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수심이 깊어지면 더 이상 이 땅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해마다 2000마리 이상의 큰고니가 찾아오던 철새들의 낙원인 강릉 경포호에는 몇 해 전 준설 이후 단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한강 팔당대교 아래 여울에는 많은 고니들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여의도 앞의 한강엔 팔당대교에서 10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고니가 단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준설하고 보를 세운 강엔 고니가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은 물고기들과 철새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잘못된 사업입니다. 이뿐 아니라 변종 운하인 4대강 수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고 96개 저수지를 증고하는 4대강 사업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정든 고향에서 쫓겨나야 하며, 강변 정화의 이름으로 2만5000여명의 농민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국토와 국민, 힘 없는 생명에 대한 국가권력의 테러입니다.

성경은 에스겔서 47장 9절에 “강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라며 보를 세워 강의 물길을 막는 4대강 사업이 잘못이라고 명확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강의 유기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야 바다의 물고기들이 건강해지고 강도 맑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를 쌓아 물의 흐름을 차단하면 유기물이 바다로 흘러들지 못해 바다는 영양실조에 걸리고, 강은 썩게 됩니다. 강의 물길을 막음으로써 바다의 물고기 어획량이 80% 이상씩 감소되고 있다고 이미 세계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강은 흘러야 합니다. 강의 물길을 막는 4대강 사업은 강과 바다를 죽이는 반생명적 행위입니다.

 

 입력 : 2010-05-03 18: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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