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맨 - 어느 지국장의 죽음
2005년 동아일보 지국장의 돌연한 자살로 조명해보는 거대 언론 조중동의 이면은 끔찍할 정도로 추악했다. 지국장의 자살은 이 영화의 사실상 키워드로, 인터뷰나 객관적 사실을 기술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사건을 보는 관점을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건희 삼성회장 다음으로 값비싼 개인 저택을 가지고 있는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 하지만 그의 부를 뒷바침하는 일선의 지국장들은 본사의 무리한 확장 오더로 경품 및 보조금 등으로 들어가는 홍보비 때문에 빚더미에 깔린 현대판 노예가 되어 있었다.
내가 중학교 시절 한 반에 있었던 친구의 아버지가 지국장이었다. 그때만도 우리 군내에 딱 한 대 있는 지프를 몰고 다니던 그의 아버지는 당연 군내에서 막강한 입김을 행사하는 유지로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과거의 허상을 여지없이 깨면서 이 영화는 작금의 지국장들이 처한 허장성세의 이면을 고스란히 고발하고 있다.
어느 유력 중앙지 지국장은 왜 자기 아들 병원비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해 미처 펴보지도 못한 꽃으로 시들게 했는가. 확장은 고사하고 부수가 나날이 줄어간다며 지국 해지를 압박하는 본사에게 떳떳하게 저항하지도 못하고 반평생 닦아 놓은 터전을 고스란히 내줘야한 했는가. 그로 인해 세상의 어떤 가치보다 더 소중한 자기 목숨까지도 스스로 끊어야만 했던가.
겉으로 드러난 조중동은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막강 영향력을 가지고 정부, 의회, 사법부를 오히려 능가하는 제 4의 권부로 화려하게 존재해왔지만, 그 이면은 악랄한 노예계약으로 자신의 기반인 지국을 압박하고 저임금의 신문배달원을 파리목숨처럼 여기는 가증스런 모습을 감추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비정규직은 언론이 가장 많을 듯하다. 소위 그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성장한 조중동은 이 시대의 거대한 우골탑이다. 그들은 자기 회사의 가족들 피만 빨아먹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여론 조성으로 국민들의 정신까지도 팔아먹는 현대판 흡혈귀로 규정한다.
"작금에 있어 대다수 국민들이 조중동의 철폐를 주장하는 마당에 왜 조중동 지국장들의 입장을 조명한 이런 영화를 만드냐"고 일부 항의도 있었지만, 나는 이 영화가 시사하는 또 다른 맥이 있음을 보고 있다.
보장 없는 지국장과 배달원의 입장을 빌미로 고도의 착취를 일삼는 조중동이나, 일부 준재벌이 된 귀족노조와 결탁해서 비정규직을 남발하는 기업들이나, 그리고 주둥아리로만 사과를 씨부리면서 민영화를 가장한 선진화로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려는 작금의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조중동과 기업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가 함께 어우러진 일란성 쌍생아들의 추악한 몰골을 발견한다. 또 한 그들의 모습이 동시에 우리들의 자화상이기에 부끄러우면서도 씁쓸하다.
생존은 가장 존엄한 가치다. 지국장들이 어느 신문을 팔았든지 간에 그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은 무죄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지식과 여론의 첨단을 걷는 그들이 사회적 약자들인 건설 노동자들조차도 자기주장을 펼치는 현실에서 어찌 자신들의 기반을 갖지 못했는지. 오히려 본사에 떳떳하게 자기주장을 펼치려는 자신의 동료들을 자신의 자그마한 이기 때문에 고발까지 해야만하는지. 안타까움을 넘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허탈과 인간적 모멸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는 알량한 지식 나부랭이가 아니라 진정으로 동료를 사랑하고 배려할 줄 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우선이라는 점을 이 영화는 암묵적으로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조중동의 노예계약에 묶여 있는 지국장들에게 진심어린 경고를 드리고 싶다. 내가 어렸을 적에 보았던 친구 아버지의 시절 화려한 지국장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도 막강한 조중동 파워를 담고 있는 지국장 명함쪼가리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현재의 구조적 비리에 탈피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나아가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동료를 본사에 고자질이나 하고 있다면, 그래서 어쩔 수없이 자리만 지킬 따름이라 변명만 하고있다면, 그대들은 영원히 노예로 살 수밖에 없을 뿐더러 감히 막말을 하자면 그리 살아도 싸다.
아무리 생존이 소중한 가치라 하더라도 계속 본사의 비리를 묵과한다면 그대들 또한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국민은 연민과 안타까움 그리고 약간은 분노 섞인 감정으로 그대들을 대하는 것이다. 정의의 반대는 불의가 아니라 의리라는 말이 있다.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불의에 질끈 눈을 감는 것이 자신이나 동료를 위한 의리라면 바로 그것이 정의의 반대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아직도 어둔 새벽 2시에 상큼한 아침 바람과 함께 보람찬 하루를 자부심으로 여는 언론의 첨단을 걷는 지국장들과 배달원에게 한껏 격려를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절실했던 자신의 처지를 자살로서 고발한 동아일보 어느 지국장의 죽음에도 뒤늦게나마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글: 쉬리 변재구
곡: 불꺼진 창 / 휘파람 버젼
화: 울산미디어연대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3&articleId=45241
이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돼어야 할 신문산업이 왜 이토록 비리의 온상이 되었는지
잘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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