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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23일 Facebook 이야기

pudalz 2013. 10. 2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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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며 느낀 점. 
     
    흔히 연기를 잘 하려면 
    쌍기역(ㄲ)으로 시작되는 한 글자 
    다섯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끼, 꼴(외모), 깡(깡다구), 끈(연줄),  
    그리고 꿈. 
    ========================== 
     
    내가 느낀 연기를 잘하는 녀석은 이렇다. 
     
    진실한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자신에게, 동료들에게, 모두에게  
    진짜로 대하는 진실한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집중력있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아무리 오랜시간 연습해도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배려심있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자기만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닌 
    주변을 바라볼 줄 아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겸손한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이 세상 모든 것을 스승이라 생각하고 
    배울 자세가 되어있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고민하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나의 인생에 대해, 주변에 대해, 
    이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땀 흘리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무뎌도, 느려도, 돌아가도 
    매일 매일 땀을 한 바가지씩 쏟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궁금한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몰라도 아는 척 하는 녀석이 아닌,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배려하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무대에서도, 무대 밖에서도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욕심이 있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무대에서 내가 잘 보이려는 욕심이 아닌 
    작품을 잘 만드려는 욕심이 있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잘 보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다른 배우를 잘 보고, 관객을 잘 보고, 
    자기 자신을 잘 보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잘 듣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상대배우의 소리를 잘 듣고, 
    자신의 소리른 잘 듣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잘 소통하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연습과정에서는 배우들과, 연출과, 스텝들과 
    평상시에는 모든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다른 생각을 하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하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아픔이 있었던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누구나 다 어떠한 아픔이 있겠지만 
    그 아픔을 잘 견뎌낸, 잘 견뎌내고 있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쓴소리 잘하는 녀석이 연기를 잘 하더라. 
    주변 배우들이 안좋은 모습을 보이면 
    쓴소리를 하되 기분 안 상하게 잘하는 녀석이 
    결국 연기를 잘 하더라. 
    ======================= 
     
    이 모든 걸 갖춘 녀석들은 드물다. 
    사실 지금까지 몇 명 정도 밖어 못봤다. 
    이런 녀석들은 꼭 큰 배우가 될 것 같은 확신이 들고, 
    꼭 통합진보당에 가입시키고 싶다. 
    아니, 언젠가 꼭 스스로 가입할 것 같다. 
     
    모든 맑은 물은 바다로 흐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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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초는 단오 무렵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였다가 중양절(음력 9월 9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구절초라 한다지요?  
     
    구절초에 얽힌 전설도 있던데요. 이야기인즉슨, 옛날에 아이를 낳지 못한 한 아낙이 아이를 가지려고 장명산(?) 중턱에 있는 약수터로 올라가 그 물로 밥을 지어먹고 구절초 달인 물을 마시며 치성을 드린 끝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군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인들이 그 소문을 듣고 매년 구월구일에 장명산 약수터를 찾아 구절초를 달여 먹고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좀 상투적인 스토리지요? 하긴 인간의 생로병사만큼 상투적인 게 있으려고요. 그러나 상투적인 일상이라도 누구나 같을 순 없지요. 설령 똑 같이 겪는 일이라도 자신에게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되기도 하는 것일 텐데요.  
     
    하루 종일 술이 깨지 않아 빌빌거렸네요. 해장용 문어숙회에 만둣국이니까요, 독한 소주 말고요. 냉장고에 넣어둔 막걸리나 있으면 한잔 하시지요? 술독은 막걸리로 풀고 구구절절한 삶의 애환은 이야기로 푸는 것이니, 아직 가슴에서 내놓지 못한 사연이 있거들랑 구구절절은 아니더라도 한 구절이나마 풀어놔보시지요. 구절초 구절구절 피는 이런 날만큼은, 누구한테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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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초  
     
     
    오인태  
     
     
     
     
    사연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겠냐만  
    하필 마음 여린 이 시절에 어쩌자고  
    구구절절 피어서 사람의 발목을 붙드느냐  
    여름내 얼마나 속끓이며  
    이불자락을 흥건히 적셨길래  
    마른 자국마다 눈물꽃이 피어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치대느냐  
    꽃이나 사람이나 사는 일은  
    이렇듯 다 구구절절 소금 같은 일인 걸  
    아, 구절초 흩뿌려져 쓰라린 날  
     
    독한 술 한 잔 가슴에 붓고 싶은 날  
     
     
     
    -시집『등뒤의 사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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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도진 가을들녘의 구절초는 깨끗다못해 눈부셔라~~^^
    바람이라도 불때면 한들한들~~ 고귀하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샘의 밥상엔 정이 새록새록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