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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들, 조·중·동 들러리로 전락할 것인가? - 오마이뉴스

pudalz 2013. 2. 23. 03:58

지역신문들, 조·중·동 들러리로 전락할 것인가?
[지역언론 별곡 297] 지역신문, 종합편성채널 참여 배경과 논란

09.09.21 14:18 l 최종 업데이트 09.09.21 17:09 l 박주현(parkjh)

 

 

 

재경 언론사와 컨소시엄...종합편성채널 참여키로"

"지역언론은 조·중·동의 종편 진출 부추김에 속지 말라"

소문이 아니었다. 미디어법 통과 후 지역신문시장에 끊임없이 나돌던 '조·중·동-지역신문 컨소시엄'은 '설'이 아니었음을, 일부이긴 하지만 몇몇 지역신문들이 인정했다. 지금도 '그들과 공동으로 발전방안을 모색할 때'라는 주장과 '어불성설'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국 9개 일간신문사들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회장 김종렬 부산일보 사장)가 불씨를 지폈다. 지난 17일 대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제26차 정기총회에서 합의한 내용에서다. 이들은 방송 진출을 위한 종합편성채널 사업 공동 참여에 합의하고 정부 시행령이 나오는 대로 구체적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면파업 통해 서울 과점신문들 집중 성토할 땐 언제고...

 

 

▲ 지방신문협, 종합편성채널 공동참여? <매일신문>의 한국지방신문협회 정기총회 관련 기사.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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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지역신문사 사장단은 이날 총회에서 ABC(부수 발행 공개) 부수 검증 참여,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개정안, <연합뉴스> 전재료 인하와 관련한 3개 안건도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의 가장 큰 화두는 종합편성채널 참여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참석한 신문사 사장들이 재경 언론사, 즉 조·중·동을 비롯한 과점 신문들의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른 지역신문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혼란스럽기는 독자들도 마찬가지.

종합편성채널 공동 참여에 합의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재경사'와 컨소시엄 형태를 적극 검토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디어법 국회 통과 등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 발맞춰 공동 대응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총회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재경 언론사와의 컨소시엄 형태를 적극 검토키로 했고, 장기적으로는 독립 채널 확보에도 노력키로 했다"고 합의했다.

'재경사'가 어느 신문사를 의미하는지 언론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줄곧 눈독을 들여 왔던 신문들이다. 신방겸영 및 재벌의 방송 뉴스 진출을 뼈대로 한 미디어법이 그들에게 안겨준 큰 선물이나 다름없다. 각 지역신문들이 전례 없는 지면파업을 시도한 것도 부자언론, 과점신문들에게 집중될 시장에서의 특혜, 집중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이번 합의 배경에 대해 "종합편성채널 사업 진출은 미디어법 국회 통과 이후 방송 진출을 위한 신문사들의 행보가 가시화된 데 따른 것"이라며 "인천에서 열린 지난 총회에서 지방신문협회 차원의 공동 진출 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각 회원사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통일했다"고 이날 총회 결과를 지면에 밝혔다.

'재경사'와의 컨소시엄 형태를 적극 검토키로 한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신문사들이 훨씬 많다. 참가하지 않은 다수의 지역신문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 기득권을 유지해 왔던 소수 몇몇 신문들이 지역신문시장에서 자신들만이 살아남으려는 비겁하고 옹졸한 처사"라며 그들만의 오만한 행보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 왔던 신문사들이 많다.

"방송진출 위한 조·중·동 행보 전방위적으로 진행"

▲ 지역신문 종편 동참 안될 말... <경남도민일보>의 '미디어 비평' 관련 기사.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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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가 일찌감치 분위기를 감지한 듯 총대를 멨다. 지난 3일 ''조선·동아' 방송 진출, 지역신문에도 제안'이란 기사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대기업에 이어 지역일간지에도 종합편성채널(종편) '컨소시엄 참여'를 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에도 컨소시엄 참여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방송진출을 위한 조·중·동의 행보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21일 '미디어 비평' 코너에 쐐기를 박는 기사를 실었다. '지역신문 종합편성채널 동참 안 될 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지역언론은 조중동의 종편 진출 부추김에 속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조·중·동과 지역신문을 비판한 내용을 다뤘다.

기사는 "지역신문시장 황폐화 주범인 조·중·동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굴욕이자 이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사는 "경남지역에서는 <경남신문>이 <조선일보>에, <경남일보>가 <동아일보>에, <경남도민일보>가 <중앙일보>에 각각 컨소시엄 참여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지방신문협회에 소속된 경남지역 신문사는 <경남신문>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18일 전국언론노조는 '지역언론은 조중동의 종편 진출 부추김에 속지 말라'는 성명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조·중·동을 향해 쓴 소리를 던졌다.

"언론악법 통과를 기정사실화 한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선언한 뒤 지역의 주요 지역일간지에 컨소시엄을 제안하는 등 경거망동 하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회장 김종렬 부산일보 사장)도 지난 17일 대구에서 제26차 정기총회를 열어 조중동이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성명은 또한 "신방겸영 및 재벌의 방송 뉴스 진출을 뼈대로 한 언론악법은 한나라당이 불법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면서 '원천무효' 논란 속에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법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지역신문을 들쑤시며 사업 참여를 부추기는 것은 헌재를 무시한 망동이자 객기"라고 조·중·동에게 경고했다.

지역신문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조·중·동이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참여해 활로를 찾으려는 것은 결국 제 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될 우려가 크다"며 "그동안 신문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경품과 무가지를 마구 뿌려대며 지역신문 시장을 황폐화시킨 장본인인 조·중·동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또 다른 굴욕이며, 조·중·동의 불법적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언론노조는 지적했다.

독자 행보로 따가운 눈총 받고 있는 한국지방신문협회는?

가뜩이나 미디어법 통과 후 지역 언론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다. 예상은 했지만 수상한 기류를 가공해 내고 있는 주범은 방송진출에 혈안이 된 과점 보수신문들이다. 그런데 그들과 방송진출의 뜻을 함께 하고자 하는 몇몇 지역신문들이 조연을 자처하고 나서 지역 신문시장의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독자적 행보로 다른 지역신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한국지방신문협회는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등 9개사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 지역에서 1개사씩만 포함된 소수 신문사 단체다.

회원사 면면을 들여다 보면 한 지역에서 창간역사가 대부분 가장 오래된 신문사들이다. 군사독재정권시절에도 '1도(道) 1신문사'로 남아 호기를 누렸던 신문들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 각 지역에 많은 일간지들이 분포해 있다.

분명 과거와는 다르다. 1개 중소도시에 10개가 넘은 지역 일간지가 난립한 곳도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통계자료에 의하면 서울을 제외한 전국 일간지 수는 무려 71개에 달한다. '1도 1사' 체제를 유지했던 과거 20여 년 전에 비하면 무려 8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지역에서 단 한 건의 광고와 판매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나마 서울에서 발행되는 조·중·동 등 과점 보수신문들의 무차별 불공정 판촉공세로 갈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신문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에 대해 한사코 반대해 왔다. 가장 큰 이유로 '지역여론을 대변하는 지역 언론의 고사'를 들어왔다. 이는 곧 지역 여론의 대변자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신문고시 존치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삼으며 공동 대응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지역신문 판매시장을 교란하며 석권해 온 <조선><중앙><동아>가 늘 부담스런 존재였던 것이다. 지역 일간지들이 최근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보여 준 공동대응 기획기사에서도 읽힌다. "미디어법 논쟁이 메이저 신문사와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미디어법 통과가 지역언론에 미칠 영향력은 간과되고 있다"며 조·중·동을 가장 경계했었다.

"결국 지역신문은 시간이 지나면 조·중·동에 흡수?"

미디어법안 중 신문고시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지난 7월 <부산일보>는 ''조중동' 지역언론 장악 길 열렸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디어법이 기본적으로 신문·방송 겸영 등 매체융합을 통해 기존 미디어기업의 '덩치'를 키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인 만큼 상대적으로 자본 경쟁력이 낮은 지역 언론은 인수·합병 위협 등 보다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며 가장 우려했다.

다른 회원사들도 "신문사나 방송사가 다른 일간신문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렸고, 지역시장 확대를 노리는 조·중·동 같은 거대 신문사가 규모가 작은 지역 신문들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걱정 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회원사들은 정부와 여당에서 신문고시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정부와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쓴 소리와 함께 걱정과 우려를 동시에 쏟아냈다. 이들은 '지면파업', '공동대응'을 앞세워 신문고시를 사수하는 데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왔다.

그러더니 미디어법 통과 후 <조선><중앙><동아> 등이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에 대해 독자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지역민들은 또 어떤 시각으로 지역신문을 바라볼 것인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각 사별 대응이 아닌 공동대응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는 그동안 조·중·동이 지역언론과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한 참여 설득작업이 가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방증해 준 대목이다. 따라서 이들 과점 보수신문들이 사업자 선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지역신문을 주주로 영입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더욱 치열하게 하도록 문을 열어 준 셈이 됐다. 한 지역신문사 노조 관계자의 자괴 섞인 말이 점점 실감 난다.

"지역신문과 중소기업을 통해 이미 국민의 80%가 거부감을 보이는 '조·중·동 방송'이란 비판 여론을 희석시키고 '전국 방송'이라는 얼굴로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유리한 채널배정을 방통위에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결국 지역신문은 시간이 지나면 조·중·동에 흡수될 수 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18일 밝힌 성명 전문>

 

지역언론은 조중동의 종편 진출 부추김에 속지 말라!

- 헌재 판결 앞두고 지역언론 말살에 앞장서 온 조중동의 들러리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

언론악법 통과를 기정사실화 한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선언한 뒤 지역의 주요 지역일간지에 컨소시엄을 제안하는 등 경거망동 하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회장 김종렬 부산일보 사장)도 지난 17일 대구에서 제26차 정기총회를 열어 조중동이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우선, 조중동에 경고한다. 신방겸영 및 재벌의 방송 뉴스 진출을 뼈대로 한 언론악법은 한나라당이 불법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면서 '원천무효' 논란 속에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법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지역신문을 들쑤시며 사업 참여를 부추기는 것은 헌재를 무시한 망동이자 객기이다.

지역신문에는 진심으로 충고한다. 조중동이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참여해 활로를 찾으려는 것은 결국 제 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될 우려가 크다. 날로 심화되는 경영난 타개 방법을 찾아야 할 지역신문의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유의미한 지분율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역신문의 실정상 결국 조중동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신문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경품과 무가지를 마구 뿌려대며 지역신문 시장을 황폐화시킨 장본인인 조중동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또 다른 굴욕이며, 조중동의 불법적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다.

조중동이 유의미한 출자가 불가능한 지역신문에 컨소시엄에 참여하라며 손을 내미는 이유는 자명하다. '조중동 방송'에 쏟아지는 부정적인 여론과 우려를 희석하기 위해 구색을 맞추면서, 지역언론을 들러리로 이용하겠다는 속셈일 뿐이다. 지역신문의 조중동 종편 컨소시엄 참여 검토는 활로가 아닌, '죽음의 미끼'를 무는 필패의 선택이다.

조중동은 지역신문을 들러리 세워 방송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즉각 멈춰라. 한국지방신문협회도 명분과 실리가 모두 없는 조중동의 종합편성채널 사업 참여 검토를 중단하길 바란다.(끝)

2009년 9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