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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들에 '적극적으로 투표한 이유' 물어보니 - 한국일보

pudalz 2012. 12. 22. 18:59

 

50대들에 '적극적으로 투표한 이유' 물어보니

■ 50대들이 말하는 이유
기댈 것이라고는 집 한채뿐… 종부세라도 내라면 막막
"중장년층 비이성적" 몰아 상처… 친구들과 투표 메시지 독려
진보당 거침없는 태도에 충격… 젊은층 비아냥거림에 결심
한국일보|김혜영기자|입력2012.12.22 02:37|수정2012.12.22 10:39

 

50대의 투표 열기가 18대 대선을 메웠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50대 투표율은 89.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더구나 이들의 62.5%가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50대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연 무엇이 50대 표심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일까. 1953~1962년에 태어난 50대들에게 투표에 참여한 이유를 들어봤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 외벽에 21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감사 인사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불안한 개혁보다 안정 속 변화"

서울에 사는 비정규직 근로자 김모(58)씨는 "부모님 봉양, 자식 부양에 허덕이다 보니 60세가 코앞인데 고작 국민연금을 빼고는 노후대비가 거의 안된 게 우리 세대"라고 운을 뗐다. 김씨는 "자식도 이제 겨우 회사에 들어가 월급을 받기 시작했는데 기업환경, 복지제도, 세금체계가 자꾸 변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해 잠이 안 올 지경"이라며 "개혁을 더 강하게 주장하는 쪽의 당선은 막아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모(57)씨도 '안정 속 변화'를 위해 투표장으로 나갔다. 박씨는 "1~2년 뒤 은퇴하면 곧 고정수입도 사라지고 내가 앞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한 채 뿐"이라며 "집값이 떨어지거나 참여정부 시절처럼 종합부동산세 기준에 들어가면 이 집을 팔 수밖에 없어 은퇴 이후 생활이 막막하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이호철(57)씨는 "안보든 경제든 지나친 변화보다는 안정 속에서 점진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침체"

충남에서 반도체 부품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안 그래도 대기업 투자위축으로 수개월째 일감이 없어 허덕이는데, 이번에는 꼭 경기부양, 중산층 복원을 말하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며 "우리야 자식세대처럼 '새 정치' 구호를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자영업자 김기선(58)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IMF때 실업을 겪고, 자영업에 나선 이들 대부분이 현재 50대이고, 또 우리야 말로 경제를 피부로 느끼는 세대 아니겠느냐"며 "경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좀 살려보겠다'고 말하는 후보를 찍자고 투표장으로 그렇게 많이 달려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강모(56)씨와 이모씨(54)는 각기 다른 후보를 선택했지만 투표에 나선 이유는 마찬가지로 '어려운 경제'였다. 강씨는 "최근 주변에 장사도 어렵고,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사람이 많아 밑바닥부터 뒤집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15년 만에 투표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씨는 "우리도 베이비부머 세대로 희생했지만, 우리 자식들도 소위 88만원 세대로 취업 후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세대 아니냐"며 "서민경제를 잘 살릴 것 같은 후보를 찍기 위해 딸과 투표장에 갔다"고 말했다.

"2030 참여 열기에 긴장"

2030세대의 투표열기와 이를 겨냥한 대선 캠프의 캠페인이 5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의견도 있다. 자영업자 김기선(58)씨는 "뉴스 등을 보면 20~40대는 절반 이상이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니 50대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더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전직 보험설계사 이모(53)씨는 "정작 유신체제를 경험한 것은 우리인데 '중장년층은 역사인식이 부족하고 비이성적이고 2030이 나서야 해결된다'는 식의 말이 여기저기에서 나와 상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 처음으로 친구들과 '투표했냐'는 문자메시지도 주고 받고 위안을 삼았다"고 했다.

주부 정모(55)씨는 "TV토론에 나온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거침없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며 "오히려 적잖은 젊은층이 그런 비아냥거림을 재미있어 하고 공유한다는 말에 걱정이 돼 투표를 꼭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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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땐 50대 이상 240만명 더 늘어난다

선거지형 변화… 여야, 50대 겨냥 합리적 중도에 초점 맞춰야
유권자의 45% 차지
한국일보|김회경기자|입력2012.12.22 02:35

 

5년 후인 2017년 실시되는 19대 대선에서 50대 이상(그레이·gray 세대) 유권자18대 대선 때보다 240만명 정도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이번 18대 대선에서 총 1,620만9,080명으로, 10년 전인 16대 대선(2002년)에 비해 596만여명이 증가했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높은 투표율을 보이면서 선거 승부의 키를 쥔 세대로 급부상했다. 50대 이상 유권자가 19대 대선에서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세대별 유권자 구성이 달라지면서 선거의 이념 지형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인구는 총 5,097만6,519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50대는 829만2,169명, 60대 이상은 1,029만8,781명이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1,859만 950명으로 이번 대선의 50대 이상 유권자에 비해 238만여명이 증가하게 된다. 19대 대선에서는 50대 이상 유권자가 총 유권자의 45.1%에 이른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2030세대가 총 유권자의 48.3%에 달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50대 이상의 고령층 유권자를 겨냥한 노선과 정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소에 결집한 50대와 5년 후 50대에 편입될 45~49세 유권자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수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50대 유권자들은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10년 전의 5060세대처럼 무조건적 보수보다는 합리적 중도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이들은 안정 속의 변화와 실현 가능한 정책, 높은 삶의 질을 선호하는 한편 가정과 국가의 가치를 중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들은 자녀들의 대학 교육, 취업과 자신들의 노후 대비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개혁을 바라더라도 예측 가능한 정치를 추구한다. 때문에 향후 집권을 노리는 여야 정당은 합리적 중도 성향의 50대를 공략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과거에는 유권자를 보수ㆍ진보로 나눠 이념적 결집을 노렸다면 앞으로는 선거 지형의 변화를 인식하고 세대별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경쟁해야 한다"며 "특히 50대 이상 유권자의 특성을 잘 연구해 보다 정교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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