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신 박우정 선생님의 글 공유합니다.MBC파업사태가 내부문제인가? MBC사장은 누가 임명했는가? 내부구성원의 동의를 받았는가?
MBC파업사태를 정부,여당, 방통위, 방문진 모두 내부문제라며 모른 체하고 있는데
MBC파업사태가 내부문제가 되려면 청와대와 여당이 형식적으로 선임하는(눈가리고 아웅하는) 현행임명절차를 폐지해야 청와대 낙점인사가 공영방송사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mbc파업이 오늘로 67일째다. 문화방송의 공영성,공정성,독립성을 파괴한 낙하산 사장 김재철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다수 노조원들과 상당수 간부들이 방송사상 최장기 총파업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2일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강지웅 사무처장을 해고하고 파업참여 간부등 6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이로써 김사장은 취임이후 모두 6명을 해고하고 81명을 중징계하는 등 자신의 후배들을 대량학살한 선배사장이라는 오명을 역사에 영원히 남기게 되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문제의 장본인인 김재철 사장이 사태를 순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그를 mbc사장으로 낙하산 투입한 이명박 대통령이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국이므로 mbc 최대주주로서 사장등 mbc경영진 선임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나 방문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등 형식적으로 김재철 사장의 진퇴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기관들이 청와대 눈치만을 보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도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방문진 여당이사들은 나아가 최근 야당이사들이 발의한 김재철 사장 해임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여당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 때보다 그 이전의 mbc 가 편파방송이 더 심했다며 김사장을 감싸고 도는가 하면 지금의 파업사태는 김사장과 노조가 해결해야 할 mbc내부 문제라며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형식상 방문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파업사태가 mbc내부문제라고 보고 방문진으로 하여금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주문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일찌감치 mbc 사태를 내부문제라며 개입에 선을 그었다.
한데 청와대나 방통위 그리고 방문진이 mbc파업사태를 mbc내부문제로 규정하면서 개입을 거부하는 것은 형식논리로는 맞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비겁한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김재철이 mbc사원들이 선출한 사장이 아님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법적으로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에서 정관에 따라 mbc 사장으로 선임되었다.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에서 낙점하고 방문진과 방통위는 형식상/법률상 들러리를 섰다. 김재철사장은 이들 3자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렇게 해서 mbc사장이 된 김재철이 mbc의 공영성/공정성/독립성을 파괴하고 이명박 정권 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킨 죄과를 더이상 참지 못하고 mbc구성원 절대다수가 그의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두달 이상이나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데도 이 사태를 김재철과 mbc사원들 사이의 내부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한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바로 이 '내부문제'라는 개념속에 숨어있다. 왜 그런가? 그들의 주장대로 만약 이번 사태가 mbc의 내부문제라면,아니 내부문제가 되게 하려면 외부권력인 청와대가 낙점한 후보를, 역시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장악한 방통위에서 구성한, 여당이사 주도의 방문진이 형식적으로 사장으로 선임하게 돼있는 현행절차를 마땅히 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장 선임권을 mbc종업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mbc의 공영성/공정성/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며 그런 한에서 사장과 종업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내부문제가 될 것이다. 나아가 사장을 종업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종업원에 돌려준다면 사실 이번 장기파업사태처럼 종업원과 최고 경영자간의 극단적인 대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의 공영성 공정성 독립성을 갈망하는 기자 피디 등 종업원들이 회사대표로서 그런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데 적임자로 여겨 선출한 사장이 표변하여 종업원들의 신뢰를 배반하고 권력의 주구노릇을 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대립이 있다 해도 얼마든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절차와 장치들이 마련될 것이다.
이 경우 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은 주주로서 배당금이나 잔여재산 청구권을 행사하고 종업원들이 행사하는 경영권을 감시감독하는 감사를 선임하는 권한정도를 갖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취득한 배당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는 방문진 이사회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면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mbc구성원들이 이번 파업을 통해 종업원 경영권 쟁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것을 이슈화하는데까지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이 제안은 김상봉교수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인용한 것이다. mbc구성원들은 이 책에서 mbc경영권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유익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