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처리 진통을 겪었던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법안이 오는 2월 국회에 다시 상정된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미디어렙 법안를 비롯해 디도스특검 법안, 선거구 획정안, 조용환 헌법재판관 임명안 등을 통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1일부터 관련 상임위를 열기로 합의했다.

일단 여야가 본회의 개회를 합의한 만큼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산회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한나라당의 단독 소집요구로 본회의가 열렸지만 한나라당의 낮은 참석률과 민주당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2월 국회에서의 처리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4월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오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교단체와 지역언론들은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실제로 이런 부담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 의원일수록 큰 것으로 보인다. 부산 MBC, 민영방송 KNN(부산경남방송), 부산일보 등은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허원제 의원(부산 진구갑)에게 지난해부터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영우 KNN 노조위원장은 31일 통화에서 “지역방송들의 1월 광고가 이미 30~40% 줄어들었다. (문방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이 원하는 안은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통과되지 않으면 지역방송은 다 죽는다”며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낙선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구수정’ 논란이 불씨로 남아 있다. 일단 여야는 본회의에 지난 1일 문방위에서 통과된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자구수정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 노영민 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에 의해 본회의 수정안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나라당 박준선 간사가 ‘자구수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자구수정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방위에서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도 한나라당 안을 전폭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자구수정 요구에까지 합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안 처리 지연으로 정치적 심판을 받는 쪽이 여당이라는 점도 이런 판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구수정’ 논란은 문방위 전재희 위원장이 “문방위에서 통과한 미디어렙 법에서 종합편성채널의 주식 총 수가 40%가 아닌 10%를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민주당은 이는 자구수정이 아닌 ‘내용수정’으로, 문방위에서 통과된 원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안정상 전문위원은 “아직은 서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자구수정과 관련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조만간 협의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