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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기자 제작거부 3일째…“힘 모아주자” 서명 쇄도 -서울의 소리

pudalz 2012. 2. 1. 01:23

MBC기자 제작거부 3일째…“힘 모아주자” 서명 쇄도
하룻새 8천 돌파…“쫄지말고 승리하라!” SNS‧아고라 지지운동
최영식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1.27 12:15 | 최종 수정시간 12.01.27 12:41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3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27일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지지를 표명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의 서명란에는 하루만에 8000여명의 네티즌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보러가기).

25일을 기점으로 제작 거부 행동을 돌입한 MBC 기자회‧영상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국민과 시청자께 드리는 글’란 성명에서 “일 잘하고 바른 말 잘한다는 기자들은 소리 없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소통이 생명인 언론사 내부에서, 언로의 숨통은 그렇게 죽어갔다”며 그간 경위와 투쟁 행보를 밝혔다.

비대위는 “저희는 지금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내려놓습니다. 세상을 보는 창, 눈과 귀와 입이 되라는 언론에 부여된 사명을, 그리고 저희의 밥그릇을 잠시 포기하겠습니다”라고 이번 제작거부 투쟁을 설명했다.

비대위는 “그러나 돌아오겠습니다. 정론직필, 공정한 뉴스,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존중, 보도의 자율과 독립이라는 상식을 회복시키겠습니다”라며 “공영방송 MBC는 국민의 것입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저희들은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불편부당, 언론의 기본과 정도를 지키자는 것입니다”라며 “MBC를 권력의 품에서 되찾아오고자 하는 국민과 시청자들의 바람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신뢰의 MBC 뉴스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MBC 기자들의 시민들을 향한 호소에 네티즌들은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상식과 양심 그리고 꼼꼼하게 응원하겠습니다”, “기자님들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장하십니다, 옆에서 별 허접들이 지저분한 소리해도 꿋꿋하게 앞만 보고 나가십시오”, “BBK, 천안함, 장자연사건, 선관위 디도스공격 등 숱하게 감추어진 진실 앞에 언론이 침묵하지 않을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파이팅!”, “많이 늦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MBC를 바로잡아 준다면 다행입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등의 의견을 올리며 서명에 동참했다.

네티즌 ‘장심리’는 “기자들 당신들만이 이 암담한 현실에 온 몸으로 부딪치라고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대들도 스스로 일어났다면 국민과 진실을 향한 의무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시길”이라며 “리영희 선생의 진실을 향한 외침을 본받아 흔들림없이! 제발 이번만큼은 정상적인 언론으로 거듭나길”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이제 시민의 힘이 그대들을 받쳐줄 것이니 두려워말고 또 소수의 희생에 기대지 말고 연대의 힘으로 나아가 승리할 때까지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하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진행해 보시길 권고 드립니다, 방법을 잘 연구해 보세요”라고 조언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제작거부 3일째인 MBC기자 격려 아고라서명, 이 기세라면 하룻만에 1만명 돌파하겠네요. 한 번씩 더 알려주세요^^ MBC기자회 트위터 => @MBCgija”라고 SNS 서명운동을 펼쳤다.

서영석 전 <서프라이즈> 대표도 “MBC기자들의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글을 지지하는 아고라 서명, 1/27 08:44 현재 6천명대 돌파. 서명으로 지지를!”이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트위플들은 “기자들의 뜻이 기필코 승리하도록 힘을 모아 줍시다. 서명합시다”, “서명 하루만에 7천명이 훌쩍. ‘올바른 언론’ 대한 국민의 갈증이고 열망”,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지지합니다. MBC기자님들이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여주시라고” 등의 의견을 내며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사상초유의 뉴스 파행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재철 사장은 25~27일 일본 도쿄 국립요요기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일 합동 패션쇼 ‘키스(Korean International Style Show)’ 참석차 일본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MBC기자들이 국민과 시청자께 드리는 글 전문

MBC의 간판 뉴스프로그램 <뉴스데스크>가 파행 방송됐습니다. MBC 기자회가 공정보도와 보도책임자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한 25일, 50분짜리 <뉴스데스크>는 15분, 90분짜리 <뉴스투데이>는 단 10분으로 축소 편성됐습니다. 저희 MBC 기자들은 뉴스 파행을 보며 참담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정론직필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 발 더 뛰어야 하는 저희들의 책무를 내려놓은 것, 무거운 결정이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의 언론 자유는 지속적으로 후퇴해 왔습니다. UN은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급속하게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 국가’로 강등시켰습니다. 한국 언론자유가 1987년 민주항쟁 이전으로 후퇴한 것입니다. 그 언론자유 후퇴의 정점에 바로 MBC가 서있습니다.

현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MBC 뉴스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특종을 비롯해 정권에 불리하고 민감한 기사라 해도, 현장 기자들의 취재와 제작의 자율성 보장, 내부 토론과 같은 언론사 내부의 아주 기본적인 규칙은 지켜졌습니다. 그러나 둑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소수의 정치적 인물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뉴스를 망가뜨린 결과, 지난 1년 사이 MBC 뉴스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논란, 김문수 경기도지사 119 전화 논란과 같이 권력에게 민감하고 불리한 기사들은 잇따라 축소, 누락됐습니다. 반값 등록금, 한미 FTA, 10.26 재보궐선거 같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균형을 현저하게 잃은 불공정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경쟁방송사인 KBS와 SBS가 다 보도한 사안조차 노골적으로 누락했습니다. 가장 공정하고 비판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MBC 뉴스가 불과 몇 년 사이 가장 불공정하고 순치된 언론으로 전락했습니다.

내부의 문제제기는 무시당했고, 취재 현장의 목소리는 묵살됐습니다. 평기자들의 공정보도 감시기구인 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수십 개의 보고서를 통해 불공정 보도를 지적했지만, 기자회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우려와 경고를 전달했지만,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일 잘하고 바른 말 잘한다는 기자들은 소리 없이 한직으로 밀려났습니다. 소통이 생명인 언론사 내부에서, 언로의 숨통은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지난 5일 MBC 기자회는 기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직접적 계기는 사장과 보도국 간부들이 내놓은 이른바 <뉴스개선안>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100여 명의 기자들은 <뉴스개선안>이 MBC가 신뢰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빠진 땜질식 처방이라고 판단하고,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두 보도 책임자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으로 가결시켰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영진의 대응은 어이없었습니다. MBC 사측은 불과 반나절 만에 <뉴스투데이> 앵커를 맡고 있던 박성호 기자회장의 앵커 직을 박탈하고,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간판 뉴스의 메인 앵커를 이런 식으로 경질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이는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이자 뉴스에 대해 눈곱만큼의 애정도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입니다.

기자들은 총회 이후 20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MBC 경영진은 성의 있는 답변은 물론, 최소한의 대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저희 MBC 기자들은 마지막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신뢰받는 뉴스’가 아니라 ‘권력에게 신뢰받는 뉴스’라고 결론짓게 됐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는 지금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내려놓습니다. 세상을 보는 창, 눈과 귀와 입이 되라는 언론에 부여된 사명을, 그리고 저희의 밥그릇을 잠시 포기하겠습니다.

그러나 돌아오겠습니다. 정론직필, 공정한 뉴스,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존중, 보도의 자율과 독립이라는 상식을 회복시키겠습니다. ‘뉴스 하면 MBC’라는 과거의 명성을 반드시 되찾겠습니다. 권력과 정치권, 재벌과 광고주, 경영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앞뒤 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오로지 국민과 시청자가 부여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깊이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로 삼겠습니다. 제대로 할 말 하지 못하고 침묵했던 과거를 처절하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공영방송 MBC는 국민의 것입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저희들은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불편부당, 언론의 기본과 정도를 지키자는 것입니다. MBC를 권력의 품에서 되찾아오고자 하는 국민과 시청자들의 바람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신뢰의 MBC 뉴스로 돌아오겠습니다.

2012년 1월 26일

MBC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
MBC 영상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