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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기 끊은 원로들, 비까지 맞으며 "이승만 다큐 중단" - 미디어스

pudalz 2011. 8. 5. 09:51

 

곡기 끊은 원로들, 비까지 맞으며 "이승만 다큐 중단"

 

비대위 "KBS가 영등포구청에 철거 압박, 치졸하다" VS KBS "압박한 적 없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입력 2011.08.04  16:01:19

 

 

친일ㆍ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승만 다큐 중단 촉구 단식농성장'이 강제철거된 것에 대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비인도적 처사"라며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독립운동 후손 등에게 머리숙여 사과하고 강제 철거한 천막을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등 원로 125명은 2일 오후부터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이승만 다큐 전면 중단'과 '김인규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하지만 농성 돌입 3일째인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과 경찰은 "현행법상 인도에 천막을 치는 것은 불법"이라며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 4일 오전 영등포구청, 경찰의 단식농성 천막 강제 철거로 단식 참여 원로들이 우산을 쓴 채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이에 대해 비대위는 4일 정오 "농성장을 침탈한 영등포구청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농성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70세를 넘긴 노인들"이라며 "비를 막고 햇볕을 차단하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천막'을 강제로 철거한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비인도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독립운동 후손 등에게 머리숙여 사과하고 강제 철거한 천막을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한다"며 "며칠째 내리는 비를 맞더라도 만주벌판에서 독립투사들이 풍찬노숙하는 심정으로 '이승만 미화다큐 방송의 전면 중단'이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대위는 "비대위가 영등포구청 민원실에 확인한 결과 지난 2일 농성장이 차려진 이후 'KBS 측에서 농성장 강제 철거를 거세게 압박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농성 텐트를 수거'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KBS의 치졸한 행태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 KBS가 해야 할 일은 민원을 빙자해 구청에 농성장을 철거해 달라고 비겁하게 압력 넣는 게 아니라 이승만 다큐 폐지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 관계자는 천막 철거와 관련해 "KBS에서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며 "릴레이 단식 농성 장소가 인도로 알고 있는데 천막 철거는 도로를 관리하는 해당 관청에서 원활한 도로소통을 위해 취한 조치일 뿐 KBS와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 단식 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된 지 6시간여 후인 4일 오후 1시경, 비대위는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천막 설치시도했다. ⓒ곽상아

   
▲ 하지만 주변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다가와 "천막을 치면 안 된다. 천막 없이 그냥 농성하라"며 천막 설치를 제지했다. ⓒ곽상아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인도 주변에, 경찰 20여명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곽상아

한편, 비대위는 단식 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된 지 6시간여 후인 4일 오후 1시경, 비를 피하기 위해 천막 설치를 시도했으나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이를 막아섰다.

경찰은 "비가 내리는데 비가림막 정도는 칠 수 있는 것 아니냐" "공영방송이 전파를 이용해서 사실상의 범죄행위를 하겠다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는 비대위 관계자들의 항의에도, "천막을 설치하지 말고 그냥 농성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과거에 독립운동가들은 풀뿌리만 먹으면서 힘들게 독립운동을 했다. 우리 역시 비를 맞더라도 이곳에서 끝까지 농성해서 이승만 다큐를 전면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4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규탄, KBS 이승만 방송 중단 촉구'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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