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이승만 다큐’ 반대 단식 농성 개시
경향신문 | 주영재 기자 | 입력 2011.08.03 17:41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4·19 민주이념을 계승함을 선언하고 있다. KBS가 친일파를 비호하고 4·19로 쫏겨난 이승만을 미화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짓밟는 것이다."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68)은 "KBS가 이승만 특집 다큐를 전면중단 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립운동단체, 사월혁명회, 한국전쟁 유족회 및 시민·사회·언론단체 97개로 구성된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부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독재자 이승만 찬양방송 중단과 KBS 김인규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무기한 릴레이 하루 단식 및 농성'을 시작했다. KBS가 광복절을 맞아 10대 기획특집 다큐멘터리중 하나로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을 방송하려는 데 항의하는 단식 농성이다.
3일 첫 단식농성자로 나선 김광호씨(59)는 "안중근·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테러로 폄하하고 4·19 당시 어린 학생들을 고문하고 살해해 국민으로부터 추방당한 사람이 어떻게 방송에 나올 수 있냐"면서 "다큐멘터리 제작 자체를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유족회'의 상임대표로 1960년 김해에서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유골을 수습해 장례를 치뤘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른 고 김영욱 선생의 아들이다.
정동익 의장은 "이승만 다큐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친일파와 독재자를 찬양하면서 우리나라의 정통성이 이들에 있는 것처럼 꾸미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KBS의 여론 조사 결과 김구선생이 1위였음에도 김구를 먼저 조명하지 않고 김인규 사장이 나서서 8위에 불과한 이승만을 방송하라고 했다"며 "역사 왜곡의 의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농성장에 모인 이들은 KBS 다큐멘터리 기획이 박정희를 미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고있다. 김광호 대표는 "백선엽 다큐로 반응을 봤고 이승만 다큐를 방송해 별 반대가 없으면 마지막으로 박정희를 다룰 것이다"면서 "이번 다큐는 최종적으로 박근혜를 띄워주고 선거 때 보수대결집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항증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71)은 "남을 위해 산 사람과 자기를 위해 산 사람이냐는 두 기준으로 볼때 이승만은 철저히 자기만을 위해 살았다. 단지 대통령을 했다는 이유로 방송을 한다면 가장 나쁜 전관예우다"라고 밝혔다.
KBS는 항일독립운동 기념단체 등의 반발에 1일 다음주 중 외부인사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모니터링을 거친 후 방송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당초 계획대로 이승만 다큐멘터리가 광복절에 방송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주영재 기자 jyeong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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