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는 종편 / 장행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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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밑에 결정된 4개의 종합편성채널과 1개의 보도채널 선정을 놓고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광고시장에 한두 개도 아닌 4개의 종편과 한 개의 보도채널을 풀어놓았으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조중동(조선·중앙·동아)과 후보 쪽 사이에 묵시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당선 뒤 ‘조중동’ 방송을 허가해주기로 한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조중동이 언론을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머독형 언론이 된 것이다. 미디어의 황제 루퍼트 머독은 언론을 자기의 상업적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영국 선거 때면 정당 대표와 선거 지원을 미끼로 거래를 한다. 지원 대가는 대개 미디어 소유 규제의 완화이다. 엠비를 지지한 조중동이 엠비정권에서 종편을 얻은 것과 유사하다. 이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사이비 언론이다. 사이비 언론은 언론의 이름으로 언론을 타락시키고 민주주의를 부패시키고 파괴한다.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 모양인 것도 보수언론과 보수정권의 정언유착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불행히도 세계적으로 언론의 이름을 내걸고 언론을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이비 언론이 많다. 언론의 본분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기업형 언론에 사이비 언론이 많다. 미국에서 언론의 소유 집중을 규제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도 건국 이후 200년 가까이 언론의 소유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저명한 미국 언론인 애벗 리블링의 명언대로 “언론자유가 언론을 소유한 자에게만 보장된 자유”로 제한되고 그 결과 민주주의를 부패시킨다는 것을 국민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미디어 소유에 제한이 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하나의 문제는 기업언론, 재벌언론은 이익을 챙기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 의식을 개조하고 사회를 보수화하는 전도사 구실을 한다. 오늘의 미국을 선진국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만든 것이 보수언론이라는 것은 미국 보수도 인정한다. 머독의 <폭스텔레비전>은 보수이념 선전의 기함이다. 보수화된 여론은 보수의 장기집권과도 직결된다. 한 보수 논객은 미국에서 이제 보수가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조중동 방송이 한국판 폭스텔레비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여론의 질타를 개의치 않고 조중동 방송을 만들기 위해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장기 보수 집권의 목표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의 “선진 보수”를 모델로 한국 사회의 보수화를 위해 한나라당·조중동·재벌이 연합한 철의 삼각형을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에는 불길한 조짐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기업언론은 쉽게 기득권을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이들은 선거 때면 보수 정치인을 지원하고 선거 뒤에는 의원이나 정당에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하며 지속적으로 언론의 소유 제한을 철폐하라고 압박하고 회유한다. 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소유 규제가 풀리기 시작한 데는 기업언론의 의회 로비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언론의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그 폐해가 두드러지자 언론 소유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국민운동이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2003년과 2007년 연방통신위원회가 미디어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신문방송의 겸영 금지를 푸는 결정을 내리자 200만명의 국민이 상하 양원 의원들에게 항의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내 연방통신위원회의 결정을 무효화하게 했다. 국민운동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정치인은 언론의 압력과 후원금에 약하지만 또한 당선을 좌우하는 유권자의 표의 압력에는 더 약할 수밖에 없다. 기업언론의 소유 집중이나 탈선을 정치인이 막지 못할 때는 국민이 일어나 민주주의를 지킬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그런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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