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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TV문학관 <바디소리>

pudalz 2010. 7. 10. 01:36

TV문학관 <바디소리>

 

지금까지 ‘예수와 함께 영화를 보다’를 쓰면서 사실 의무감도 일정부분 작용했습니다. 가장 우선되는 목적은 전도용 메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고, 그 다음은 나름대로 정리를 거쳐서 모아지면 출판물로 발전시키겠다는 속셈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예수와 함께 드라마를 보다-TV문예극장 <바디소리>’는 그런 의무감 전혀 없는 순수 자발 의도에서 씁니다. <바디소리>는 1992년 6월 11일(목) 밤 10시 30분~12시에 KBS를 통해 방송된 것으로 얼마전까지는 줄거리도 희미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그냥 뽑아도 두가지가 있습니다. 출렁이는 파도를 헤치며 고기잡이를 떠나는 배의 모습과 김봉근씨가 연기하고 있는 광덕호 선장에게 북한의 어장에서 부르는 소리“광덕호! 광덕호!”-두 장면은 10년도 훨씬 넘은 지금까지 기억에 생생하고,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습니다.

며칠전 <바디소리>를 DVD로 구입해서 다시 보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선배가수들에게 헌정 앨범을 내는 가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바로 이 <바디소리>의 연출자인 이녹영피디에게 헌사를 쓰고 싶습니다. 비록 제가 드라마를 제작하지 못하고 있기에 헌정 드라마는 못하지만, 이런 글로라도 헌정의 마음을 담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과장해서 써도 모자랄 수준일 것을 이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녹영피디의 조연출을 1년 넘게 하였고, 공동연출도 1년넘게 해서 그 누구보다도 그의 취향과 인품, 드라마를 대하는 시각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수 있습니다. 우선 그는 ‘미워도 다시 한번’을 18번으로 합니다. 그 노래를 부를 때 철철 흘러나오는 그 필... 캬 -정말 쥑입니다.그는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현장에 보통은 2,3백명이 혼잡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대하드라마의 야외촬영 현장이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스탭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대개의 대하드라마가 시대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갑자기 요구되는 소품이나 의상이 제공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녹영피디가 요구하면 모든 스탭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요구를 들어 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그 물건을 현장으로 가져 옵니다. 그렇다고 그가 준비성없이 현장에서 마구 요구하는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가 주도한 스탭회의에 처음 참가하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스탭들에게 촬영 준비사항을 말했습니다.

**씬, 장소는 -----입니다. 엑스트라는 모두 000명. 남자는 10대 0명, 2,30대 00명, 4,50대 00명,60대이상 0명, 여자는 .......

의상은 양반 0명, 상민 행인 0명, 보부상 0명, 포졸 0명.... 필요한 소품은 -----를 준비해 주시고, 특효는 말달릴 때 나는 흙먼지 하고, 멀리 보이는 초가 굴뚝에서 나오는 저녁짓는 연기를 준비해 주십시오.

무슨 작전나가는 군인들 회의 같지요?그리고 또 신기한 것은, 그가 자고 있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살입니다. 밤늦게 그의 방에 가봐도 대본을 놓고 촬영할 콘티를 짜고 있고, 새벽에 가봐도 그 모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그렇게 마련한 콘티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먼동>에서 쌍순(하희라)이 자살하는 것의 표현, 집툇마루에 앉아있는 모습 1S TS,툇마루옆의 기둥을 잡고 주르륵 내려앉는 쌍순 1S TS, 뒷마당에 있는 쌍순1S TS.....그리고 똑같은 장소, 같은 사이즈로 보이는데, 거기에 쌍순은 없는 모습.... 그러다 바닷물속으로 걸어들어가 물에 잠기는 쌍순의 모습. 그렇게 표현하는 쌍순의 자살 모습. 예, 대본에 그렇게 표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연출가의 연출력이 발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기억하는 것, 쌍순과 필배(정태우)가 헤어지는 장면의 표현.

동 포즈로 촬영하는 것. 처음엔 TS에서 점점 툭툭 멀어져서 결국은 LFS까지. 그 모습을 이어서 편집했을 때 얼마나 필배의 아픔이 전해지던지요...

<먼동>의 마지막 부분에서 연기자의 시야를 카메라로 표현한 것도 기억에 있습니다. 필배(이광기)는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형인 준배(권병준)가 일본군에 의해 사형을 당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나서 필배는 동네를 우왕좌왕 허청허청 걸어다니며 만나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준배형 못봤어요?” “준배형 못봤어요?” 카메라는 필배의 눈이 되어 허청허청 휘적저리며 비틀비틀 동네를 걸어다닙니다.

드라마 현장분위기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함께 촬영장소 헌팅을 하러가서 여러번 발견되었습니다. 제법 우거진 산을 오를때였습니다.(아마 경기도 가평이었지요?)

의병과 일본군의 싸움을 이렇게 설명하였지요. 이 산을 타고 의병들이 와?----소리를 지르며 ?어 올라가는 거야. 카메라를 헬기에 태워서 그 의병들을 머리위에서 죽 훑으면서 올라가는데 산등성이를 ,올라가자 반대편에서 일본군들이 총을 겨누고 기다리는 거야. 그때 헬기는 이동 역방향으로 틀어서 당황하는 의병들의 모습을 잡는거야. 이거 재미있겠다. 이건 내가 찍어야지....ㅋㅋㅋ 결국 저는 그의 콘티를 이렇게 차용해서 야망의 전설에서 써먹었답니다. 정태역을 맡은 최수종씨가 군인들을 피해 벌판을 달리는데 작은 등성이를 넘자 반대편에서 군인들이 떼로 몰려오는 걸 발견하고 절망하며 자리에 주저 앉습니다.

그런 장면을 보신 적이 없다구요? 예 , 그건 당연합니다. 방송에 나가지 않았으니까요. 안나간게 아니고 못나간 것이었습니다. 성환의 목장에서 플라잉캠을 이용해서 잘 촬영을 했는데, 촬영후에 확인을 해보니,

노출이 안맞아서 영상이 하얗게 날아가 버린 겁니다.

자, 이제 <바디소리>내용으로 들어가 봅니다.

서해의 덕산도. 이 섬의 주민들은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살아갑니다.덕산도의 소형어선 광덕호의 선주인 한광식(김봉근)은 노모(김지영)와 아내(연운경), 아들 형제를 거느린 가장이며, 그동안 건실하게 살아온 덕분에 어촌계 총무 등 여러 가지 공직을 두루 역임한 제법 명망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홍어잡이 출어를 앞두고 지서장으로부터 광덕호의 출어가 금지됐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광식은 지난 38년 동안 이미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제사까지 지내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조업중 북한경비정에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어부인 박판구 노인(변희봉)을 찾아가서 그로부터 자신의 아버지(장학수)가 살아 있고, 현재는 북에서 결혼해서 새로운 처자식이 있고, 남한의 남한의 가족들 특히 아들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으며 현재는 북한의 어선장으로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아버지! 아버진 그를 몹시 사랑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사랑과 삶의 희로애락을 늘상 ‘바다소리’-바디소리는 고기를 잡을 때 부르는 노래로 “우수나 경칩에 대동강 풀리고 정든님 말씀에 내 가슴 풀리네..”로 시작된다-로 대신했습니다. ‘바디소리’는 곧 아버지의 상징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쌓아온 명망 덕에 출어금지는 해제되고, 수십 척의 어선을 이끄는 해안경비정의 인도로 출어에 나선 한광식.

무사히 사흘간의 조업이 끝나고 귀환을 서두르는 어선들. 그런데 귀환속도를 높이는 순간 한광식의 귓속을 파고드는 희미한 무전소리. 수신자를 밝히자 않는 노쇠한 정체불명의 소리가 광덕호를 부릅니다.‘광덕호,! 광덕호!’“광덕호, 반갑구나. 청운봉이 그립구나” 틀립없이 북쪽에서 오는 소리입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으로 당황하고 한참동안 침묵이 흐리고 다시 들려오는 슬픔에 겨운 노랫소리. “우수나 경칩에 대동강 풀리고...” 예, ‘바디소리’입니다. 분명히 아버지다. 광식의 눈에 눈물이 왈칵 솟습니다. 그러나 조속귀환을 독촉하는 해안 경비정의 무전소리가 드높습니다. ‘광덕호, 빨리 어선단에 합류하시오’ ‘광덕호! 광덕호 뭐하는가?’광식은 눈물에 겨워 가속장치의 끈을 당깁니다. 그때 다시 들려오는 소리. “잘 가거라. 아들아!” 저는 여기서 우리를 만드신 아버지 하나님과 그 하나님이 만든 인간의 관계가 보였습니다.

자신과 헤어져 살고 있는 인간을 부르는 우리 하나님! ‘인간아! 인간아! 반갑구나!’ 그때 사탄이 그 관계의 이어짐을 방해합니다.‘인간! 어서 돌아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라! 어서 어울려서 떠나가라’

아버지와의 잠시라도 이어짐을 방해하는 해안 경비정의 소리가 어찌나 섬뜩하던지요.

광식은 멀어져가는 북녘 어선군단이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서 있습니다.

연출가 이녹영형님!

연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출처] TV문학관 <바디소리>|작성자 drygin

이녹영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