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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종면 - MBC를 바라보는 기자들에게 - 미디어오늘

pudalz 2010. 5. 4. 23:23

MBC를 바라보는 기자들에게

미디어오늘 | 입력 2010.05.04 17:49

 

 

[기고]노종면 전국언론노조 공정선거보도위원장(전 YTN지부장)

대한민국 헌법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있음을 전문에 담아 저항권의 근거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은 권력이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권력에 저항할 권리를 지닌다.

2010년 대한민국 언론계에서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 진행 중이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판단한 언론인들이 저항하고 있다. 벌써 파업 한 달째를 맞고 있는 MBC는 저항의 최전선이자, 격전지이다.

정부와 검찰에 족벌신문, 관변단체들까지 합세했던 'PD수첩 손보기'가 실패하자마자 MBC 사장이 바뀌었다. 바뀐 사장은 자신을 사장으로 뽑아준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큰집에서 쪼인트나 까이는' 권력의 하수인쯤으로 지칭된 마당이다. '권력이 과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은 이미 의미가 없다.


▲ 노종면 전국언론노조 공정선거보도위원장(전 YTN지부장)


언론을 손에 쥐고 여론을 주무르려는 것은 권력의 속성이다. 그러기 위해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고, 날치기를 감수하며 언론 환경을 바꿔본다. 1990년 KBS 사장 교체와 2008년 KBS 사장 교체가 판에 박은 듯 똑같고, 1990년 방송법 날치기와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가 꿈에 본 듯 똑같으며, 1992년 MBC 파업과 2010년 MBC 파업이 자로 잰 듯 똑같다.

고리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 권력이 언론을 손에 쥐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망한 노릇인 지를 일깨워주어야 한다. 사장을 바꿔도 보도가 권력 입맛대로 바뀌지 않는다면, 권력의 언론 장악 기도를 유권자가 표로 심판한다면 권력은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너무 이상적인 해법이다. 언론사 사장을 바꾸면 보도가 바뀌고, 보도가 바뀌면 표심이 바뀐다. 그래서 점잖은 문제 제기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것이며, 잡혀갈 각오로, 굶어 죽을 각오로 저항해야 그나마 알리기라도 할 수 있다.

1990년 KBS에서 그랬던 것처럼, 1992년 MBC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항은 무참히 짓밟힐 지 모른다. 물론 역사는 반복되므로, 권력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며 저항한 자들은 역사의 승자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역사가 진보하는 것이라면, 권력이 버티는 시간은 줄어들고 저항의 대가 또한 과거처럼 잔인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역사의 진보는 피를 요구한다. 피는 혼자 흘리면 죽음도 모자라지만, 함께 흘리면 한 방울씩으로도 넘칠 수 있다.

MBC의 언론인들이 피를 흘리겠다고 나섰다. 파업 한 달이면 모든 것을 다 던졌다 할 수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연하지만 동시에 갑갑하다. 출구가 왜 없겠는가? 가장 훌륭한 출구는 6·2지방선거이다. KBS와 YTN, 미디어법을 관통해 MBC에 이르고 있는 언론 장악 기도에 대해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이뤄지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미디어법 헌재 결정을 유효라고 보도한 경솔함, 공영방송이 한 달째 파업을 해도 눈감아 버리는 비겁함을 언론이 버릴 때 가능한 일이다.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외롭게 저항권을 행사하고 있는 MBC 언론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는 건 기자이고, 기사이다. 써야 마땅한 기사를 쓰는 것으로 피 한 방울 보태자.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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