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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목적의 사립학교도 학생 종교자유 보장해야” -경향신문

pudalz 2010. 4. 24. 09:36

“선교 목적의 사립학교도 학생 종교자유 보장해야”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ㆍ대법 ‘강의석 소송학교측 손배책임 인정

대법원이 선교 목적으로 설립된 사립학교라도 학생의 종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2일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하다 퇴학당한 강의석씨(24)가 학교법인 대광학원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광고가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줘 신앙이 없는 강씨에게 참석을 사실상 강제했다”며 “수차례 이의제기가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행사를 반복한 것은 강씨의 기본권을 고려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광고가 종교과목 수업을 하면서 대체 과목을 개설하지 않고, 종교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 사전 동의도 얻지 않았다며 “대광고의 종교교육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대광고의 징계권 행사는 불법행위”라고 판결했다. 또 “우리나라의 고교 평준화 정책 하에서 학생의 학교 선택권은 제한돼 있다”며 “그런 현실에서 종교 자유의 본질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대희·신영철·양창수 대법관 등은 “종교교육이 보편적인 사회인 양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퇴학이 과하다고 볼 수는 있으나 학교가 법률전문가가 아니므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강씨는 기독교계 학교인 대광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4년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제적당했다. 이에 퇴학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법원에서 승소했고, 다시 “학교의 종교행사 강요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양심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당하고 퇴학처분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학교에서 학생의 종교 자유는 종교단체의 선교 등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며 “대광고는 강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가 종교과목 외에 대체 과목을 개설하지 않은 것이 종교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한 위법 행위로는 볼 수 없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선고가 난 이후 강씨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로 학생들이 종교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학교 측은 더 이상 강제적으로 종교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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