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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구속만큼은 막아야” 인터뷰뒤 자살 시도-한겨레

pudalz 2010. 4. 24. 09:12

정씨 “구속만큼은 막아야” 인터뷰뒤 자살 시도
[‘검사접대’ 폭로 정씨 2차 인터뷰] 법원심문 앞두고 “심적 압박 심해”
“대질신문하면 다 드러나는데…구속되면 진상규명 어려워져” 호소
하니Only 허재현 기자기자블로그 조소영 피디기자블로그
» ‘검사 스폰서 폭로’ 정씨가 23일 오후 3시께 음독 자살을 시도한 후 휠체어에 탄 채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영상화면 갈무리

 

‘검찰 향응 리스트’를 폭로한 정아무개(52)씨는 “검찰이 꾸린 진상규명위원회에 출석해 기억나는 모든 검사들과의 대질신문을 하고 싶다”며 “명단에 기록하지 못한 검사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어 대질신문을 하면 모든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3일 재구속 여부를 결정할 부산지법의 심리에 앞서 <한겨레> 취재진과 만나 심경과 검찰 쪽의 진상규명 활동 등에 대한 견해를 털어놨다. 정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언론에 밝히지 않는 접대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추가로 공개했으며 <피디수첩>에 폭로하지 않은 검사의 실명도 추가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몇몇 평검사들도 성 접대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특수부장과 내가 평검사들의 성관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기억도 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검찰이 제기한 향응 리스트의 몇몇 날짜 오류 등에 대해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본류는 살아 있다”며 “사소한 오류를 빌미로 내 주장을 공격하는 검찰이 아주 치사하다”고 비난했다.

 정씨는 인터뷰를 끝낸 뒤 검찰의 구속집행정지 처분 취소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에 출석하기 직전 2시 50분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수면제로 추정되는 흰색 알약을 다량 복용해 자살을 기도했다. 정씨는 곧바로 근처 대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인터뷰 말미에서 “(구속되면) 모든 사실을 밝히기 어려워진다”며 “구속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고 호소했다. 다시 구속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자살 기도로 이어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정씨와 일문일답이다.

 -박기준 검사장 사퇴 소식 들었나?

 

=조금 전에 들었다. 예상은 못 했다. 아직 이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다. 오늘 오후에 있을 법원 심리가 중요해 그것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

 =심적 압박이 심하다. 검찰의 압박이 이 정도인가 싶다. 경찰들도 집으로 찾아오고 심지어 내가 치료받는 병원에까지 수사관이 찾아 온다. 내 주치의를 찾아가 수술 안 하면 안 되느냐고 묻고 가기도 한다. 지금 우리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 어제가 아내 생일인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축하한다는 말도 못했다. 나보고 이혼하자고 하는데 얼마나 힘들면 그런 얘기까지 했을까 싶다. 어제 새벽 3시쯤 잠이 들었는데 많이 울었다.

-검찰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렸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대한 조사에 협조할 것이다. 오늘도 검찰 고위 관계자가 내게 전화해 진상위원회 조사 관계로 내일 오후에 만나자고 하더라. 구속되지 않는다면 나갈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다. 관련된 검사들 모두와의 대질신문을 원한다. 이건 꼭 해야 한다. 스폰서 의혹 100명의 검사가 있다면 모두 불러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 한 번만 하면 다 밝혀질 것이다. 

 -대질신문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내가 명단에 기록하지 못한 검사들이 상당수 있다. 접대 당시 평검사였지만 지금은 중견검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의 이름을 다 기억은 못하지만 얼굴은 다 기억하고 있다. 이 사람들 모두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나와 대질신문하면 다 밝혀질 것이다.

 -대질신문을 어떻게 한다는 건가

 =예를 들어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울산지검 형사 1부장 할 때 밑의 검사 전원을 부르면 된다. 그게 다 섹스와 관련 있다. 얼굴 보면 다 안다.

 -명단에 기록하지 못한 접대 사실 내용 중 더 기억나는 게 있나.

 =창원 통영지청에서 근무하다 부산 동부지검 형사 3부장으로 전출 왔던 김아무개 검사 밑의 후배 검사 6명을 부산에서 성 접대 했던 적이 있다. 광안리에 있는 ‘ㅅ’횟집에 가서 1차를 한 뒤 근처 ‘ㅎ’ 콘도 밑 호화 룸살롱에서 2차를 했다. 검사 6명 모두 콘도 숙소로 올라가 성 접대를 받았다. 내가 소설 쓰는 것도 아니고 그때의 일이 모두 기억난다.

 또 창원에서 특수부장 하시던 검사는 전라도 출신 오아무개 부부장 등 2명과 함께 부산에 술 마시러 온 적도 있다. 1, 2차 한군 데는 아가씨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나오고, 3차로 ‘ㅅ’로타리의 영업집에 갔는데 평검사들이 (성 접대가) 처음이 아닌 것 같더라. 특수부장과 내가 밑에서 평검사들 성관계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기억도 난다. 이런 평검사들의 명단을 지금 계속 정리하고 있고 어제도 명단에 기록한 사람들이 있다.

 -평검사들까지 거론하는 이유가 뭔가

 =이왕 정의와 진실을 찾기 위해 공개하기로 결심한 이상 누구도 예외는 없어야 한다. 검찰을 제대로 개혁하려면, 누구는 (명단 공개)하고 누구는 안 하고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시 구속되면 접대 의혹 검사들과 대질신문 가능하겠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구치소에 한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는 게 재소자들에게는 굉장한 고통이다. 나는 증인이자 제보자인데 범법자처럼 새벽에 불러내고 할 게 뻔하다.

  -당신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 아무 대가 없이 검사들에게 접대를 해줬다는 것도 이상하다.

 =검찰이 내가 지역 관계자 민원을 전달하면 들어준 적은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문제로 부탁한 적은 없었다. 우리 집안 사람들이 다 그렇다. 누가 부탁을 하면 거절을 못 한다. 검사들이 전화해 접대를 해달라고 하면 거절을 못 했다.

 -검찰의 말을 들어보면, 당신의 메모 가운데 일부 기록은 이상한 부분이 많다. 검찰은 당신이 2003년 접대 증거로 적어놓은 수표가 주택은행(당시 국민은행)으로 기록되어 있는 게 이상하다고 보고 있는데.

 =나중에 기록하다 보니 헷갈린 것뿐이다. (일반인 입장에서)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이나 같은 은행이니까 주택은행이라고 적은 것이다. 중요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이 검사들을 접대했다는 날짜도 조금 이상한 부분이 많다. 부산에서 근무했던 한 검찰은 “부산 지역의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쓰여 있는 2003년 5월 30일, 6월 13일, 7월 4일은 모두 금요일인데 검사들은 주말엔 보통 서울로 다 올라간다”고 한다.

 =평검사들은 아직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이 많아 부산에 그냥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건 날짜 하나하나가 아니다. 기억에 의존해서 날짜를 적다 보니 사소한 오류는 있을 수 있다. 검찰이 날짜 오류와 같은 사소한 사실을 두고 신빙성 운운하는 것은 정말 치사한 짓이다. 본류는 살아 있다.

 -검찰이 언론플레이 하고 있다고 보나

 =검찰이 기자들에게 틀린 사실을 전달하고 있는 것도 있다. 검찰은 내가 9차례 변호사법을 위반해 처벌받았다고 하는데 2번 위반했다. (잘못된 사실 흘리는 건) 정말 나쁜 짓이다.

부산/ 글·허재현 기자, 영상·조소영 피디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