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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거품 터질라’ 또 위험한 ‘도박’ -한겨레

pudalz 2010. 4. 24. 09:15

‘집값 거품 터질라’ 또 위험한 ‘도박’
정부 ‘4·23 미분양 대책’
부실 건설사 살리기 초점…고분양값 근본해법 안보여
미분양 해소에 공공기관 동원…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겨레 정혁준 기자기자블로그 허종식 기자기자블로그

 

정부는 ‘4·23 대책’을 발표하며 주택경기 침체를 막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집값 거품 유지와 부실 건설사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을 내용으로 돼 있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주택 공급 과잉과 고분양가 때문에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능력이 떨어져 거래가 위축된 탓이 큰데도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은 찾아볼 수 없다.

■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 위험 지속국내 집값 거품은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가구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은 2008년 현재 6.26으로, 거품 붕괴의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미국(3.55), 일본(3.75)에 견줘서도 두배 가까이 높다. 그나마 참여정부 때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부실의 위험을 어느 정도 차단시켜 놓았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야금야금 풀리는 추세다.

높은 집값과 이에 따른 가계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734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9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0%보다 높다. 시중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어, 가계발 금융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우려에 동의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건설업계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가계 및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대출 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 국민세금 담보로 건설업계 대대적 부양 정부는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대한주택보증, 토지주택공사, 국민주택기금 등 관련 공공기관을 총동원시켰다. 이들 공공기관이 사들일 미분양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해당 기관의 적자가 누적되고, 이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한만희 국토해양부 토지정책실장은 “미분양 물량 매입 때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분양가와 사업성 등을 엄격히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건설업체 살리기에는 다양한 세제 지원방안도 동원된다. 대한주택보증이 매입하는 미분양주택은 취·등록세, 재산세 감면 기한이 내년 12월까지였으나, 정부는 기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이나 부동산 관련 펀드가 매입하는 미분양주택에 대해서도 법인세 추가 과세를 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도 면제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의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는데 정부가 나서 ‘퍼주기식 지원’을 한다는 비난과 함께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건설업체 지원 방안은, 부실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덮고 간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는 “자산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부동산 버블을 띄워서 일시적으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결국 (더 어려운)외길로 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정혁준 허종식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