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사에서 '검은 백조'를 숨기는 방법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08.11.03 09:13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이 사건에는 조류학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것은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학습이 얼마나 제한적인 것인지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수천 년 동안 수백만 마리가 넘는 흰 백조를 보고 또 보면서 견고히 다져진 정설이 검은 백조 한 마리 앞에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검은 백조 딱 한 마리로 충분했다.""첫째, 검은 백조는 '극단 값'이다. 극단 값은 과거의 경험으로는 그 존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대 영역 바깥에 놓여 있는 관측 값을 가리키는 통계학 용어다. 극단 값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것이 존재할 가능성을 과거의 경험으로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검은 백조는 극심한 충격을 안겨 준다. 셋째, 검은 백조가 극단 값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그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인간은 적절한 설명을 시도하여 이 검은 백조를 설명과 예견이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이 책의 저자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금융 위기 역시 검은 백조의 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월 스트리트의 붕괴는 검은 백조처럼 아직까지 본적이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일이었다. 실제로 최근 세계 경제의 주요 지요는 표준 편차를 크게 벗어나 '확률 제로'의 상황에 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주가 하락률은 -23%였는데 대신증권 추정에 따르면 확률로는 0.5%다. 문제는 이런 낮은 확률의 사건이 여러 차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1990년 이후 파이낸셜 컨디션 지표. 블룸버그, 대신증권 재 가공.
탈레브에 따르면 우리는 흔히 '검은 백조'가 없다고 가정하고 행동한다. 오류가 크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과거에 내내 통했던 것이 어느 순간 예기치 않게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며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운 것은 최선의 경우에 쓸모없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파국을 낳는다"는 이야기다.
▲ 정규분포 도식. 대신증권.
최근 금융 위기와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여전히 이 '검은 백조'는 돌연변이일 뿐이고 백조는 흰 색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검은 백조가 여러 차례 발견되고 있는데도 언론은 기존의 예측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투자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 탈레브에 따르면 "우리가 검은 백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일무이한 이유는 과거의 관찰을
'미래를 결정짓는 것', 혹은 '미래를 표상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는 3일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이푸 부총재의 인터뷰에 "글로벌 위기 끝나면 아시아 경제 더 탄탄해질 것"이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머니투데이는 1면 머리기사로 "금융시장 터닝 포인트?"라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중립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최악은 지났지만 낙관은 이르고 실물경제 악화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새로울 것 없는 비슷비슷한 기사가 언론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B1면에 "외국인 다시 바이코리아?"라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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