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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한·일의 언론소비자운동 대응 - 경향

pudalz 2008. 10. 1. 03:10

[미디어 세상]한·일의 언론소비자운동 대응
입력: 2008년 09월 21일 17:42:20
 
일본 3대 신문의 하나인 마이니치신문이 네티즌들이 벌인 광고주 불매운동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이후에는 마이니치의 인터넷사이트에 광고가 없는 날이 많아졌다.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마이니치의 영자신문인 마이니치데일리뉴스(Mainichi Daily News)는 주간지 기사를 소개하는 와이와이(WaiWai)칼럼을 연재해 왔다. 여성에게 모멸감을 주는 선정적 내용이 계속 게재되자 2007년 10월부터 미국에 있는 독자들이 와이와이를 비판하는 메일을 마이니치에 보내왔다. 이후 블로거들도 문제점을 꼬집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일본의 대표적인 익명 게시판 사이트인 이채널(2ch)에 ‘마이니치신문의 영문판 사이트가 너무 심하다’는 토론방이 만들어졌다. 마이니치 편집국은 이런 비판을 ‘익명에 숨어든 폭도행위’로 무시했다.

그러자 일본 네티즌들은 마이니치신문 사건을 다루는 위키(http://www8.atwiki.jp/mainichi-matome/)를 개설해서 행동원칙을 정하고 집단항의에 들어갔다. 항의전화하기, 계열사를 포함한 제품 불매운동, 광고주에게 알리고 항의하기 등을 전개했다. 전화, 메일, 팩시밀리, 우편엽서 등을 통해 광고주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이들이 밝힌 행동원칙을 보면, 어떻게 통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상세한 방법까지 안내돼 있다. 매일매일 마이니치신문의 광고주 리스트가 인터넷에 갱신되었다. 일본 인터넷시장에서 가장 큰 광고 판매대행자인 야후재팬은 마이니치에 배너광고를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마이니치 광고 이탈은 종이신문으로 번져가고 있다고 한다.

비판에 직면한 마이니치는 지난 5월부터 문제가 되는 기사를 삭제해 나가다 결국에는 와이와이코너를 폐쇄해 버리더니 데이터베이스에서도 해당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마이니치의 사과를 요구하며 공공도서관과 포털검색을 통해 지워진 증거자료를 모으고 있다. 돈을 모아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와이와이와 관련된 인사의 징계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가세하고, 타 언론매체에서 마이니치의 문제점과 ‘광고 없는 사이트 사태’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마이니치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영문사이트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일부 인사를 징계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추가적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에 마이니치데일리뉴스는 2차 사과 및 쇄신안을 발표하기까지 했지만, 비판의 수위가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사안은 우리나라의 최근 사례와 사뭇 흡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보도내용물의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소비자행동 차원에서 두 사안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관련 행위자들의 대응방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단순히 광고주 리스트만 있는 정보도 불법 게시물로 판정, 삭제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광고주 불매운동 관련 인터넷카페의 개설 목적과 게시물이 언론사 광고주에 대한 영업방해 행위를 의도하고 조장했다며 일부 운영자를 구속했다. 해당 언론사는 네티즌 구속을 ‘정의의 승리’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마이니치가 해당코너 및 과거기사 삭제,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 게재, 일부 인사 인사조치 등 나름대로 비판에 답했다. 광고주들은 네티즌들의 광고게재 비판을 소비자 의견으로 존중하고 언론사에 시정요구를 하는가 하면 광고게재 중단까지 단행했다. 신문·방송들은 마이니치의 저질 보도물로 인해 언론계 전반에 불신이 확대될 것을 걱정하면서 마이니치에 비판적 보도를 했다. 물론 이 사건 어디에도 ‘검찰’이나 ‘심의’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전직 마이니치신문 기자였던 사사키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마이니치 사태의 원인으로 ‘네티즌의 말을 귀에 담으려 하지 않는 편집국 문화’를 지적했다. 사실 언론사는 오랫동안 비판을 하는 데만 익숙했다. 뉴미디어 환경에서 독자는 수평적 동반자가 됐다. 독자의 비판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신뢰 있는 언론을 만드는 열쇠가 되고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황용석|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