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이 지금은 매우 다양한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지만 몇년전만해도 상당수가 한메일을 썼다.
당시로는 유행처럼 하나쯤 가져야 행세를 했으니 귀찮은 주민등록번호 확인 절차도 감수해가면서 가입했던 기억이 있다.
이 한메일을 만든 다음(Daum)사의 창업자인 이재웅(40.사진)씨가 자신이 적극적으로 인수했던 라이코스 대표이사직마저 물러나면서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월엔 등기이사도 그만뒀는데 이제는 18.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로서의 신분만 갖는다고 한다.
이씨는 벤처 기업인중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중에 하나다. 아나운서 황현정과 결혼을 해서 그를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이씨의 퇴장을 얘기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MS의 빌 게이츠가 떠난 것처럼 한국 벤처산업의 초창기부터 오늘에 이르고 있는 다음이 또다른 시대를 맞이하는 것같아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다음의 이메일은 전국민에게 1인1메일 시대를 열어줬다. 따지고 보면 그저그런 시스템이었는데 수많은 경쟁사들이 명멸하는 동안 굳건히 한 자리를 지켰다.
이메일의 성공은 다음카페라는 '카페 신드롬'을 만들었고 아직도 무슨 아이디어가 있거나 사건이 있으면 다음 카페의 주소에 회원이 평소 얼마였는데 최근 그 이슈로 수백배 방문과 가입자가 늘었다는 내용이 보도될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카페의 성공은 포털로서의 자리잡기에 성공했고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한국벤처계를 평정했다. 네이버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하지만 현금을 많이 쌓아놓고 있었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어 다음은 주목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미디어가 떴다.
기다리면 낙이 오는 걸까. 다음에게 다음 기회가 왔다. 바로 카페를 통한 상거래와 미니쇼핑몰을 통한 수수료 수익모델이 활성화 되면서 부터다. 회사의 주식은 다른 상거래 업체들과 함께 업계를 선도했다.
정리하면 메일->카페-> 뉴스-> 상거래로 이어지는 킬러 콘텐츠가 오늘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미국의 상당수 포털들이 이 모델을 쫓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형국이다. (그리고 결국 구글에게 넉다운 되고 있다.)
이씨의 퇴장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미래가 있을지 궁금하지만 라이코스를 성공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참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장병희 chang@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