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과 육식〉
리처드 W. 불리엣 지음·임옥희 옮김/알마·2만5000원
최근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광우병에 관한 과학서적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다행히 우리나라엔 광우병을 다룬 좋은 책들이 이미 여러 종 나와 있다.
광우병은 쿠루, 스크래피,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과 함께 전염성 해면상뇌증의 일종인데, 발병 과정이 다른 전염병들과 달라 지난 20년간 생명과학자들의 집중 조명을 받은 질환이다. 전염병은 대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매개하지만, 광우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전염된다. 대부분의 생명체에선 디엔에이(DNA)가 아르엔에이(RNA)를 통해 단백질을 생성해내는 일명 ‘센트럴 도그마’를 따르는데 반해 프리온은 그렇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존재’로 불린다. 프리온은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을 뚫어 신경세포를 죽이고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
광우병의 발병과 전염 과정이 독특하다보니, 광우병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거의 탐정소설 수준이다. 콤 켈러허가 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고려원북스, 2007)와 퓰리처상을 받은 과학저술가 리처드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사이언스북스, 2006)은 광우병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기술한 책들이다.
이 책은 새 정부의 농림부와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미리 읽고 협상에 임했어야 했던 책이다. 그러지 않았기에 그토록 어처구니없는 협상을 맺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으며, 광우병의 공포로부터 왜 우리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지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의 검역 체계로는 특정 부위만 제거하면 얼마든지 수입될 수 있는데, 30개월 이하의 소라 하더라도 이것은 심각한 위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이참에 우리의 지나친 육식 문화를 재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2008)나, 제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시공사, 2002), 그리고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짐 메이슨 공저, 산책자, 2008)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지나친 육식 문화를 비판한 책들이다. 이 책들을 함께 읽으면, 내일부터 당장 아침 밥상을 바꾸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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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지은이는 인간이 동물과 특별한 경계 없이 살던 전기사육시대와 동물을 고기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해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사육시대를 거쳐, 지금은 후기사육시대에 와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인들에게 지구 위의 동물은 야생동물과 애완동물뿐이며, 그 외의 동물은 모두 햄버거와 포장육과 같은 제품 형태로 우리 곁에 와 있다는 것이다. 가축의 출산과 도살과정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현대인들이 소와 닭을 대형 할인마트의 빨간 조명 밑 고깃덩어리로만 인식하는 것이 ‘위험 사회’로 가는 전조일 수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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