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협상파문 릴레이 기고]①사실상 SRM 직수입 | |||
입력: 2008년 05월 14일 18:02:01 | |||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양파 껍질 벗기기처럼 계속되는 정부의 변명 속에서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상상력이 구체적 사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정부가 순식간에 논리를 바꿔 쇠고기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또 그 내용이 너무나 초라한 것도 원인이다. 30개월령 미만의 소는 편도와 회장 끝 부위만을 제거하고 뇌나 척수 모두 들여오는 조건이었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 힘으로 수입을 중단 할 수 없다.
미국 도축 시설의 방만한 운영은 차치하고라도 소의 이빨 하나로 30개월령의 위 아래를 정확히 해서 한쪽의 뇌, 척수, 창자 등은 한국인이 먹을 수 있고, 다른 쪽은 못먹는다는 방식은 얼마나 희극적인가. 하지만 그 점을 떠나서라도 문제인 것은 30개월령 미만 수입소의 뇌, 척수 등의 SRM이 안전하느냐 하는 것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SRM인 뇌 1g 미만으로도 발병한다는 사실은 이미 학술지에 발표됐다.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이 있다. 그 OIE에서 다루는 전 세계 광우병 발생 통계 자료는 항상 24개월령 소부터 자료를 챙겨 발표한다. 또 광우병 현장 연구에서는 미국보다 앞선 유럽연합(EU)에서는 비용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모든 30개월령의 소부터 광우병 검사를 하고, 독일은 24개월령부터 전수 검사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비록 많은 광우병 발생이 30개월령 이상에서 나타나지만, 그 이하의 월령에서도 확실하게 광우병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 현실적 국제 기준이다. 또한 지난달 여러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이 개정된 EU의 최신 기준으로 보면 12개월령 이상의 뇌, 척수 등은 모두 SRM이며, 도축하면서 회장 부위만을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의 창자 전체는 연령에 상관없이 SRM이다. 그런데 30개월령 소의 뇌나 척수 등을 그대로 여과 없이 수입하겠다니 나에게는 충격적이다. 그나마 제시한 안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가 보기에 이 또한 허울 좋은 미봉책이다. 광우병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병의 진행이 꽤 진전되었을 때이다. 증상을 나타내지 않지만 광우병에 감염되어 있는 사례는 이미 많이 보고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무방비 상태의 수입 조건과 더불어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하여 전수 검사를 하지 않고 일부만 검사하는 미국 도축 체계를 고려하면,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될 즈음 이미 미국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소가 국내에 유입돼 있을 수 있다. 지금처럼 특정위험부위 등이 그대로 들어오는 수입조건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수입을 중지해도 이미 늦다는 것이다. 타결된 협상 조건이 과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본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국민들이 안심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우희종|서울대 교수·수의면역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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