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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랑의교회 창립 옥한흠 목사, 오정현 목사 비판글 공개 파문 - 한겨레

pudalz 2013. 2. 21. 13:28

서울 사랑의교회 창립 옥한흠 목사, 오정현 목사 비판글 공개 파문

 

 

등록 : 2013.02.20 19:59수정 : 2013.02.20 21:09

옥한흠 목사(왼쪽) · 오정현 목사(오른쪽)

“야심을 비전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로 싸…
밖으로는 귀족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불쌍한 사람들의 정서에 역행하고
부자교회 허세를 부리는 것같이 보이는
이벤트들 계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정현(57) 담임 목사의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창립자 옥한흠(1938~2010) 목사가 후임인 오 목사의 목회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메일(전자우편)이 공개됐다.

이 이메일은 오 목사의 야심과 권력지향적인 목회에 대한 원로목사의 우려가 담겨 있어, 옥 목사를 따르는 이들이 많은 사랑의교회 내부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이메일은 옥 목사의 장남인 옥성호 제자훈련원 출판본부장이 지난 13일 오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를 다루기 위해 소집된 사랑의교회의 당회(교회 최고의결기구)가 열리기 직전 장로 52명에게 일괄적으로 보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생전인 2008년 6월 작성 이메일
후임 목사 목회방식 우려 담아
옥목사 장남이 장로들에 알려
“회개하라는 의미에서 보낸 것”

옥 목사는 2008년 6월1일자로 보냈다는 이 이메일에서 “5년 전 오 목사를 초빙할 때 여러 가까운 목사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자주 피력했지만, 오 목사가 달동네에서 헌신한 존경스러운 부친을 보고 자란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의 야심을 비전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로 싸서 대형교회의 힘을 남용하거나 오용하지 아니하는 양심적인 목사가 될 것으로 확신했는데 지금은 이런 확신이 가끔 흔들려 고민이다”라고 서두를 시작한다.

옥 목사는 ‘저명한 아무개 목사’가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 ‘오 목사의 발목을 잡지 말고 마음껏 자기의 비전을 펼칠 수 있도록 풀어 주라’고 했다고 밝히면서 “‘3년만 넘기면 내 마음대로 목회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소리는 가끔 들었지만, 이런 편지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 지금 ‘발목이 잡힌 목회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오 목사는 정말 오만하고 분수를 모르는 무서운 인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옥 목사는 이어 대운하와 광우병에 대한 오 목사의 (옹호) 주장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난 댓글들을 언급하며 “오 목사가 바른 소리를 했는데 동네북이 되었다면 내가 방패막이가 되어 함께 무덤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목사로서 이 사회의 밑바닥 민심을 너무 읽지 못한 경솔한 소리를 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사랑의교회가 비록 강남에 있지만 이 나라의 1%도 안 되는 강남의 가진 자들을 위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준 일이 별로 없는데, 오 목사는 이상하게도 밖으로는 귀족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소망교회 담임이었으면 좋았겠다는 말도 듣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 본 일이 있는가”라며 ‘권력과 밀착하려는 성향이 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옥 목사는 또 “사람에게 멸시당하고 사회에서 버림받아 교회를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목회자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불쌍한 사람들이 사랑의교회 안에도 부지기수로 많은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밖으로 도는 시간을 절약해서 이런 자들과 함께 울고 웃어 주는 목회자가 진정한 주의 종이요 제자라고 생각지 않는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서민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때에 그들의 정서에 역행하고 부자교회의 허세를 부리는 것 같이 보이는 이벤트들을 계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이 메일을 장로들에게 공개한 옥 본부장은 “아버지(옥한흠 목사)가 (오 목사의) 전횡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러면 교회가 쪼개진다는 장로들의 주장도 있고, (옥 목사의 몸에) 암까지 전이돼 실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장로들이 그때 그런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기에 회개하라는 의미에서 보낸 것이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옥 목사의 서신과 관련해 “개인 메일이 왜 이 시점에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교회가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한편, 오 목사는 자신이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프스트룸 신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교회 내부 ‘조사 보고서’가 공개된 것과 관련해 10일 주일 설교에서 “저에게 2주일 전 직접 문제 제기한 분이 ‘건축으로 사회 문제 일으킨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 이 문제를 덮겠다. 48시간 안에 사임하지 않으면 이 사실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놀라서 사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오 목사의 논문표절에 대한 교회 내 조사위원장을 맡아온 권영준 장로(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회도 살고 오 목사도 멋진 사람이 되려면 자발적 사임이 바람직하다는 교계 원로 목사들의 말을 전했는데, 거두절미하고 내가 협박한 것처럼 몰았다”면서 “교회 안에 꾸려진 대책위원회가 이미 확인된 논문 표절에 대해 명백히 규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목사세습 거부하고 정년 앞당겨 은퇴
목회자협 뽑은 ‘존경받는 목회자 1위’

옥한흠 목사 누구인가

옥한흠(1938~2010) 목사는 강남 대형교회 목사들의 세습이 줄잇던 지난 2003년 정년을 5년 앞당겨 오 목사에게 담임직을 넘겨주고 은퇴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경직·조용기 목사를 제치고 개신교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 1위로 꼽힌 인물이다.

오 목사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 서초동 법원앞 사거리에 대형 교회건물 신축 헌금을 모금하고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옥 목사의 생전 발언과 영상을 활용해오던 터였다. 아들인 옥성호 제자훈련원 출판본부장은 “사랑의교회 예배당 건축과 관련해 더는 아버지를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오 목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오 목사 쪽이 건축에 대한 비난이 일자 ‘건축부지를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 적힌 옥 목사의 수첩 메모를 들어 비난을 무마하고, 2009년에 이어 올해 초 ‘2차 작정헌금’ 유인물에서도 ‘옥 목사가 교회건축을 찬성했다’는 내용을 넣은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옥 본부장은 “아버지가 찍힌 (교회건물 신축 독려) 동영상은 오 목사의 협박에 가까운 강압에 밀려 (하는 수 없이) 찍은 것이다. 아버지가 교회 건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것은 오 목사가 잘 안다. 공공도로 점유 논란에 휩싸이고 3000억원 이상이 드는 건축을 (아버지가 계셨다면) 가만히 손놓고 보고 계셨겠느냐”고 말했다.

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