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모, 그가 말했다.
"영정사진 쫌 찍어줘!"
"뭔…그 나이에 영정사진을"
"아냐.. 뭔가 오고 있어. 내 느낌이 그래."
"아 쓸데없는 소리"
"찍어줘!
봐! 내 얼굴에 그 아름다웠던 미소가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
내 얼굴이 바뀌고 있다니깐..
내가 봐도 지금의 내 얼굴은 싫어. 점점 더 그럴거 아냐..."
알았다구...그럼 내일 낮에 찍자고 하구선 자리를 떳다.
그리구선 오늘, 그를 애써 피해 다녔다.
나중에 듣자하니 몸이 아파 집에 있었다고 했다.
어제 고착 과정에서 머리를 땅에 세게 부닥쳤다고 했다.
피가 흘렀다고 했다.
오래전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난 '온전한 몰두' ‘온전한 투신' '온전한 몰입’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안 살면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예술가다 보니,하나에 몰두하는 거죠.
이런 말 하면 좀 오만한 것 같지만,
투쟁할 때 가장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지난 날은 글의 양으로 활동했다면,
이제는 좀더 그런 것을 줄이고 아끼면서
질적으로 적지만 강하고 뚜렷하게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그 고민의 막다른 지점에 해군기지 결사반대에
얼마나 내가 충실할 것인가가 있는 거에요.
나는 죽기로 막을 거지만,
설령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기에 흔적을 남겨놓지 않으면
그 이후에 제주에 올 모든 문제에 경고 조차 할 수 없어요.
말은 곧 실천! 그것을 좀 육화시켜볼까 생각하는 거에요.
표어처럼 붙여놓지 말고....
글과 말로 보여줄 나의 행동의 스케쥴을 짜고 있는 것이죠.”
두번의 옥중 단식, 70일 그리고 50일.
지금 그는 또 무슨 결심을 내 보이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