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92년 파업 주역도 함께한다
정년 1년여 앞둔 안성일 부국장 등 동참 “끝내 이기리라”기자협회보김고은 기자입력2012.03.28 17:03
왼쪽부터 안성일 부국장, 최상일 부국장, 정찬형 부국장. MBC 파업이 28일 59일째를 맞았다. MBC 사상 최장기 파업이었던 1992년의 '50일 파업' 기록은 이미 오래 전에 넘어섰다. 이젠 매일의 투쟁이 MBC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92년 MBC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민주의 터'에 울려 퍼졌던 '공정방송'을 향한 함성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사이 정권이 네 차례 바뀌고 더 많은 사장이 자리를 거쳐 갔지만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 노조 간부 해고, 징계 등 경찰 난입을 제외한 모든 일들이 20년 전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고소·고발과 재산 가압류 등 노조에 가해지는 압박의 강도는 오히려 20년 전보다 훨씬 심화된 형국이다.
결국 보다 못한 '노병'들이 나섰다. 20년 전 50일 파업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노조를 떠난 지 10여 년 만에 다시 민주의 터에서 후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92년 파업을 촉발한 해고 파문의 주인공인 안성일 심의평가국 부국장을 비롯해 당시 50일 파업의 주축 세력이던 입사 30년차 전후의 노장 20여 명은 노조에 재가입하고 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국장, 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정년과 안식년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흔들리지 않고 단결한다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90년 노조 위원장 재직 당시 'PD수첩' 불방 사태에 항의하다 해고된 뒤 92년 파업으로 경찰에 강제 구인까지 당했던 안성일 부국장은 20년 만에 '평조합원' 신분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년퇴임까지 남은 시간은 1년9개월. 조용히 지켜만 볼 수도 있었지만 그의 마음이 허락지 않았다. 그는 "당시 파업을 했던 정신 때문에 우리가 MBC에서 기자, PD로 일하면서 부끄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도 옳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소리에 이끌려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92년 노조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을 지냈던 최상일 라디오본부 부국장과 민실위 간사였던 정찬형 부국장도 뜻을 함께했다. 라디오본부장과 글로벌사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정찬형 부국장은 "경영적인 의사 판단은 물론 법인카드를 집행하는 자리에도 있어봤지만 이렇게 염치없는 의사 결정이 이뤄진 시절은 없었다"고 김재철 사장 체제를 촌평했다.
92년 파업 당시의 주역들이 모두 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보도국 조합원으로 거리에서 파업 선전물을 돌렸던 김재철 사장은 '역대 최악의 사장'이란 불명예 속에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역시 당시 조합원 자격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이진숙 기자는 현재 홍보국장 겸 대변인으로 김재철 사장의 '입'이 되었다. 92년 당시 노조 보도부문 부위원장으로 경찰에 강제구인을 당하고 이후 노조 위원장까지 지낸 김종국 기자는 현재 창원MBC 사장으로 재직하며 진주-창원MBC 강제 통폐합에 반대하던 정대균 전 노조 위원장을 직접 해고하기도 했다. 손석희 교수와 함께 당시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 조합원 중 한 명이었던 한선교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언론장악'의 주역 중 하나로 비판을 받고 있다.
MBC 최대주주로서 MBC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의 행보도 20년 전과 크게 다르다. 92년, 96년 파업 당시 방문진은 파업 사태 해결과 방송 정상화를 위해 노조와 대화에 나서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재 방문진은 "MBC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안성일 부국장은 "예나 지금이나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는 같지만 그때는 이명박 정권처럼 자기 사람만 끌어다 심지 않았고, 그래서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정권을 잡았다고 전리품을 챙기듯이 능력도, 양심도 없는 사람을 꽂아 넣은 뒤 모른 척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92년 파업은 50일 만에 끝이 났고, 4개월여 뒤에 최창봉 사장은 퇴진했다. 해고됐던 안 부국장도 3년 만에 복직됐다. 김재철 사장 체제 들어 해고된 이는 4명에 달한다. 김재철 사장의 임기는 약 2년이 남았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 없이는 공정방송도 불가능하다며 끝장 투쟁 중이다. 노사 모두 퇴로 없는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안 부국장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해결될 것"이라며 "한뜻으로 집행부를 믿고 가면 끝내 이긴다"고 말했다. < copyrightⓒ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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