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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도 떨어뜨린 ‘정권 2인자’… 상당수 퇴임 후 ‘수난’ - 세계일보

pudalz 2011. 6. 9. 10:43

나는 새도 떨어뜨린 ‘정권 2인자’… 상당수 퇴임 후 ‘수난’

세계일보 | 입력 2011.06.08 20:14 | 수정 2011.06.09 09:55 |

 

 

역대 수장 통해 본 '영욕의 반세기'

[세계일보]

김대중 정권 때의 일이다.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를 찾을 때마다 귀에 리시버를 꽂은 수행원이 항상 미스터리한 007가방을 들고 다녀 그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기자들의 온갖 억측을 낳고는 했다. 우연히 007가방 안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날만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안에는 신문 한 부만 달랑 있어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007가방에 대한 관심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정보·보안기관 수장에 대한 궁금증이 그만큼 컸음을 보여준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를 한때 누리던 역대 국정원(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 포함) 수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특히 대한민국 대통령의 최후나 퇴임 후가 그리 아름답지 못했던 것처럼 국정원 수장의 운명도 부침을 거듭했다. 상당수가 영어(囹圄)의 몸으로 전락했고, 암살자·망명자라는 비운의 이름이 붙기도 했다. 정권의 2인자로서 상황에 따라 '악역'을 수행해야 했던 정보기관 수장의 숙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초대 중정 부장을 지낸 김종필 전 총리, 김형욱(4대)·이후락(6대)·김재규 중정부장(8대), 장세동 안기부장(13대)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풍운아'로 꼽힌다. 김 전 총리는 5·16 군사정변 이후 줄곧 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중정 창설의 주인공이었지만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에는 군 후배들에 의해 재산이 몰수되고 정치활동이 금지되는 수난을 겪었다.

재임 시절 숱한 정치공작으로 권력 실세로 군림했던 김형욱 전 부장은 미국으로 망명해 과거 '주군'을 비난하다가 1979년 프랑스에서 중정 요원들에게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후락 전 부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잃고 영국령 바하마행을 택했다가 안전을 보장받고 귀국했다. 그러나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부정축재자로 몰려 은둔생활을 하다 2009년 노환으로 사망했다.

김재규 전 부장은 가장 '문제적 인물'이다. 1979년 10월 26일 고향 선배인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뒤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말을 남기고 이듬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장세동 전 부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7년 재임 기간 중 5년을 경호실장, 안기부장으로 보좌했다. 퇴임 후 세 차례나 구속됐으나 끝까지 주군을 보호해 '의리의 사나이 돌쇠'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으며 2002년 16대 대선에도 출마해 화제가 됐다.

1961년 김종필 초대 부장에서 현 원세훈 국정원장까지 지난 50년간 국정원 수장 자리에 앉은 이는 30명이다. 1인 평균 1년8개월간 재임한 셈이다. 김형욱 전 부장이 6년3개월로 가장 길었고, 김용순 전 부장(2대)이 2개월로 가장 짧았다. 대통령 1명(10대 전두환), 국무총리 2명(초대 김종필·12대 노신영)을 배출했다.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 수장의 특징은 뚜렷하다. 무인(武人)천하였던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는 군인 출신이 대세였다. 박 정권에서는 5·16 세력이, 전 정권에서는 12·12사태 세력이 핵이었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군과 함께 검찰 출신이 중용됐다. 법조 출신 발탁은 권력남용을 제어한다는 의도도 있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에서는 본격적인 문민화가 추진되면서 군 출신의 경우 과거 정권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기용됐다.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던 노무현 정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법조 출신이 많았고, 특히 국정원 공채 출신 첫 수장(28대 김만복)이 나오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S라인'(서울시 출신)의 대통령 측근인 원세훈 원장이 2년4개월째 재임 중이다.

김청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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