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 뒤에 숨은 언론 | ||||||||||||
백혈병노동자…태안 기름유출사건…3대 경영세습 논란 ‘침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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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처녀들은 하얀 우주복을 입고 / 독한 납용액과 1급 발암물질 벤젠과 / 날카로운 전자파와 방사선을 / 복숭아빛 발그란 몸으로 빨아들여 / 모든 것이 하얘져 / 핏속까지 하얘져(시 ‘삼성블루’ 중, 박노해, 2010). 그런데 이들에 대한 산업재해 치료 및 보상은 없다. 지난해 12월 21일 보건· 법률· 학계 등 시민사회인사 534인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버틸 힘도 시간도 없는 삼성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없다”며 사회적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주요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MBC와 SBS의 경우 〈PD수첩〉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백혈병 산재 논란’을 아이템으로 검토했으나 방송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도체공정과 혈액암의 연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거라 예상되는 가운데 언론이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었던 것이다. 지상파의 한 시사교양 PD는 “문제제기 수준에서는 방송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뒤 “삼성의 외압은 없었다”고 했다. ▲방송에서 보기 힘든 ‘삼성’ 아이템 또 있다=2008년 삼성중공업 소속 화물선이 유조선과 충돌하며 서해안 생태계를 파괴시켰던 ‘태안 기름유출사건’의 경우도 삼성 측의 사회적 책임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언론은 애매모호한 보도로 일관하거나 관련 사실을 내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담당 간사는 “3년 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 정부가 준 피해보상금은 전체의 5%도 안 되고 주민들은 암환자가 급증하고 아이들의 정서불안증세도 7배나 늘었다”고 전했다. 정 간사는 “태안 사태의 첫 번째 책임자인 삼성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정부와 언론이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은 삼성의 3대 경영세습 비판에도 인색하다. 선진국 글로벌 기업에서 자녀들이 직접 경영을 이어가는 일은 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지난해 말 이재용 · 이부진 씨의 사장 승진과 관련해 “젊은 삼성”이라며 추켜세웠다. 주요 언론은 이건희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주식 거래에서 편법과 변칙을 동원했다는 점도 거의 언급하지 않으며 “뛰어난 성과를 올려 승진했다”는 삼성 측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해당 판결은 음지에서 움직이는 자본권력에 일정 수준 이상은 접근하지 말라는 선을 그은 것과 같아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더욱 위축되고 삼성 관련 이슈를 보도하는 기자들은 사실상 ‘자기검열’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많다. 때문에 언론인의 ‘자발적 복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세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인은 “자본독재의 시기에 상응하는 사회적 긴장이 있어야 하는데 언론인들이 욕망을 매개로 (자본권력에) 포섭되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세화 편집인은 “국가의 공공성이 완전히 무너지고 삼성 앞에 모두가 무장해제한 상황에서 유일한 견제책은 언론”이라며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을 강조했다. 〈취재파일 4321〉에서 ‘삼성 백혈병’ 이슈를 취재했던 심인보 기자는 “다른 분야에선 의혹만 갖고도 기사를 쓰지만 유독 삼성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는 기사요건이 신중하고 까다로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관련 아이템이 까다로운 이유로 △소송에 대한 두려움 △일류기업에 대한 애국심 △삼성 측의 집요한 홍보 등을 꼽았다. 이어 “언론인이 학문적으로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릴 순 없다”고 덧붙였다. 〈추적 60분〉에서 ‘삼성 백혈병’이슈를 다뤘던 임종윤 PD는 “지난 방송에서 삼성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 측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퇴직한 직원이 관련 암에 결렸을 때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앞으로 누군가는 계속 삼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책임경영이 강화되는 국제적 추세에서 거대 자본권력에 대한 언론인의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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