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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돈으로 ‘언로’ 차단…연봉제 철폐해야” - 한겨레

pudalz 2011. 5. 21. 02:03

[이사람] “돈으로 ‘언로’ 차단…연봉제 철폐해야”
한겨레 | 입력 2011.05.19 18:40

 

 

[한겨레] '로비 농성' 1년 맞은 에스비에스 이윤민 노조위원장


경영진 사내 출·퇴근길에 농성
"독립성 확보·지주사 개입 저지"
내달 9일 파업찬반 투표 예정


이윤민(사진·공채 1기 피디) < 에스비에스 > (SBS)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5월17일 취임하자마자 회사 로비 한쪽에 책상을 가져다놓고 이동 사무실을 차렸다. 회사에서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부장급 이상과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그는 로비 한편에서 지난 1년 '연봉제 철폐'를 외치며 농성을 이어 왔다. 출퇴근하는 경영진과 눈도장을 찍어가며 기싸움을 펼쳤다. 날마다 이런 어색한 장면을 겪어야 하는 경영진의 심기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이 신경전은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이다.

종합편성채널 출범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연봉제로 경영성과를 올리겠다는 게 사쪽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지난 15일 < 한겨레 > 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쓸려 연봉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개인 능력보다 협업이 중요한 방송사가 채택할 제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반 기업과 달리 언론사에서 연봉제를 도입하면 자본의 이익을 앞세워 소신 있는 보도나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일 잘하는 사람에게 돈을 많이 주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돈을 미끼로 말 잘 듣는 사람으로 길들이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기존 호봉제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려는 회사 쪽에 항의했을 때 인사 불이익이 있지만, 연봉제에선 몸값을 볼모로 가족 전체의 생계를 직접 압박할 겁니다."

에스비에스 노사의 또다른 갈등 요인은 '지주회사' 문제이다. 이 위원장은 "모기업인 태영건설의 언론사 소유가 방송 공공성에 부적절하다는 취지에서 (지주회사인) 홀딩스를 세웠으나 중요 사안마다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월드컵 단독중계의 이익도 고스란히 홀딩스 자회사로 넘어가고 에스비에스는 되레 영업이익이 적자"라며 "에스비에스가 홀딩스에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경영을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연봉제를 둘러싼 노사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도 이런 홀딩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다음달 9일부터 연봉제 저지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또 그는 방송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지주회사 도입이 일반화될 수 있다며 언론사와 시민사회의 소통과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개월 동안 월급을 노조에서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쪽과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임자 7명의 임금을 모두 조합비로 충당하게 된 탓이다.

글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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