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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업자들 ‘종편 부작용’ 우려 심각 - 한겨레

pudalz 2011. 1. 12. 09:49

언론사업자들 ‘종편 부작용’ 우려 심각

한겨레 | 입력 2011.01.12 08:50

 

[한겨레] "우리 미디어는 조화로운 경쟁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신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를 발표하며 '조화로운 경쟁'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언론 사업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그간 미디어 다양성의 주춧돌 구실을 해왔던 지역방송이나 전문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지역신문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들 매체들은 이번 방통위 결정으로 여론 다양성 훼손과 방송의 선정성 및 콘텐츠의 획일화, 광고매출 급감, 지역언론의 기반 약화 등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 OBS 자생기반 급속 악화될것

김학균 < 오비에스 > (OBS) 경영기획실장

후발주자인 우리에겐 치명타다.

오비에스는 2007년 12월28일 개국했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960억원의 적자를 봤다.

자생 기반이 지금도 취약한데 종편이 들어오면 홀로서기 경영은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종편 진입으로 광고매출이 줄면 '재원 부족→콘텐츠 투자 축소→시청률 감소'라는 악순환 굴레가 고착화될 것이다.

< 한국방송 > (KBS)과 < 문화방송 > (MBC)이 지난해 9월 경기·인천지역에 지국 및 지사를 신설하면서 광고매출과 매체 영향력이 축소된 마당에 종편 진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 YTN 연합, 뉴스 도소매 독과점

< 와이티엔 > (YTN) 관계자(익명 요구)

위기의식을 갖고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 연합뉴스 > 의 보도채널 진출은 우리로선 큰 위협이다. 연간 300억원이 넘는 정부 지원을 받는데다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라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1995년 대주주로 와이티엔을 출범시킨 뒤 1998년 외환위기 때 적자경영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한 연합뉴스가 다시 보도채널을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국가 기간뉴스통신사가 직접 보도채널을 운영하는 건 여론 독과점 폐해를 낳을 수 있다. 통신사는 언론사에 뉴스를 제공하는 도매상인데, 방송채널을 사용해 소매상까지 겸하는 건 폐해가 크다. 세계 어느 국가도 뉴스의 도소매업을 겸하는 곳이 없다.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피하는 거다.

■ 디원티브이 PP에 채널배당 희박해져

윤인모 < 디원티브이 > 대표(피피)

다양성과 전문성을 추구하는 미디어시장에서 종편 대세론을 강조하는 건 방송시장의 균형발전을 외면한 처사다.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아날로그의 경우 채널 70개를 운영한다. 개별 피피는 150여개다. 피피들은 채널을 갖기 위해 에스오들과 매년 힘겹게 협상한다. 공익채널, 지상파방송에 더해 의무전송인 종편까지 들어오면 피피한테 배당되는 채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종편이 들어와 끼어들 자리가 없어지면 전문 장르로 방송의 다양성에 기여한 피피들은 몰락한다. 사실상 퇴출이다. 오락과 드라마가 판을 치는 폐단이 나타날 것이다.

대구방송 지역민방 광고 최소 35%↓

윤영삼 < 대구방송 > (TBC) 정책심의부 차장

보수언론의 방송 장악과 지역언론의 중앙 예속화가 걱정된다. 지역경제 침체로 방송광고 매출이 축소된 상황에서 지역방송은 탈출구가 없다. 지역민방의 고사는 시간문제다. 지역민방을 위한 정책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방통위가 거대 미디어그룹 육성을 명분으로 종편을 도입했다. 지역방송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종편이 도입되면 9개 지역민방의 광고매출은 최소 30~35% 줄 것으로 전망한다. 종편사업자들이 협력관계를 맺은 지역신문 기자들을 동원해 지역기업을 윽박질러 광고를 유치하는 불공정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역기업들도 우려한다.

■ 불교방송 민영미디어렙땐 수익 80%↓

박원식 < 불교방송 > (BBS) 보도국장

종교방송은 < 시비에스 > (CBS), < 평화방송 > (PBC), 불교방송, < 원음방송 > (WBC) 합쳐서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3~4%를 차지한다. 불교방송은 광고물량의 80%를 한국방송광고공사로부터 배분받고 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종편 선정을 고려한 시뮬레이션 결과, 광고물량의 70~80%가 감소하는 걸로 나왔다. 종교방송은 다양성 측면에서 존재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경쟁은 시장이 수용할 여력이 있을 때 가치가 있는데 이제 정글의 법칙만 남게 됐다. 포화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면 방송의 선정성과 편파성이 본격화될 것이다.

■ 옥천신문 지역 목소리 사라질 우려

이안재 < 옥천신문 > 대표

도미노 효과가 우려된다. 지역의 광고시장은 좁다. 옥천신문은 지난해 광고매출이 2억원이다. 종편이 지역광고를 싹쓸이하면 연쇄적으로 지역 광고시장 사슬의 가장 아래 있는 지역신문이 피해를 입는다.

광고주들이 대부분 지역 농협이나 금융기관, 소상공인들이다. 지금도 광고비 없다고 일년에 한두번 광고 주는데 종편이 지역에서 난립하면 대응 방안이 없다. 종편이 막강한 광고영업 인력으로 치고 들어올 것 아닌가. 지역신문은 대부분 별도의 광고영업 직원도 없다. 답답하다. 종편이 지역의 목소리를 담는 방송의 공적 기능을 수행할지도 의문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