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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산업 발전 실체없이 ‘종편 특혜’만 만지작 - 한겨레

pudalz 2010. 12. 25. 10:53


미디어산업 발전 실체없이 ‘종편 특혜’만 만지작

기사등록 : 2010-07-21 오후 07:39:12  기사수정 : 2010-07-23 오후 04:21:54

 

언론법 날치기 1년
수신료 인상으로 ‘종편 먹여살리기’ 모색
선정 시기도 수시 말바꿔…정치카드 활용
한겨레 권귀순 기자

 

»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신문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22일 한나라당은 방송법과 신문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여야의 격렬한 물리적 충돌은 물론 대리투표, 재투표 등 표결 과정에서 온갖 위법이 저질러졌다. 그리고 2008년 12월 총성을 끊은 ‘언론법 입법 전쟁’은 파국적 결말을 맞았다.

절차적 위법성을 무릅쓰고 언론법을 밀어붙인 여권의 논리는 ‘소유규제 완화를 통한 미디어산업 활성화’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주장은 실체가 모호하다. 오로지 조·중·동 가운데 누구누구에게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떡’을 줄 것인가라는 ‘명제’만 뚜렷하다.

신문이 지상파의 10%,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의 3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게 방송법의 뼈대다. 표결 과정의 불법 논란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헌재는 “절차적으로 위법하니 국회에서 재논의하라”고 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민주당이 부작위 권한 침해 소송을 헌재에 내놓은 상태다.

이런 절차적 문제와 별개로, 정부 여당이 날치기 이후 보여준 행보는 ‘산업 발전론’이라는 법안 강행처리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실제 정부·여당은 방송법 처리 이후 종편 추진과 광고 규제 완화 외에 이렇다 할 방송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방송채널사업자(PP)에 대한 콘텐츠 제작 지원이 절실한데 이와 관련된 실질적 정책이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 산업 발전이 중요하다고 언론법을 밀어붙였으면서, 정작 누가 들어와서 뭘 어떻게 해야 산업이 발전하는지 큰 그림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 사업자 선정 시기를 두고 수시로 말을 바꿨다. 종편 선정 시점을 ‘연내(2009년 7월)→내년 초(9월)→내년 상반기 이후(12월)→연내(2010년 3월)’로 계속 미뤘다. 방송산업 활성화의 핵심으로 선전해 온 종편채널의 선정 시점을 지방선거에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늦추는 행태는 언론법의 정치적 성격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 여권 인사들의 ‘언론법’ 주요 발언(※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종편 트리플 특혜’(수신료 인상을 통한 광고 파이 키우기+황금채널 배정+의무전송 혜택)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도 방송시장 활성화 논리에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양질의 콘텐츠가 자체 광고시장을 만들어낸다’는 애초 주장과는 달리 수신료를 올리지 않으면 종편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연초 5000원에서 6000원 사이로 수신료 인상선을 제시한 최시중 위원장은 이렇게 수신료가 오를 경우 7000억원 가까운 광고가 미디어산업에 풀릴 것이라면서 수신료 인상의 종편 부양 효과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권은 언론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소유규제를 완화하면 (방송의) 광고시장 파이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제 와선 국민에게 부담을 지어 종편을 먹여 살리겠다는 속내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현재 방송시장에서는 수신료가 인상돼야만 광고 파이가 커진다”며 “종편이 콘텐츠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최소투자로 열매만 따 먹으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22일 “수신료 인상은 큰 틀에서 방송산업의 경쟁력공영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한국방송 광고가 민간으로 빠진다고 얼마나 종편으로 흘러들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선교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통과시켰는데 아직 아무것도 시행되지 않아 그렇게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며 “수신료 인상은 국민 부담이기 때문에 강행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종편 사업자 수를 둘러싼 ‘딜레마’ 역시 졸속 입법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보기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종편 사업자 수는 어떤 걸 내놔도 정치적 실패와 경제적 실패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소수를 주면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다 내주면 다 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편 특혜 정책은 언론 전체를 다 죽이는 정책”이라며 “종편정책을 폐기하고 신문을 진정으로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신료가 인상된다는 전제 아래 생존 가능한 종편 채널은 1개 정도라는 게 언론학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종편 회의론’이 여권 내부에서 최근 흘러나오면서, 지상파 민영화 시나리오를 포함한 방송 재편을 염두에 둔 출구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여권이 문화방송과 한국방송2채널 민영화, 경인지역 지상파인 오비에스 인수까지 포함한 방송시장 전체를 재편하려는 포석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