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공정성 심의 관둬라"
미디어오늘 | 입력 2010.11.13 12:28
PD연합회-언론정보학회 토론회…위헌소지에 정치적 편향까지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공정성 조항으로 심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해당 조항 적용에 위헌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가 사실상 행정기관이기에 정부여당에 유리한 심의결과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먼저 지적된 것은 방통심의위의 기구 성격이었다.
방통심의위는 스스로 '민간독립기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상의 행정기관이라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방통심의위를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대통령과 여당 추천 인사를 다수 포함해 위원이 위촉되고 있으며, 사무처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있고, 조직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가가 지급하게 돼 있다는 점 등이다.
여기서 행정기관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 '검열'을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에 표현물을 제출해 그 유통이 금지되는 제도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관이 아니라면, 검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현행법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게다가 방통심의위는 사전에 각 방송사로부터 방송프로그램을 제출받아 심의하는 것도 아니다. 자체 인지 또는 외부 민원에 따라 방송 후 프로그램을 심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위축효과'를 강조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윤 연구위원의 주장대로 행정권에 의한 것은 맞지만, '사후심의'이기에 일단 헌재의 '검열'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행정권에 의한 '사후심의'도 헌법적으로 금기시돼야 한다는 지적했다. 사법심사 전에 이뤄지는 행정권의 작용은 항상 일정한 '위축효과'를 불러일으켜,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위와 표현을 자제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방통심의위는 사실상의 행정기관이며, '사후심의' 역시 '검열'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는 게 보편적이어서 방통심의위는 '검열'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라는 주장이다.
윤 연구위원은 "방송사가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내용을 방송하면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조항으로 제재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방송사의 재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돼있다"며 "결국 프로그램을 사전에 일일이 심의하지 않더라도 사전검열과 동일한 효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공정성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제한의 원칙 등에서 위헌적 요소가 매우 높다고 봤다. 특히 1항의 진실성과 달리 2항의 균형성과 3항의 객관성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하고'라는 대목은 명확하지만,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에서의 '균형'은 양적균형인지 질적균형인지, 그리고 그 적용대상은 단일프로그램인지 연속프로그램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심의규정은 공정성 조항에서 방송사가 논쟁적인 사안을 다룰 때 공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작 방송사가 논쟁적인 사안을 회피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윤 연구위원은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심의규정으로 방송내용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개선방안을 냈다. 예를 들어 정치인 출연 방송의 경우 동등한 기회를 주는 조항만 남기고 균형성 등 자의적 적용이 가능한 조항은 없애라는 것이다. 공정성 심의규정은 진실성을 핵심요건으로 개정하고, 실제 심의할 때는 방송사가 이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가 낸 대안은 세 가지다. "방통심의위를 폐지하고 독일이나 일본, 영국의 BBC처럼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방송심의규정 9조2항의 균형성 심의를 자율규제로 전환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정부가 당사자이거나 정부가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보도에 공정성을 적용해 제재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한다"는 것.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이를 스스로 택할 것이라는 전망은 높지 않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008년 출범 이후 그해 7월 MBC < PD수첩 >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시청자에 대한 사과)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2009년 1월 'YTN 노조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경고), 같은 해 4월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다룬 MBC의 < 뉴스데스크 > (경고) 및 < 뉴스 후 >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을 공정성조항을 근거로 제재했다. 이들 모두 현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지난 7월 4일 KBS가 방송 송출 도중 '노조 불법파업' 흘림자막(스크롤)을 내보낸 데 대해서는 9월 29일 '권고' 조치했다. '권고'는 행정지도 성격으로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제재가 아니다.
정부여당추천 위원들의 입장이 주로 반영된 결과로, 당시 위원회는 9조 2항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적용할 수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 사장 아래 노조가 파업한 데 대해 법적논란이 있음에도 불법파업이라고 방송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일 이에 대한 '보상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MBC 라디오 < 박혜진이 만난 사람 > 의 진행자 박혜진 아나운서가 지난 9월 14일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조합원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여승무원을 격려한 데 대해 '권고' 수준에서 그친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공정성 심의라면, 차라리 해당조항을 적용하지 말자는 게 토론회의 결론이다. 박 교수는 "공정성 심의자가 심의자를 통제하는 정부에게 불공정한가를 심의하는 한 미국헌법에서 금지하는 '견해차에 따른 차별'이 된다"며 "정부추진 사업에 대한 보도나 논평을 두고 공정성 심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창섭 한국PD연합회장은 "우리의 창의성과 자율적 비판을 가로막는 힘에 대해 더 이상 발언을 늦출 수 없다"며 "방통심의위의 행태가 옳은지 이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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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공정성 조항으로 심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해당 조항 적용에 위헌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가 사실상 행정기관이기에 정부여당에 유리한 심의결과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먼저 지적된 것은 방통심의위의 기구 성격이었다.
방통심의위는 스스로 '민간독립기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상의 행정기관이라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방통심의위를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대통령과 여당 추천 인사를 다수 포함해 위원이 위촉되고 있으며, 사무처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있고, 조직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가가 지급하게 돼 있다는 점 등이다.
여기서 행정기관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 '검열'을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에 표현물을 제출해 그 유통이 금지되는 제도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관이 아니라면, 검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현행법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게다가 방통심의위는 사전에 각 방송사로부터 방송프로그램을 제출받아 심의하는 것도 아니다. 자체 인지 또는 외부 민원에 따라 방송 후 프로그램을 심의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2008년 12월23일부터 27일까지의 MBC < 뉴스데스크 > 미디어관계법 관련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듬해 4월 이 프로그램에 공정성 조항을 적용해 중징계했다.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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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교수는 행정권에 의한 '사후심의'도 헌법적으로 금기시돼야 한다는 지적했다. 사법심사 전에 이뤄지는 행정권의 작용은 항상 일정한 '위축효과'를 불러일으켜,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위와 표현을 자제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방통심의위는 사실상의 행정기관이며, '사후심의' 역시 '검열'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는 게 보편적이어서 방통심의위는 '검열'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라는 주장이다.
윤 연구위원은 "방송사가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내용을 방송하면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조항으로 제재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방송사의 재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돼있다"며 "결국 프로그램을 사전에 일일이 심의하지 않더라도 사전검열과 동일한 효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공정성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제한의 원칙 등에서 위헌적 요소가 매우 높다고 봤다. 특히 1항의 진실성과 달리 2항의 균형성과 3항의 객관성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하고'라는 대목은 명확하지만,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에서의 '균형'은 양적균형인지 질적균형인지, 그리고 그 적용대상은 단일프로그램인지 연속프로그램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심의규정은 공정성 조항에서 방송사가 논쟁적인 사안을 다룰 때 공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작 방송사가 논쟁적인 사안을 회피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윤 연구위원은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심의규정으로 방송내용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개선방안을 냈다. 예를 들어 정치인 출연 방송의 경우 동등한 기회를 주는 조항만 남기고 균형성 등 자의적 적용이 가능한 조항은 없애라는 것이다. 공정성 심의규정은 진실성을 핵심요건으로 개정하고, 실제 심의할 때는 방송사가 이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가 낸 대안은 세 가지다. "방통심의위를 폐지하고 독일이나 일본, 영국의 BBC처럼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방송심의규정 9조2항의 균형성 심의를 자율규제로 전환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정부가 당사자이거나 정부가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보도에 공정성을 적용해 제재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한다"는 것.
▲ 지난 2008년 10월24일 YTN < 뉴스 오늘 > 'YTN 노조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듬해 1월21일 정부여당 추천위원 6명의 찬성으로 공정성 조항을 적용해 '경고' 조치했다. ⓒYT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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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지난 7월 4일 KBS가 방송 송출 도중 '노조 불법파업' 흘림자막(스크롤)을 내보낸 데 대해서는 9월 29일 '권고' 조치했다. '권고'는 행정지도 성격으로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제재가 아니다.
정부여당추천 위원들의 입장이 주로 반영된 결과로, 당시 위원회는 9조 2항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적용할 수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 사장 아래 노조가 파업한 데 대해 법적논란이 있음에도 불법파업이라고 방송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일 이에 대한 '보상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MBC 라디오 < 박혜진이 만난 사람 > 의 진행자 박혜진 아나운서가 지난 9월 14일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조합원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여승무원을 격려한 데 대해 '권고' 수준에서 그친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공정성 심의라면, 차라리 해당조항을 적용하지 말자는 게 토론회의 결론이다. 박 교수는 "공정성 심의자가 심의자를 통제하는 정부에게 불공정한가를 심의하는 한 미국헌법에서 금지하는 '견해차에 따른 차별'이 된다"며 "정부추진 사업에 대한 보도나 논평을 두고 공정성 심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창섭 한국PD연합회장은 "우리의 창의성과 자율적 비판을 가로막는 힘에 대해 더 이상 발언을 늦출 수 없다"며 "방통심의위의 행태가 옳은지 이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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