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의 채무지급유예선언은 국내에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자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와 돈을 받아야 할 국토해양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파장을 우려하며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전임 집행부가 그동안 무리하게 공공청사 건립, 공원로 확장공사 등 대단위 사업에 많은 지출을 했다"며 "세입이 줄면 긴축재정을 해야 하는데 일반회계 부족분을 판교특별회계에서 전입하는 바람에 재정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전임 집행부의 무리한 사업 때문임을 시사한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우리 시 입장에서 볼 때 상환해야 할 시점을 용역이 끝나는 금년 말로 전망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가 12일 채무지급유예선언을 하면서 전임 집행부의 주요 예산낭비 사업으로 지목한 분당구 여수택지개발지구 내 신청사 전경.◇"호화청사 등에 펑펑 쓴 탓"= 판교특별회계는 판교신도시 조성을 하면서 도시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한 예산이다. 즉 성남시의 수익금이 아니라 대부분 상환해야 할 자금인 것이다. 그러나 성남시는 상당액을 일반회계로 전용했다. 성남시의회는 지난해 판교특별회계 운영 현황을 분석한 뒤 성남시가 호화신청사 건립과 공원조성 등을 위해 수천억원을 끌어다 쓴 의혹(경향신문 2009년 12월18일자 1면 보도)을 제기했다. 실제 시청사 신축공사가 시작된 2007~2009년 사이에 판교특별회계 예산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판교특별회계에서 빠져나간 돈은 고스란히 성남시민 세금(일반회계)으로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빚'이다. 판교신도시는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경기도가 공동 개발사업자다. 이재명 시장은 현 사태가 해결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대신 지방채를 발행해 4년 내에 모두 갚고, 지방채는 추후 6년간 분할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은 현재의 성남시 재정상황에 대해 "전형적인 흑자부도라고 본다"면서 "돈은 있지만 판교특별회계를 위해 한꺼번에 낼 돈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시 상환하라는 말도 안했는데…"=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사업비에 대한 지급유예를 선언하자 국토해양부와 LH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판교특별회계 정산을 위한 용역이 진행 중일 뿐 상환과 관련해 일정이나 금액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는데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성남시가 지급유예를 선언한 동기나 명분 역시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성남시가 주장하는 공동공공사업비(2300억원)와 초과수익부담금(2900억원)의 규모가 맞는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공동공공사업비란 도로나 하수처리시설 등 공공사업시설을 짓는 비용으로 사업시행자인 LH·경기도·성남시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돈이다. 우선 LH가 사업비를 집행한 뒤 경기도와 성남시가 사후 정산하는 구조다. 그러나 사업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비용을 정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적정수익 수준도 성남시 및 관련 부처와 아직 협의 중인 상태다. LH 관계자는 "성남시의 결정이 워낙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어서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미 개발을 위한 자금이 투입된 상태여서 판교신도시 준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LH의 경우 통합과 4대강 사업에 따른 후유증으로 부채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향후 예정된 신도시 및 보금자리 주택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자금여력이 취약한 LH는 금융부채만 75조원이나 되는 '빚덩이'다. LH는 별다른 자구노력이 없을 경우 이 금융부채가 2012년에는 136조원까지 불어나 하루에 내야 할 이자만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보금자리주택을 위한 토지 수용비나 건설비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재정여력 부족으로 채권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받아야 할 돈까지 받지 못할 경우 자금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LH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정부 주택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도 성남시 재정자립도가 올해 기준으로 67.4%로 경기도 기초단체 중 가장 높은 상황에서 지급유예선언을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성남 | 최인진·박재현 기자 ijcho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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