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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한 MBC 파업 - 경향신문

pudalz 2010. 4. 28. 13:05

[미디어 칼럼]의미심장한 MBC 파업

경향신문 |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 입력 2010.04.27 17:42 | 수정 2010.04.28 10:01

 

천안함 함수와 함미는 인양됐지만 희생자들의 한은 풀어지지 않고 있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 재발을 방지하는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그나마 희생이 헛되지 않을 텐데, 익명의 제보자와 전문가들이 확인되지 않은 원인들을 무책임하게 발설하고 정략적인 보수 집단들은 천안함 사건을 북풍으로 악용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할 언론들은 오히려 이 광풍에 따라 춤추며 희생자들을 욕되게 하고 있다.

이 와중에 그나마 MBC의 「PD수첩」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폰서 검사들의 실체를 폭로했다. 흔히 '떡검'이라 불릴 정도로 검찰 비리에 대한 의혹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래도 「PD수첩」 방송 결과 검찰에 진상조사위가 결성되었다 하니 이번에는 스폰서 검사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PD수첩 > 이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다해 그 존재 이유를 증명했음에도 흔쾌하지 않다. 오히려 제 역할을 하는 「PD수첩」 같은 프로그램 때문에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압박하여 엄기영 전 사장을 사퇴시키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혔다고 발설했다 사퇴한 김우룡 전 이사장은 오비이락인지 국회 회기를 피해 출국했다가 입국했다. 큰집에서 조인트 까이고 인사를 단행했다고 의혹 받는 김재철 사장은 이에 대한 해명은커녕 취임 전 노조와 한 약속을 깨고 경영권 압박의 계기가 되었던 황희만씨를 부사장으로 앉혔다. 김 사장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하겠다던 김우룡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는 실행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김 사장 자신이 "나는 개인의 몸이 아니고, 말하고 싶은 것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VIP의 생각과 지시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는 김 사장 지인의 제보가 있다 하니 아마도 고소는 어려울 듯하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을 받고도 해명하려 노력하지 않고, 취임 시 약속을 한 달도 되지 않아 어기는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있는 한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것이 MBC 파업의 의미다. 그러나 파업의 의미는커녕 파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천안함 광풍에 공영방송 파업조차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MBC의 파업은 MBC만의 파업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KBS가 정부에 장악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역력히 보아 왔다.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뉴스 보도가 정보지 행태로 전락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다 못해, 비록 방송은 안됐지만 이병철 회장 탄신 기념 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러는 동안 KBS의 노조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최근 언론노조에 가입한 KBS 본부가 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만시지탄의 상황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공영방송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 없이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지킬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에 영합하고 자기 이해나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영 언론이 판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MBC의 파업은 MBC만을 위한 파업이 아니라 전체 언론을 위한 파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영언론의 보도 속에서 MBC 파업에 대한 기사를 보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사유화된 언론들의 사주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언론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은 언론노동자로서 MBC 파업에 계속 눈을 감아야 하는지. 언론 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 무엇일까. 바로 언론인답게 노동하는 것, 즉 언론의 독립이다. 언론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는 MBC 노조를 보면서 다른 언론사 노조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들의 현실을 한탄하며 속으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까. MBC 파업의 승리가 한국 언론이 스스로 굴레의 껍데기를 깨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국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것이다.

<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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