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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4주째… 최악 시나리오로 가나-경향신문

pudalz 2010. 4. 28. 13:03

MBC 파업 4주째… 최악 시나리오로 가나

김재철 사장, 노조 집행부 고소 등 ‘잇단 강수’
지방선거 이후 공권력 투입 → 대량해고 우려

경향신문 | 강진구 기자 | 입력 2010.04.27 17:36 | 수정 2010.04.28 10:01

 

MBC 파업 사태가 4주째를 맞이하면서 노사 양측이 되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파업 이후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에도 사내 비난 여론을 의식해 고소·고발을 자제해오던 김재철 사장은 마지막 남은 카드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고, 노조는 이근행 위원장의 단식투쟁으로 2단계 투쟁을 선언했다.

MBC 파업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과 맞물려 노사 양측 모두 단 한 발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지방선거 이후 공권력 투입-대량 해고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되고 있다.

 

MBC노조 조합원들이 27일 김재철 사장의 최후통첩성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한채

MBC의 공영성 사수를 주장하며 2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 김기남 기자

◇ 지방선거 후 공권력 투입 현실화되나 = 김재철 사장이 지난 26일 노조에 최후통첩성 '업무복귀명령'을 보낸 데 이어 노조 집행부 13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했다. MBC 내부에서는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파업 이후 직접 노조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사장이 지난 20일부터 회사 출근을 시도한 것도 사실상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및 해고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돼 왔다.

김 사장 측근들은 "노조가 사장 출근을 3일 이상 막으면 적극적인 업무방해가 돼 단순파업과 달리 해고 후 복직시킬 방법이 없어 그동안 사장의 출근시도를 만류했던 것인데 이제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측으로서는 사태가 전혀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는 만큼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기화 대변인은 "1996년 최창봉 사장 시절 파업때는 '국장책임제' 등을 포함해 중재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대화할 접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사측은)가능한 한 빨리 수순을 밟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권력 투입 시기는 정치적 부담 외에도 고소인 조사와 조합 간부에 대한 소환통보, 구인장 발부 등 사법처리에 필요한 물리적 시한을 감안할 때 지방선거 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공권력 투입'은 아직 사측의 '엄포'에 불과하고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MBC 노조 연보흠 홍보국장은 "최악의 상황도 각오는 하고 있지만 이미 대다수 사내여론이 김 사장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MBC가 공권력에 짓밟힐 경우 어떤 결과가 올지 사측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재철 사장 사태 해결 의지 있나 = MBC 내부에서는 2개월 넘게 취임식도 치르지 못한 채 '식물사장'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파업 해결을 위해 아무런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김 사장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이 노조와의 합의로 보도본부장에서 물러나게 한 황희만 이사를 한 달도 안돼 보도·제작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한 지난 2일부터 MBC를 대표하는 경영자로서의 정상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김 사장 주변의 한 인사도 "노조에서 그 전날 '큰집 조인트' 발언을 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으면 사장실을 점거하겠다고 했는데 노조에 물러설 명분을 주기보다 거꾸로 노조에서 반대한 사람을 부사장에 임명했다"며 "나도 김 사장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BC 내 대다수 간부들도 "증거는 없지만 앞뒤 정황으로 볼 때 파업이 유도된 측면이 강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 지연에 대해서도 사측은 "먼저 파업을 풀면 몰라도 지금 고소하면 보수진영에서 노조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결국 김 사장으로서는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는 한 현 파업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카드가 없는 셈이다.

노조 연보흠 홍보국장은 "사측과 대화를 해보면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한다"며 " '노조에 밀리면 끝'이라는 외부의 메시지가 김 사장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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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좌충우돌 행보 ‘도마에’

잦은 말바꾸기·구설수로 사내 여론 갈수록 싸늘해져

경향신문 | 강진구 기자 | 입력 2010.04.27 17:36 | 수정 2010.04.28 10:01

 

MBC 김재철 사장의 '좌충우돌' 행보에 대한 사내 여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김 사장이 취임 이후 잦은 말바꾸기로 신뢰가 추락한 데다 공영방송 수장으로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잦은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지난3월2일 첫 출근을 시도, 노조에 머리를 숙이고 '천막 집무실'을 설치할 때만 해도 '한 번 지켜보자'고 했던 분위기는 지금 '김 사장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로 돌아섰다.

 

특히 파업 이후 김 사장은 사내외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흘 가까이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 스스로를 궁지로 내몬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파업을 촉발한 황희만 부사장 임명과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고소 지연에 대해 "가을단풍이 들고 눈이 와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내 정서와 동떨어진 상황인식을 보였다.

1984년, 85년, 87년에 입사한 국장·부장급 간부들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 회사를 살리기 위해 김 사장의 자세전환을 촉구했음에도 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파업 해결보다는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 관리'에 대한 해명에 급급해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공정 방송을 훼손할 거라는 의혹에 대해 "내가 후배에게 민원도 잘 부탁 안하고 보통 내가 다 민원처리 한다"며 상식밖의 해명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일부터 노조 저지속에 출근 재개를 시도하면서 "유시민, 정연주는 들여보내면서 왜 나는 막느냐"며 파업을 '정치투쟁'으로 몰아붙이다 거꾸로 1992년 파업 당시 자신의 소신을 뒤집는 이중성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3일에는 '세 과시'를 하듯 국장급 간부들을 뒤에 도열시키고 출근 시도를 하다가 노조로부터 "사내 간부들이 비판성명을 발표하니까 줄세우기를 하려는 것이냐"는 역공을 받기도 했다.

26일 MBC 노조특보에는 김 사장으로부터 '나는 개인의 몸이 아니고 VIP(대통령)의 생각과 지시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김 사장의 초등학교 후배 증언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 사장 측에서는 "대답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MBC의 한 부장급 사원은 "발언의 진위와 상관없이 왜 김 사장을 둘러싸고 자꾸만 그런 소문이 나오는지 진지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 강진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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