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전망대] 4가지 공영방송 모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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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영방송에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유럽 모델이다. 영국의 <비비시(BBC)>, 독일의 <아에르데(ARD)>, 노르웨이의 <엔에르코(NRK)> 등 서유럽 공영방송사들은 국가와 자본에서 독립된 공영방송의 전형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들 방송사들은 대체적으로 장르에 제한 없이 보도나 교양, 오락에서 모두 질 높은 프로그램으로 해당 사회의 방송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특히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소수자를 보다 배려하는 ‘진보적 편향’을 보인다. 비비시의 경우, 반란군인 북아일랜드공화군 지도자들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대처 정부가 “도대체 어느 나라 방송이냐?”며 한탄할 정도였다. 이들 방송은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 편의 불공정성(?) 수준을 넘어서는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방영해 왔다. 같은 유럽이라도 남쪽의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비독립적 공영방송을 유지해왔다. 방송국 임원과 간부들이 정권에 밀착되고 이에 따라 시사나 보도 프로그램이 친정부적 편향을 갖게 되었다. 프랑스는 점차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왔지만 이탈리아 <에레아이(RAI)>는 그렇지 못하다. 이탈리아는 주요 상업방송과 신문사를 소유한 사람이 총리가 되고 공영방송까지 좌지우지하며 전 언론이 권력에 종속된 상태다. 미국으로 가면 오락과 드라마보다는 보도나 교양 등 이른바 ‘공익장르’에 치중하는 <피비에스(PBS)> 모델도 있다. 이 방송도 보수진영으로부터 ‘진보적 편향’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피비에스는 수신료를 주재원으로 하는 서유럽 공영방송과 달리 국가재정이나 기부금에 의존하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상업방송이 번성한 미국 사회에서 시청률과 영향력이 약하다. 한국에서 이러한 특정 장르에 치중한 공영방송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알고 보면 ‘특정 장르 치중형’ 공영방송의 사회적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끝으로, 아시아로 오면 일부 국내 인사들이 추앙하는 <엔에이치케이(NHK)> 모델이 있다. 그러나 세계의 공영방송 연구자들은 이 방송이 일본의 보수적인 정당정치와 관료구조에 종속돼 있다고 평가해왔다. 일본 사회의 근본적 문제점을 파헤치기보다는 정파적 갈등을 단순 중계하는 수준의 보수성이 이 방송의 특징이다. 오락과 드라마에서도 문화적 보수성을 나타내고 있어 전반적으로 이 방송은 고연령층에 의해서만 선호되는 편이다. 필자는 그간 한국 공영방송이 서유럽형 발전 모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는 아무래도 남유럽형을 선호하는 것 같고, 잘해야 엔에이치케이 모델을 지향하는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념에 따라 특정 모델을 지향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동은 다르게 하면서 서유럽형 모델을 지향하는 것처럼 잘못, 또는 거짓으로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기사등록 : 2008-09-09 오후 06: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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