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동물을 비웃는다. 동물은 존재하는 직접적인 상 태를 자기 힘으로 벗어날 수 없고 다른 동물에 의해서만 벗어난다. 그렇게 벗어나는 일이란 만신창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다. 개가 더 큰 개에게 물려 죽는 방식으로만 자기 자신을 벗어나듯, 반면 인간은 ‘내적 부정’을 통해 직접적인 자기 상태를 지속적으로 벗어난 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할 장애로 여기고, 이 장애를 부정함으로써 발전한다.
그런데 들뢰즈는 동물을 이렇게 찬양한다. “동물들은, 비록 필연적으로 서로 죽이기는 하지만, 죽음을 자신 속에 품고 있지는 않다.” 동물은 직접적으로 주어진 자 신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존재를 즐길 줄만 안다. 오로지 버려야만 하는 인간의 어떤 악습만이 내면에서 자신을 부정하고, 니체가 말하듯 자기 존재를 ‘ 가책’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 가책은 프로이트에 이르러선 외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죄의식’이 된다. 삶은 내면에서 죽음을 선고하는 일,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 과는 거리가 멀며 주어진 존재에 대한 긍정과 기쁨으로 차 있다. 이런 삶에 대한 찬가가 들뢰즈의 철학이다.
삶은 단지 살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 가책과 죄의식과 부정을 통해서 단죄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저편 어딘가에 있는 최종적인 완성된 단계를 목적 삼아, 훈육 받으며 머무는 열등한 중간 기착지 같은 것도 아니다. '아! 나는 무엇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