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기로에선 신자유주의]경향

1부 - (2)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을 가다 2008 12/01(월)

pudalz 2009. 4. 16. 05:03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금융위기 진원지 월가·LA를 가다  
ㆍ금융인·서민 ‘몰락의 두 얼굴’

ㆍ월가 구직시장 썰렁해도 “아직 버틸만”…LA선 집 가압류 사태속 ‘빈털터리’ 증가

뉴욕 월가와 로스앤젤레스는 신자유주의의 황혼에 물들어가는 2008년 11월의 미국을 상징한다. 월가 금융인의 추락, 그들의 자본 놀음에 이용당한 서민의 절망을 말하기 위해서는 두 도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의 99센트숍은 13일 밤 늦게까지 손님들로 북적였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고가의 상품을 파는 백화점 매출은 줄었지만 반대로 99센트숍의 손님은 두배 이상 늘었다. 뉴욕 | 유희진기자


두 도시는 대륙의 동과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라는 폭탄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2000년 초반에 시작됐던 빚잔치를 끝내가고 있었다. 그 파티에는 너나 없이 초대받았고, 모두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 파멸의 기획자와 피해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7년 가까이 월가에서 모기지 채권 파생상품 판매를 담당하던 코그네티(33)는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올 초 구조조정으로 자기 부서가 없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동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전같으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는 순간부터 헤드헌터들이 일자리 제의를 하며 몰려들었을 테지만, 이번엔 썰렁하다. 그래도 그는 매를 먼저 맞아 나은 경우였다. 비교적 일찍 해고됨으로써 구직 시장이 달아오르기 전에 부동산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회사에서도 경제위기로 끊임없이 해고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 이 자리도 그렇게 안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은 버틸 만하다.

100년 동안 세계 금융의 심장이었던 월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세계 경제 대국 미국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을 차지하고 있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 금융산업 종사자 중 평균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은 이 월가가 위치한 뉴욕주였다. 뉴욕주 금융업계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13만1660달러(약 1억5000만원)에 달했다.

그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주저앉게 됐지만, 그동안 자기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위험이 있었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액 연봉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받았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코그네티처럼 인생에서 한번 실패를 맛보았다 해도 새로운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아무 것도 몰랐고, 그리고 가진 것을 다 잃었다. 금융 자본은 마리사츠 루세로(37·여) 같은 가난한 자를 위험한 돈놀이 게임에 끌어들여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는 빚쟁이로 전락시켜 길거리로 내팽개쳤다. 이제 다 끝난 마당인데 돈이 없어도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미끼에 걸려든 루세로의 고통을 누가 알아주기나 할 것인가.

LA카운티 남부 란초쿠카몬가시에 사는 루세로는 생애 처음 가졌던 집에서 단 4년을 살고난 후 은행의 가압류에 밀려 쫓겨났다. 2004년 집값 100%를 은행 대출로 받아 집을 샀다가 상환액이 4개월 밀리면서 신용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죽을 고생을 하면서 모았던 금쪽 같은 그 모든 돈들이 집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미국에서 루세로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집을 샀다가 가압류당한 주택은 2007년 한해 동안만 100만채가 넘는다. 가압류 주택의 수는 올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해서 월 2500달러 정도를 벌고 있는데 한달에 월세로 1300달러를 내고 있어요. 남은 돈으로 다섯 식구가 먹고 사는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죠.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져 길거리에 나앉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그는 왜 이렇게 됐는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금까지 밤낮으로 일하며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요. 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뉴욕·LA | 유희진기자>

입력 : 수정 : 2008-11-30 18:36:03

- Copyright ⓒ 1996 - 2009 . 이 페이지의 모든 저작권은 (주)경향닷컴에 있습니다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1부-2. 미국을 가다…파생상품 판매인 코그네티의 증언
ㆍ“전 세계가 탐욕에 눈멀어 빚잔치를 벌였다”

ㆍ과도한 차입 의존 투자방식이 화근…“시스템의 위기”
ㆍ사무실 대출 등 터질 문제 많아…‘L자형 침체’ 예상

월가 생활 7년째인 코그네티(37)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터지기 직전까지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미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은행의 판매부서가 그의 자리였다. 부서 내의 트레이더들이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그것을 섞고 짜깁기해(구조화) 상품을 만들면, 그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모기지 부실이 드러나며 일하던 회사의 부서가 구조조정돼 없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월가를 나와 새출발을 한 그는 적응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온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를 미국과 월가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채담보부증권(CDO)의 경우만 해도 그렇죠. 월가에서 이것을 만들고 팔았지만, 누가 사갔습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사갔거든요. 그들도 이게 위험자산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월가 사람들처럼 많은 돈을 벌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욕심이 모이다 보니 전 세계에서 위험한 금융자산의 비율은 점점 더 커져간 거죠.”

이번 금융위기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탐욕에 빠진 결과라고 그는 강조했다. “월가 밖의 사람들도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겁을 내지 않았습니다. 만약 월가 사람들의 탐욕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저 역시 세계 각지의 사람들도 탐욕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동안 월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벌었죠. 저 역시도 1년에 20만달러 이상의 돈을 받는 것에 대해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특권을 누리고 살았어요. 하지만 월가의 금융회사는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치열했어요.”
월가에 켜진 ‘빨간불’ 지난 14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횡단보도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 호황을 누리던 월스트리트는 전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전락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연이어 파산하고 있다. 뉴욕 | 유희진기자

밥먹을 틈도 없이 일했던 당시의 상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서로 경쟁하면서 많은 수익을 내려고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죠.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죠.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겪은 월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이 위기를 초래한 것은 월가 사람이라기보다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과도한 레버리지(leverage·차입)에 의존한 투자방식이 문제였죠.”

그는 위험하게 질주하는 월가를 보며 “언젠가는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동안의 월가는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 판이나 다름없었어요.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투자했죠. 월가에서는 레버리지로 돈을 버는 게 투자의 정석처럼 여겨지고 있었어요. 너도 나도 빚잔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심지어 자본력이 약한 사람들조차 빚을 내서 돈을 벌려고 했어요.”

막상 문제가 터지자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고, 나에게 이렇게 빨리 그 불똥이 튈 줄은 더더욱 몰랐다”고 했다. “올해 초 회사에서 근무하던 부서가 구조조정으로 없어지고, 최종적으로는 그 거대한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것까지 보면서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넋놓고 며칠을 보내다가 어떻게든 다시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올해 3월 그는 부동산 관련 회사에 다시 직장을 잡았다. 그는 “지금도 사실 적응 중이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별 수 있나요. 이제는 일한 만큼 버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도 터질 게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직접 팔았고, 또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도 잘 알고 있어요. 내가 취급했던 그 상품들이 다 드러났나 하고 생각해보면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주택 외에도 사무실 대출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알아야죠.”

한창 이야기를 하던 그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공중에 영어 알파벳 L자를 그렸다. “보통 U자형을 이야기하죠. 바닥을 찍었다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저는 이번 위기는 L자형 침체의 지속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대공황까지의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주 긴 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진행이 될 것으로 봅니다.”

<뉴욕 | 유희진기자>


입력 : 수정 : 2008-11-30 18:39:21

- Copyright ⓒ 1996 - 2009 . 이 페이지의 모든 저작권은 (주)경향닷컴에 있습니다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이래저래 회사 눈치…“붙어 있어야죠”
ㆍ재취업한 코그네티 ‘침체기의 지혜’ 강조

ㆍ뒷모습 촬영도 거절…연방 찬물 들이켜

코그네티를 만난 곳은 뉴욕 42번가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시간은 오후 5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사람들 틈을 뚫고 터미널 한구석에 위치한 미니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얀 얼굴에 갈색 머리, 푸른 빛이 감도는 눈동자의 그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며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코그네티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서 “너무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안 된다”고 사전에 주의를 받아뒀던 터였다. 그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중간이름(미들네임) 외엔 모든 정보를 숨겨달라고 했다. 뒷모습이라도 찍으면 안 되겠냐는 요청에 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사에서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거든요. 누가 알아보면 어떡해요. 혹시라도 문제될 수 있는 것은 안하고 싶네요. 한 번 해고된 것에 대한 후유증이 큰가봐요. 너무 소심해졌어요.”

경기가 어려울 때 재취업을 했기 때문에 이래저래 회사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뿐이에요. 이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침체기를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이 회사에서 절대 해고되지 않는 것이 그 지혜 가운데 하나겠죠.”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는 연방 속이 타는지 계속해서 찬물을 들이켰다. 블랙베리(휴대전화)를 꼭 움켜진 손은 마치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 연락올 데가 있나봐요”라고 묻는 기자에게 그는 검정색 블랙베리폰을 들여다보이며 “한때 월가에서 세일즈를 할 때는 블랙베리로 e메일을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었거든요. 언제, 어디에 있든 수시로 확인을 했어요. 그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이 직업병도 사라지지 않겠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 맞는 최악의 경제위기 한가운데 있는 코그네티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었다.

<뉴욕 | 유희진기자>


입력 : 수정 : 2008-11-30 18:37:06

- Copyright ⓒ 1996 - 2009 . 이 페이지의 모든 저작권은 (주)경향닷컴에 있습니다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월가는 오만했고, 똑똑하기보다 비열했다”
부동산 파생상품 트레이더 김항주씨의 고백


# 속도에 목숨을 건다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에서 일했던 재미교포 김항주씨(34·사진). 지난 8년간 외환 전문 헤지펀드 QFS, 얼라이언스캐피털, 구겐하임파트너스 등 월가의 여러 회사를 거치며 월가의 흥망성쇠를 경험한 부동산 파생상품 트레이더(설계인)다.

미국 월가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던 김항주씨가 지난 13일 뉴욕 맨해튼 32번가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이 겪은 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초 워싱턴 뮤추얼에서 근무하고 있던 부서가 없어지면서 월가를 나오게 된 그는 현재 알파리서치캐피털이라는 금융 부티크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요즘 하는 일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예전에는 월가에서 고공행진하는 부동산을 가지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장사를 했는데 지금은 가치가 떨어진 부동산을 가지고 거래를 연결해주는 고물 장사를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13일 뉴욕 맨해튼 32번가의 한 찻집에서 만난 그는 남방에 편안한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분주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일”이라며 “중간 중간 휴대전화로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끊어질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으로 이민오기 전 서울 매봉역 앞 비닐하우스에서 어렵게 살았다는 그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월가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1992년 조지 소로스가 영국에서 환투기를 해서 1조원을 벌었다는 것을 신문에서 봤어요. 돈을 이렇게도 벌 수 있구나라고 깨달았죠. 새로운 세계가 보였습니다. 그 때 이쪽 분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인생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흘러갔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에 진학해 금융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금융을 전공했다. 졸업 후 월가에 첫발을 내디딘 후 2005년 월가의 마지막 직장인 워싱턴 뮤추얼에서 본격적으로 모기지 파생상품 일을 시작했다.

모기지 대출회사에서 주택담보부채권(MBS)을 사들여 그 것을 패키지화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을 해서 기관투자가들에게 팔았다. 혼자 한 달에 1조달러 규모의 거래를 했다.

# 한달 100만달러 거래는 보통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효율성과 속도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에요. 한 개인에게 1조달러 정도 맡기는 건 예사죠. 안에서 일하다보면 이게 참 모순이 많아요.” 그는 프랑스의 한 투자은행의 사례를 들었다.

“올해 초 프랑스의 한 투자은행이 7조원의 손실을 보았는데 이 손실을 나게 한 장본인은 서른살 먹은 트레이더였어요. 이 사람이 선물시장에서 매도할 것을 매수한 거죠. 이렇게 포지션을 반대로 해서 7조5000억원을 까먹었는데 그 사람 연봉이 3억원에서 5억원 사이예요. 의사 결정 과정이 너무 복잡한 것도 좋지 않지만, 월가는 효율성을 위해 그 많은 과정을 생략하다 보니 이런 일들이 생겨나는 거죠.”

그는 월가 내부의 모습을 묘사하며 시종일관 전쟁터에 비유했다.

“월가에서는 연구원들을 영입해 모델을 개발하게 하죠. 이게 파생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는 거예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는 연구원들을 전쟁터에서 쓸 무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복잡한 수학 공식이 이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해요. 그런데 이 연구 개발자들이 무기를 만들면서 너무 복잡하게 만들려다보니 한 가지를 빼먹었어요. 계산을 해보면 최종적으로는 이 무기가 아군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거죠.” 그는 바로 여기에서 위험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트레이더인 저는 그 무기를 받아 들고 옮겨요. 전쟁터에서 저는 그 무기를 들고 싸우는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그 무기가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그 사이에 보호장치를 이것 저것 집어 넣습니다. 금융용어로 위험 헤지(방지 혹은 분산)를 한다고 하죠. 구조화를 하고, 묶는 것(패키지)이 바로 이런 작업들이에요. 그런데 여기서도 오류가 났어요.”

# 월가 사람, 능력 과신으로 기차와 함께 추락

연구원들이 아군도 죽일 수 있는 수학식을 만드는 실수를 했다면 트레이더들의 실수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떤 것도 다 헤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맹목적인 믿음”이라고 했다.

“부동산시장 전체 가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시장 전체가 망가지는 위험은 절대 없앨 수 없는 것인데, 없앨 수 있다고 믿은 거예요.”

그는 월가 사람들이 “오만했다”고 평가했다. “얼마나 똑똑한 사람들인데 집값이 언젠가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왜 몰랐겠어요? 다만 자신의 머리와 능력을 너무 과신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직전까지만 장사를 한 후에 기차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생각한 거죠. 근데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기차에 탄 채 함께 추락한 겁니다. 심지어 이 떨어지는 기차에 가속도까지 붙었어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거죠.”

# 월가 사람들에 대한 편견

그는 월가 사람들이 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1위인 골드만삭스가 돈 버는 방법을 보면 똑똑한 게 아니라 비열해요. 기름을 잔뜩 사놓고 시장에 소문을 퍼뜨립니다. ‘오일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그럼 시장에서는 소문이 퍼지고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발전해 시장이 반응을 합니다. 상상이 가시죠?” 가격이 오를 때 골드만삭스는 미리 사두었던 기름을 풀어 돈을 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파워가 있었으니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힘들겠죠.”

월가가 벌여놓은 일들을 풀어나가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것 또한 월가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월가는 인적 자원에 의해 돌아가는 동네예요.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 줄 아는 고도의 전문직들이 모여 있었죠.” 그는 만화에서 흔히 묘사되는 소림사 무술 배우기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소림사에서 3년 동안 밥하고 빨래 해준 후 무술을 배우면 천하를 제패할 수 있듯이 월가가 그랬어요. 학벌과 실력을 가진 사람이 월가라는 동네에서 3~4년 고생하며 기술을 배워요. 위험을 헤지하는 것, 투자자들 입맛에 맞게 상품을 짜는 것 등을 배우죠. 그러면 세계 금융계를 좌우할 수 있었죠.”

# 월가 안에서만 돌고 도는 금융기술

그렇게 해서 배운 기술들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월가 안에서 돌고 돌았다. 그래서 밖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만들어 놓았다.

그 대가로 월가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부실이 터져나오기 전까지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월가 생활 10년차를 눈앞에 두고 있던 그는 1년에 약 3억원에서 5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 월가의 관례로 10년차가 넘으면 통상 연봉이 수직 상승한다. 말하자면, 그는 고액 연봉을 코앞에 두고 좌절한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면에서 잘나갔는데 중간에 꺾여버리니까 막막하고 허탈감이 밀려왔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내가 한 일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벌고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과연 월가는 정당했을까 생각했더니, 아니었어요. 월가는 방종으로 흘렀어요. 사람들 또한 고액 연봉만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질주하며 달렸죠. 1년에 적어도 4번은 호화 해외 여행을 다니고, 별장을 사고, 아이들도 고급 사립학교에 보냈죠. 요즘 그런 사람들 중 해고된 후 잠못이루는 사람 많을 겁니다. 월가는 현재 금융회사의 무덤이 되고 있어요.”

# 투자은행 설립은 망하는 지름길

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망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단 한국은 투자은행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월가의 투자은행은 의사결정 단계가 매우 짧고 빠르게 움직이죠. 가장 높은 사람까지 가는 데 두 단계밖에 안걸려요. 하지만 한국은 위계질서가 얼마나 분명한가요.” 그는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직원들에게 수조원을 다루도록 허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환경도 좋지 않아요. 미국은 처음에 따로 시작했다가 금융상품이 엮이기 시작하면서 위에서 꼬여 상황이 악화됐죠. 한국은 어떤가요. 이미 계열사끼리 얽히고 설켜 있어서 기본부터가 꼬여 있어요. 여기에 금융상품까지 얽히기 시작하면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뉴욕 | 유희진기자 worldhj@kyunghyang.com>


입력 : 수정 : 2008-11-30 19:03:48

- Copyright ⓒ 1996 - 2009 . 이 페이지의 모든 저작권은 (주)경향닷컴에 있습니다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2008년 11월 14일 뉴욕풍경
ㆍ선진금융의 고향…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4일 모건스탠리 본사 건물. 전광판에서 당일의 증시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뉴욕/유희진기자>

지금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의 진원지 뉴욕.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 금융폭탄을 터뜨린 뉴욕은 경제위기에 가장 느리게 반응하고 있었다. 막 쇼핑을 끝낸 여성들은 큰 쇼핑백 두세개씩은 들고 다녔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3명 중 한 명꼴로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뉴욕은 여전히 흥청망청인듯 보였다. 그러나 뉴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석구석을 돌아다닐수록 뉴욕에도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10:40 타임스퀘어

두달 전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본사 건물이 있던 곳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길을 묻기 위해 48번가의 조그만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아르바이트생 카마라(29)는 길을 묻는 기자에게 바로 건너편에 있는 745번지를 가리키며 그 날을 떠올렸다. “이 주변은 항상 혼잡하지만 리먼의 마지막 모습을 찍기 위해 전 세계에서 취재진들이 몰려든 그 때의 타임스퀘어 주변은 정말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붐볐지요.” 본사 정문 앞에 설치된 수많은 언론사의 카메라들은 짐을 싸서 나오는 직원들의 모습을 담았다. 인터뷰를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을 쫓아가 끝내 마이크를 들이대는 모습을 잠시 구경하던 카마라는 그 때 ‘회사 하나 망한 게 그렇게 큰일인가’ 싶어 별 생각 없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맨해튼 중심부인 49번가 745번지. 화려한 3단의 전광판을 앞세운 34층의 고층 빌딩에는 불과 두달 전만 해도 ‘리먼 브라더스’라는 금색의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제는 ‘바클레이즈 캐피털(BARCLAYS CAPITAL)’로 바뀐 건물을 바라보며 카마라는 “당시에는 취재진들이 모여 짐을 싸서 나가는 리먼 직원들의 모습을 찍어가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내가 해고 걱정으로 잠을 설치면서 그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인근에서는 ‘모건 스탠리’가 그 날의 증시를 전광판에 중계하며 여전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11:30 우리아메리카 은행 맨해튼 지점

이병웅 이사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은 다행히 예금을 초과해 대출을 하지 않아 경제위기 속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의 호텔비에 혀를 내두르는 기자에게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는 나이와 경력에 비해 과도하게 돈을 벌어 흥청망청 썼던 월가 사람들의 사치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억 단위의 보너스를 받는 30대 초반의 월가 금융인들은 보너스를 받을 때마다 아파트의 평수를 늘렸고 고급 식당에서 고급 술을 마셨다. 그들의 씀씀이에 맞추어 고급 호화 식당들이 속속 들어섰고 다른 가게들까지 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자연히 월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붕괴는 동시에 월가를 겨냥해 만들어진 고급 식당·명품점들에도 직격타였다. 그는 “지금 당장의 뉴욕은 괜찮아 보이지만 월가에 해고 바람이 불고 있는 이상 서서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12:30 택시안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뉴욕은 대낮부터 어둠이 짙게 깔렸다. 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던 노숙자들은 비를 피해 건물 사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월가에 가기 위해 올라탄 택시. 택시 운전사 콴(38)은 “경기침체 취재를 위해 월가에 간다”는 기자의 말에, “나도 경제위기의 피해자”라고 응수했다. 그는 “요즘은 직장에서 해고된 젊은 사람들이 단기 아르바이트 삼아 택시 쪽으로 많이 밀려오고 있다”며 “승용차로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 전보다 수입이 절반은 줄어들었다”고 불평했다. 차가 막혀 20분 정도 지나서야 택시는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택시 기사의 수입을 절반이나 갉아먹은 월가에 도착했다.

13:00 골드만삭스 앞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본사 건물. 지난 14일 이 건물 간판은 ‘바클레이즈 캐피털’로 바뀌어 있었다. <뉴욕/유희진기자>


30층은 족히 되어 보이는 붉은색 건물 어디에도 세계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상징하는 간판은 없었다. 오가는 직원들을 상대로 취재하려는 기자에게 건물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이슈로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없고 사진도 찍을 수 없다”며 모든 취재를 원천봉쇄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비밀 클럽을 연상케 하는 철저한 보안이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경비 태세에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14:40 뉴욕 증권 거래소

폐장시간을 1시간20분 남겨둔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는 불안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선진 금융의 상징이지만 이날따라 그 자부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 한 쪽에 명찰을 단 다섯명의 직원은 따로 떨어져 각각 건물에 기대고 서서 담배를 피웠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들어갔다 싶으면 10분 뒤에 다시 나와 초조한 얼굴로 건물 앞을 서성거렸다. 다음날 뉴욕 타임스는 14일 다우증시가 330포인트의 낙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5:30 JP 모건 체이스 은행

월가로 가는 입구에 위치한 이 은행 직원 4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름 깊은 얼굴이었다. 넥타이를 풀어 헤친 루이스 도슨(33)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곧 감원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다들 아침에 30분씩 일찍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며 “모두들 자신이 해고 대상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16:40 월가 피트니스 클럽

월가 모퉁이에 있는 한 피트니스 클럽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년 남자 1명만이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피트니스 클럽의 주인은 “월가 사람들은 건강이나 몸매 관리에도 철저해 주식시장 폐장 시간이나 퇴근 전에 들러 운동을 하고 간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월가에 해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 후에는 회원 수가 30% 이상 줄었다”며 “등록되어 있는 회원들도 시간을 내기 힘든지 뜸하게 오거나, 오더라도 운동을 즐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17:30 부동산 에이전트 크리스퍼 김

부동산 중개업자 김씨는 “월가가 한창 호황일 때는 그들의 수입에 힘입어 맨해튼 주변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11억원에서 13억원대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들 아파트 가격이 월가의 해고 바람으로 조금씩 빠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월가에 보너스 잔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감당하기 힘든 고가의 아파트를 팔고 싼 아파트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유희진기자 worldhj@kyunghyang.com>


입력 : 2008-11-30 19:01:34수정 :

- Copyright ⓒ 1996 - 2009 . 이 페이지의 모든 저작권은 (주)경향닷컴에 있습니다 -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가난한 자의 꿈을 이용한 ‘약탈적 머니게임’
ㆍ‘모기지 피해자’ LA서민 루세로 이야기


# 빚내서 산 집들, 화재로 타 버려

로스앤젤레스의 국제공항에 도착했던 지난 15일 밤 9시. 백발의 택시 운전기사는 “좋지 않은 시기에 LA를 찾았다”며 “경제도 좋지 않은데 북쪽 지역에 큰 불이 나서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화재 소식부터 전했다.

플로리다, 네바다주 등과 더불어 미국 전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가장 많았던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뉴욕 월가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동안 이곳의 많은 가난한 이들은 다른 꿈을 키웠다. 돈이 별로 없어도 내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그러나 월가가 몰락하자 그 알량한 집은 빚더미로 변했고, 길거리로 쫓겨나야 할 판이 되었다.

한인타운까지 가는 약 15분 동안 택시 기사는 “불이 난 지 벌써 3일째인데 불길이 쉬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번져가고 있다”며 뉴스를 전해주었다. 속수무책으로 가치가 하락해 주인들의 가슴을 까맣게 태우던 집들. 그 집들이 화마로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설상가상이었다.

‘압류’ 딱지 붙은 채 방치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 신도시 란초쿠카몬가의 한 주택이 지난 17일 은행의 ‘압류’ 간판이 세워진 채 방치돼 있다. 이 지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 떠나면서 빈집들이 속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유희진기자>
# 저소득층 거주지가 바로 금융자본의 표적

16일 ‘뉴 스타’ 부동산의 중개인을 만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피해 현장을 묻자 몇군데를 꼽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부실은 복잡한 파생상품 시장 구조와 맞물리며 전세계에 금융 위기를 몰고 온 근원으로 지목됐지만 피해 지역은 제한적이었다.

뉴 스타의 남문기 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체가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나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지 않았느냐”며 “예외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저소득층들이 특히 많이 모여 살던 지역에서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17일 찾은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란초쿠몬가(Rancho Cucamonga)시.

이곳은 남 회장이 지적한 ‘저소득층이 많이 살았던 지역 중의 하나’이자 일본의 저널리스트 쓰쓰미미카가 그의 책 <빈곤대국 아메리카>에서 말한 ‘과격한 시장 원리로 경제적 약자가 희생당한 지역’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뜨고 지는 동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집을 지켰지만, 경제적 약자들은 3~4년의 단꿈 끝에 영원히 희망을 잃었다.



# 희망이 꺾인 자리, 황량한 ‘신도시’

동네 입구 쪽에 위치한 2층 집 앞 잔디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나무들은 제멋대로 뻗었다. 시들어버린 잔디밭 위로 솟은 집 세일 광고판만이 바람에 흔들리며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광고판에는 은행의 전화번호가 선명했다. 부동산 중개인 주디 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집을 샀던 사람이 은행에 대출금을 내지 못해 압류 압박에 시달리다가 결국 집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에 살고 있던 사람이 포기를 선언하면, 집은 대출을 해줬던 은행으로 넘어간다.

이 동네에 이런 식으로 은행차압매물(REO·은행소유집)이 매물로 나와있는 게 약 7채 중 하나 꼴이었다. 그는 “은행집으로 나와있는 빈집이 이 동네에만 무려 250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빈집이 많은 동네는 사람 냄새보다는 냉기가 돌았다. 동네를 돌아보는 동안 5분 단위로 집을 내놓은 은행의 광고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런 집들은 전부 빈집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새집 냄새가 채 빠지지 않은 집의 유리창이 깨져 있기도 했다. 그는 “비싸게 산 집을 뺏기고 나가니까 화가 난 사람들이 분을 삭이지 못해 유리창을 깨거나 집을 부수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 말 한 마디 걸기 힘든 냉랭한 동네

오가는 사람들은 말 한 마디 걸어보기 힘들 정도로 냉랭했다. 겨우 한마디 나눌 수 있었던 동네 주민 얄루(43·여)는 “지나가다가 잔디가 죽어서 누렇게 된 집을 보면 자연스럽게 저 집도 버티지 못하고 어디론가 쫓겨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이 집도 은행집, 저 집도 은행집, 이렇게 늘어나는 은행집들을 보다보면 서브프라임 대상이 아닌데도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나까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빈집 내부는 더욱 엉망이었다. 벽면 가득 써 있는 알아보기 힘든 낙서들. 주먹으로 몇번이나 내려쳤는지 우그러져 있는 곳곳의 벽면. 이사가는 사람들이 붙박이 형태로 되어 있는 에어컨과 가스 오븐레인지를 억지로 떼어가 칠이 벗겨진 벽도 흉하게 드러났다.

란초쿠카몬가는 본격적으로 주택 공급이 시작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신도시다. 로스앤젤레스 도심부에서 약 한 시간가량 떨어져 있어 도심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 게다가 대량으로 주택이 한꺼번에 공급되자 이 주변의 집들은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 사이의 비교적 저렴한 수준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한창 미국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2004년. 은행은 앞다투어 사람들에게 이 집들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용해 팔았다. 란초쿠카몬가뿐만이 아니었다. 로스앤젤레스 외곽 지역의 팜데일·코로나·폰타나 등의 신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주택들이 완공되어 매물로 나왔다. 은행은 주택 공급은 계속되는데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중산층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자 자연히 집 없는 저소득층을 향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민자와 저소득층 미국 시민들은 생애 첫 주택의 꿈을 이곳에서 이뤘다. 이들은 저소득층이 밀집해 살던 도시를 탈출해 이 신도시에 새 집을 얻었고, 안전을 얻고, 자녀들은 좋은 학군을 얻었다. 한때나마 신도시들은 환희가 가득하던 땅이었다.


#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리사츠 루세로(37·여)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팜데일에 처음 집을 사던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띄엄 띄엄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행복했고…흥분됐고…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죠.”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버거운지 처음 몇분 동안 루세로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마리사츠는 1989년 남편과 과테말라에서 이민왔다. 가진 돈이 없었던 그녀는 15년 가까이 월 1500달러에서 2000달러 되는 월세 집을 전전했다. “미국에 이민와서 살면서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꿈’ 그 자체였어요. 삶을 살아가는 최종 목표이기도 했죠. 그런데 4년 전에 저처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거예요. 나도 가능할까? 은행에 문의를 해봤죠.” 조바심을 냈던 것과 달리 은행에서는 빠르게 서류 작업을 끝냈다. 마침내 35만달러짜리 집을 샀다. “정말 꿈이 이루어지던 순간이었어요.”


# 가난한 자의 꿈을 이용한 약탈적 금융

은행과 모기지 업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저소득층에게 팔면서 집요하게 그들의 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들이 집을 사는 꿈을 포기할 수 없도록 유혹하기 위해 사려는 집의 담보 가치를 100%로 잡아 대출을 해주는가 하면 처음 2년 간은 획기적으로 낮은 이자율을 매겼다. 대출 불가능한 요소들은 모두 없앴다. 저소득층을 겨냥한 약탈적 금융 게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달에 1000달러 안팎의 돈을 지불하면 됐어요. 은행에서는 집 값이 오르면 그 오른 돈으로 대출이 가능하니까 제 사업도 더 잘될 거라고 격려했어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는데….”

루세로와 남편은 집을 산 후 수입의 절반을 대출금으로 냈다. 다행히 페인트 칠을 하며 집 리모델링 일을 하던 남편은 주택 경기 붐을 타고 호황을 맞았다. 우편물을 포장해 보내는 일을 하는 루세로의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 평생 살 내 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돈을 아끼고 아껴 정원을 꾸미고 아이들 놀이방도 만들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7년초부터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2005년 정점을 찍은 집 값은 서서히 하락세를 보였고 늘어난 대출금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둘 집을 포기하고 사라졌다. 루세로도 대출 상환 압박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집 값이 하락하면서 은행은 기존에 내던 대출금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한달간 남편과 벌어들이는 돈을 고스란히 대출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생활이 불가능해졌어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 했고, 세 아이들의 교육비도 만만치 않았는데 말이죠.”


# 친철하던 은행이 느닷없이 집을 가압류

주택경기 침체는 남편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2008년 1월부터 4개월 동안 대출금을 내지 못했다.

“제일 화가 나는 건 은행의 태도였습니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는 집값은 계속 오를 테니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확신을 심어주었죠. 아무것도 몰랐으니 믿었지요. 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수입이 줄어 한달에 1000달러씩 내는 게 힘들다고 하니까 500달러로 낮추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한달에 500달러 지불로 서류 작업까지 끝냈는데 느닷없이 2주 후에 집은 가압류될 테니 나가라고 했어요. 은행은 더 이상 저에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집을 포기할 수 없었던 루세로는 그 때부터 필사적으로 대출금 막기를 시작했다.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며 임시변통을 했다. 카드에서 더 이상 돈을 뺄 수 없을 때가 됐을 때는 삼촌에게 돈을 빌리며 버텼다. 그러나 이미 집은 루세로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들이 은행에 집을 빼앗기고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빨리 집을 팔려는 은행이 집 가격을 낮춰 급매물로 내놓으면서 동네 집값은 평균적으로 40%나 떨어졌다.


# 눈물로 기도하던 나날들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매일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다섯이나 되는 가족들이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더 필사적으로 버텼죠. 남편과 저는 열심히 일했고, 집에도 계속 정성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제편이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집을 떠나고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동네에 도둑이 들끓었습니다. 한번 도둑 맞았을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두번째 도둑이 들어 집이 엉망이 됐습니다. 그 때 확실히 알았어요. 이제 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떠날 때라는 것을.”

그렇게 루세로는 올해 초 집에 대한 포기를 선언했다. 집은 은행 소유로 넘어갔다.

전미 모기지은행가협회(MBA)는 2007년 말 기준으로 주택소유자 중 300만명가량이 대출을 연체 중이며 마리사츠의 경우처럼 주택을 가압류당한 경우는 1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전년에 비해 가압류 당한 수가 50%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캘리포니아주는 주택 242가구 가운데 1가구 꼴로 가압류 절차가 진행중이다. 10월20일 발행된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렇게 쫓겨난 이들이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온타리오 텐트촌에서 텐트를 치고 난민처럼 살며 1930년대의 대공황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다른 사람처럼 길거리 쫓겨나지 않아 다행

루세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제가 가족들을 데리고 나와 사무실에 딸린 방에서 몰래 살고 있을 때 건물 주인이 그 사실을 알고 도움을 줬어요. 미국에서는 가족 다섯명이서 한 방에 살 수 없게 금지하고 있거든요. 지금은 외곽 지역에 월 1300달러의 집을 얻어서 살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길거리로 나앉지 않았죠.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과 헤어지지도 않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해요.” 그러나 앞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다시 집을 살 수는 없겠죠. 제 신용은 이제 엉망이거든요. 하지만 그 건 당장 큰 걱정이 아니에요. 크리스마스가 오고 연말이 오면 제가 하는 우편물 사업은 더 잘 될 텐데 빈털터리가 된 저는 당장 사무실을 얻을 돈도 없네요.”

이야기를 마친 후 루세로는 한참을 망설이는 듯하더니 운을 뗐다. “당신은 한국인이죠. 한국인은 똑똑한 것 같아서 부러워요. 이곳에 이민와서도 다들 좋은 집을 사서 잘 살아요.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은 왜 그렇게 안될까요. 열심히 살아도 안좋은 일만 따라다니네요.”

<로스앤젤레스 | 유희진기자 worldhj@kyunghyang.com>


입력 : 수정 : 2008-11-30 18:48:51

- Copyright ⓒ 1996 - 2009 . 이 페이지의 모든 저작권은 (주)경향닷컴에 있습니다 -

*참고

 

1. 자산유동화증권(ABS:Asset-Backed Securities)이란?

 금융기관이 보유하고있는 대출채권(자동차, 신용카드, 리스대출담보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을 뜻합니다. 유동화 중개기관이 자산을 원보유자로부터 떼어내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증권화시킨 뒤 시중에 유통하게 됩니다. 금융기관은 대출금 회수를 기다릴 필요 없이 ABS를 발행함으로써 현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ABS (asset backed securities) ABS는 말 그대로 자산유동화증권입니다. 목적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여, 즉 cash flow를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당장 현금화하기 힘든 자산(부동산이나 매출채권,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함으로서  현금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2. 주택저당채권(MBS:Mortgage-Backed Security)이란?

대출채권 등을 조기에 현금화하기 위해 발행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으로 주택저당채권(Mortgage)을 담보자산으로 한다.  주택저당채권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주고 집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20~30년의 장기채권을 말한다. ABS가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근거로 발행한 채권이라면 MBS는 금융기관이 집을 담보로 대출해 주면서 발행한 저당채권만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MBS(Mortgage-Backed Security : 주택저당증권) - ABS의 일종.

대출을 희망하시는 분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경우 은행은 대출자의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담보로 관리하게 됩니다. 이러한 은행의 대출금(채권)을 주택저당채권 이라고 말합니다.

MBS는 주택자금 대출기관 등이 대출자금을 조기 회수하기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주택저당채권(Mortgage)을 주택금융공사, 투자자에게 증권발행 등을 통하여 매각하거나 중개기관에게 매각하여 현금화를 할 때 다수의 대출채권을 모아 이를 기초로한 증권(MBS : Mortgage-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여 투자자에게 매각하게 됩니다. 

또한 외국인에게 판매하며 그러므로 대출시장을 키우고 현금이 돌게하는방법입니다.

한마디로 현금화하기위해 대출증권을 투자자에게 SALE 가격에 80% 만받고 판매하여 현금을돌리는것이고, 이자는 대출자가 갚으니 투자자에게 돈주면되고........

*MBS를 발행하면 만기가 아직 남아 있는 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9년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법' 제정으로 그 기반이 마련됐다.

지난해 국내 MBS시장 규모는 8380억원으로 전체 ABS발행액 51조원의 약 2%에 그쳤다.

최근 삼성생명이 국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해외에서 5억달러 규모의 MBS를 발행키로 했다.

해외주택저당채권 발행의 흐름은 국내 금융사가 국내 자산유동화 회사에 주택저당채권을 매각하면 다시 해외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MBS를 발행해 양도하고 해외 자산유동화 전문회사는 해외 투자가에게 MBS를 매각하게 된다. 해외 투자가가 매각대금을 해외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납입하고 다시 국내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MBS 인수대금을 주면 국내 금융사에 자금이 유입되게 된다

 

3. 부채담보부증권(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하지만 ABS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담보로 잡은 자산(즉 대출채권 등)이 부실화되면 ABS가 부도가 나거나 가치가 하락할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면 ABS 투자자는 이러한 ABS들을 모아서 또다른 채권을 발행하게 됩니다. 이를 테면, 이게 바로 CDO가 되는 것입니다. 본인이 가진 채권이 부도나 부실이 발생하게 되면 대신 CDO에 투자를 한 또다른 투자자가 대신 이것에 대한 손실을 보장해 주는 그런 일종의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보면,  CDO 발행자 입장에서는 채권에 대한 신용위험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 CDO의 주요 목적이고 ABS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요새 흔히 말하는 서브프라임사태의 경우도, 수많은 해외IB들이 주택저당채권(MBS)들의  pool로 이루어진 CDO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미국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MBS의 부실이 가속화되면서 해외IB들은 CDO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MBS의 부실화에 따른 손실을 해외IB들이 고스란이 떠안고, 보전해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외IB들은 MBS의 신용위험을 보전해 주는 조건으로 CDO를 편입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수수료와 쿠폰을 챙길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게 된 것이지요. 

*파생상품 여파: 집값 거품이 빠지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집값이 담보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돈을 빌려줬던 모기지 업체의 손실도 급속히 불어났다. 주택 가격 하락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과, 모기지 업체의 부실로 끝났다면 간단한 문제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기지 업체들은 주택을 담보로 내준 대출 자체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다. 이것이 주택저당채권(MBS)이다. MBS를 산 금융회사는 이런 채권을 여러 개 모아 또 다른 채권으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것이 부채담보증권(CDO)이다. 담보는 원래 하나(주택 한 채)였는데, 담보를 담보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금융상품이 생겨났고 이 상품이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금융회사에 팔려 나갔다.

---------------------------------------------------------------------------------------------------------

1. CDO란 회사채나 금융기관의 대출채권 등을 모아 유동화시킨 신용파생상품. 특히 기초자산이 회사채인 경우 채권담보부증권(CBO,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들이 보증을 서기도 한다. CDO는 담보로 사용된 대출이나 회사채가 제때 상환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수익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Arbitrage CDO'와 신용위험을 투자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발행하는 'Balance Sheet CDO(B/S CDO)'로 나뉜다. CDO는 2006년 미국 등에서 1조달러(약 917조원)어치가 발행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후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요 금융회사 등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90년대 중반에 첫 선을 보인후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발행규모가 증가해왔다.

2. 일반 대출과 회사채,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을 한데 묶어 만든 유동화 채권.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들을 섞어 새로운 신용등급을 가진 CDO로 만들어 팔아 왔다.

예컨대 A급과 B급 회사채들을 담보로 묶어 신용 평가를 한 뒤 변제 순위에 따라 AAA등급부터 투기 등급(BB+ 이하)까지 세분화하는 CDO를 발행해 왔다.

CDO는 같은 등급의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높아 2006년 미국 등에서 1조달러어치가 발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CDO에 어떤 채권이 담보로 편입돼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데다 부도가 늘어날 경우 A급 CDO 투자자마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격이 최근 폭락했다

ABS와 ABCP의 차이점은 무엇이가요?

★ ABCP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 자산담보부 기업어음)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SPC는 유동화 자산을 기초로 회사채 형태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데 비해 ABCP는 회사채가 아닌 CP형태로 ABS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유동화자산보다 만기가 짧은 ABS를 발행한 뒤 해당 ABS 만기시점부터 유동화자산의 만기때까지 발행된 ABS(자산담보부증권)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주기적으로 CP를 차환발행 합니다. (차환이란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새로 돈을 빌리는 것)

ABCP 는 주로 만기가 돌아온 기존 ABS 채권을 상환하는데 쓰이며 단기 CP를 반복해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저금리인 단기자금을 여러번 발행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장기 ABS채권의 이자를 갚게 되므로 유동화전문회사가 금리 차만큼 수익을 얻어 향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ABS의 경우 유동화자산(pool) 에서 회수하는 수익으로 ABS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발행구조이지만, 부분차환구조 ABS는 ABS증권의 만기를 유동화자산의 만기보다 짧게 발행하면서 ABS증권의 원리금 상환자금중 일부는 유동화자산에서 회수한 수익으로 조달하고 부족분은 단기자금을 조달 (기발행채권의 차환목적 ABCP 발행) 하여 상환합니다.

이 때 차환목적으로 발행된 ABCP도 동일한 방법으로 유동화자산의 만기까지 부족분을 계속 ABCP 부분 차환발행으로 조달하게 됩니다. ABCP는 장단기금리차에 따른 자금조달비용을 절감하고(저금리인 단기자금을 여러번 발행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장기 ABS채권의 이자를 갚게 되므로), 유동화자산 (pool)에서 발생하는 유휴자금(idle money)의 운용손실(기회비용) 회피 등이 가능해지므로 ABS발행의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ABCP와 ABS는 모두 자산을 담보로 한 채권이라는 점은 동일하나 ABS의 발행형태가 채권인만큼 유동성이 있는데 비해 ABCP는 지급보증보다 확실한 어음 형태여서 채권 위험이 더 낮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을 근거로 발행되는데다 3개월짜리 단기상품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

ABS란 (자산유동화) 란??

자산 유동화는 유동성있는 자산(안전)과 비유동성 자산(위험)을 서로 섞어서 위험을 상쇄시키는 것을 자산유동화라고 합니다. 자산 유동화를 하게 되면 유동성자산의 가치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비유동성 자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매각이나 담보대출이 안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비유동성 자산인 것입니다.

 매각이나 담보대출이 되면 유동성 자산이져 -_-;;

비유동성 자산의 특징은  

1. 시장에서 팔수가 없다.

2. 팔수는 있는데 엄청 할인된 즉 헐값에 팔아야한다.

고로 비유동성 자산을 보유하면 고민이 되는것입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에서 생각해 낸게 ABS입니다..

 
100 개의 C급 회사채를  유동화 한다고 가정해 보죠.. 개개의 C급 채권은 C급 채권으로서의 리스크를 가집니다. C급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도 잘 안되고 가격도 헐값에 넘겨야 하죠.. 그러나 C급 채권 100개 정도를 모아서 신용보강을 거쳐 ABS로 발행하면 AAA급 채권 부터 F급 채권까지 나오게 됩니다. C급 채권이 AAA급으로 바뀌는게 ABS의 묘미겠죠.. ㅎㅎ

간단히 예를 들면

C급채권이 단순하게 부도날 위험이 10%이고 C급채권 100억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죠.채권 보유자가 채감하는 리스크는 어느 정도 일까요?  100억에서 10%인 10억만이 채권보유자의 리스크 일까요?

아 닙니다. 회사가 망할 확률은 10%이지만 망하면 채권 보유자는 100억원 어치의채권을 그냥 날리게 됩니다.. 고로 채감하는 리스크는 엄청나죠. 그래서 채권보유자들이 채감(?)리스크를 줄이고자 ABS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런 사람이 100명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장에는 C급의 회사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_-;;

부도날 확률이 10% 정도인 회사가 100개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 채권보유자들이 모여서 채권을 한곳에 모아 펀드를 만들면 1조짜리 펀드가 만들어지겠지요.

100 개의 회사니까 ABS만기시에  90개 정도 회사는 살아남고 10개 회사 정도는 망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1조 중에 9000억은 원금보존이 되고 1000억은 손해가 나겠죠. 1000억의 손해를 C급 채권 보유자 100명이 분담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채권 보유자들은 10억의 리스크를 분담하게 되는것이지요..

실제로 10개가 망할지, 100개가 모두 망할지, 한개도 안망할지는 ABS 만기때 가봐야 할겠지만 10%라는 확률이 시장에서 유추된것이라고 할 때 10개정도 망한다고 보는게 보편타당할것입니다..

즉, ABS를 발행하게되면 비유동성자산의 보유자들은 리스크 완화와 현금화를, ABS를 매수하는 기관은 우량채권을 살수 있어서 서로 윈윈 게임이 되는것입니다.

구조를 보시면 알겠지만 ABS를 발행하는 쪽이 굉장히 유리한 구조여서 ABS채권은 같은 급의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률로 시장에서 거래가 됩니다.

펀드를 Poll 하는 과정에서 신용보강과 후순위채 매입 같은 펀드 자체의 신용보강이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증권사 채권팀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CBO (채권담보부증권) 란??

CBO란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즉, 채권담보부증권(=증서)이라는 뜻으로 풀어 볼 수 있겠죠. 물론, 이것 역시 자산유동화(ABS)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죠.

그럼 보통의 ABS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일반적으로 건전한 회사라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오늘 내일 하는 회사일 경우 그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당연히 투기등급채권으로 분류되겠죠. 이런 종류의 회사채는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겠죠. 누가 오늘 내일 하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사겠습니까? 아무리 수익률이 높다 해도 말이죠.

특히,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선 더욱 그렇겠죠. 물건은 있는데 그냥 놔두면 거래는 일어나질 않고…사실 똑똑한 금융공학자나 자산유동화 전문가 들은 항상 어떻게 하면 돈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까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분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겠죠.

그래서 이런 회사에서 발행한 채권들을 중심으로 채권들을 한데 모읍니다. 그리고 전에 ABS에서 설명했듯이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인 SPV(또는 SPC)를 세워서 이 회사가 일괄적으로 양도를 받습니다. 그런 다음 이 서류상의 회사는 일괄적으로 양도 받은 채권을 담보로 해서 CBO를 발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로 증권사가 이 일을 발벗고 나서서 처리하죠…당연히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 먹겠죠.)

물론, 각각의 투기등급채권을 안 사려는 사람들이 이 채권을 모아 담보로 해서 발행한 CBO를 그냥 살리는 없겠죠. 따라서 비빔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듯이 몇 가지 양념을 칩니다. 그래서 신용보증기관이 이 CBO에 일정비율을 보증해 주는 거죠. 그래서 투기 등급의 채권은 비로소 감칠맛 나는 CBO로 탈바꿈 하는 겁니다. 아마 CBO의 키 포인트는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CBO 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어 집니다. 하나는 이미 발행된 채권을 모아 담보로 하는 것으로 이를 Secondary CBO라 합니다. 나머지 하나는 발행하기 전에 미리 계획을 세워 채권이 발행하자 마자 증권사가 일괄로 인수하여 담보로 하는 것으로 이를 Primary CBO라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Primary CBO 이죠. 왜냐구요?

IMF이후 부도기업이 늘어나고 믿었던 대우, 현대 등이 휘청거리면서 자금시장은 당연히 얼어 붙어 버렸죠. 이런 와중에 투자적격판정을 받지 못한 비실비실한 기업이나 중소기업 들은 자금 구하기가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리자니 은행은 은행 나름대로 BIS비율이다. 뭐다 해서 함부로 돈을 빌려 주지 않고, 그렇다고 회사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려 해도 이런 상황에서 누가 망할 지도 모르는 회사의 채권을 사겠습니까.

이런 어려운 시기에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기관에서 보증을 해주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하여 이를 담보로 제공한 후 SPC를 통해 CBO를 발행한다면 투자 부적격 기업 들은 자금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정부도 중소기업 들의 자금 부족을 해소할 목적으로 Primary CBO발행을 조속히 실행하기위해 여러 제도를 개선해 주었죠.

또한 이를 구매하는 쪽도 신용보증기금이 일정 비율만큼 보증을 서니 크게 돈을 떼일 염려도 없고 또 아시다시피 정상적인 채권보다는 수익률도 짭짭하겠죠. 투신사는 CBO펀드를 만들어 이 펀드를 CBO에 투자하고 이를 증권사를 통해 고객에게 판매를 하는 겁니다. 이런 거 보면 단순한 예금이나 적금에 비해 재미있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참 대견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요즈음엔 증권사의 자산유동화팀이 뜨는가 봅니다. 제가 잠시 근무했던 모 증권사를 통해 작년에 국내 최초로 Primary CBO를 인수하여 발행했다고 하는데, 이 증권사의 관계자에 따르면 그야 말로 한 큐에 수수료만해도 몇 십억원을 먹었다고 하니 증권사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Cash Cow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공황 이후 최악 금융위기'

신용 디폴트 스왑(CDS) 같은 파생상품 분야와 회사들에도 모기지 부실의 불똥이 튀면서 일파만파의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이며,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미국이 앓고 있는 병은 금융기관과 각 가정이 그동안 과도하게 빌린 부채를 줄여야 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거틀러 뉴욕대 교수는 '지금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이와 동시에 대공황 때 볼 수 없었던 정책적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의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18일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연설에서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가 현재 불황이거나 경기침체에 빠져들기 직전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

CDS 라는 것은 채무자. 즉 빚을 빌린 사람이 파산하더라도 채권자가 부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 개념의 파생상품입니다. 채권의 리스크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지요.

CDS 프리미엄이라는 것은 CDS가격. 그러니까 리스크를 넘겨받는 사람에게 주는 비용입니다.

 100,00원의 채권에 대해 CDS 프리미엄이 50원인데, 채무자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파산의 가능성이 커진다면 CDS 프리미엄이 80원으로 오릅니다. 그럼 CDS 스프래드가 30이 되는 것입니다. 단위는 bp(1만분의 1)를 쓰고요.


1.CDS(Credit default swap) 와 CDS Spreads, CDS Premium 다양하게 사용하던데 어떻게 틀린거죠..?

 -> CDS(신용디폴트스와프)는 파생상품 이름입니다. CDS의 구조가 어떻게 되냐면은 예를들어, A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에 자금을 융자해 줬습니다. 약정한 기일에 원금+이자를 받겠죠...그러나 B라는 회사가 경기침체나 수익성 부족으로 언제 부도가 나거나 파산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이러한 위험을 상쇄하고자 보험을 드는 것이죠..

C라는 금융회사로 부터 CDS를 매입하여 일정한 금리(LIBOR금리+가산금리)를 지불하고 만약에 B라는 회사가 망할시에 C가 A에게 대출자금에 대해서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CDS는 일종의 파생 보험상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CDS스프레드와 CDS프리미엄은 같은 뜻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가산금리를 스프레드 혹은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

크리딧디폴트스왑을 아주 간단히 개괄한다면 스왑의 매도자와 매수자로 시장이 형성이 되며 매도자는 특정기업 또는 발행체의 신용을 보증하는 대가로 일정한 스프레드를 매수자로부터 수수한다. 통상 업프론트 (Upfront) 로 얼마간의 현금을 수수하며 (착수금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보증기간에 따라 추가로 스프레드를 수수한다. 일견 매우 단순한 구조같아 보이지만 데리버티브다운 특징으로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한 것이 많으며 미국의 금융당국조차도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어제 소개한 Ambac 자신의 크레딧디폴트스왑은 5년물의 경우 업프론트 26%에 매년 50 베이시스 포인트에 가격이 형성된다. 천만불의 원본에 대해서 5년간 보증을 얻고자 한다면 무려 2백60만불을 계약시에 지불하고 매년 50만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천만불의 채권을 보증받기 위해서 총 5백10만불 (51%)를 지불해야 하니 이것은 그냥 망한 회사나 다름없는 취급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