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뉴스/환경

[펌][쇠고기 협상파문 릴레이 기고]④흐름 잘못짚은 이명박정부-경향

pudalz 2008. 6. 28. 00:30
[쇠고기 협상파문 릴레이 기고]④흐름 잘못짚은 이명박정부
입력: 2008년 05월 23일 18:18:09
 
최근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논문들을 찾아보고, 미국시장의 현황 그리고 미국 농림부의 정책들을 살펴보았다. 몇가지 흥미로운 점을 찾아내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로, 유기축산으로 인증된 쇠고기 소비에 관한 조사를 찾아보다 발견한 것인데, 미국 유기농 소비자 절반은 3만달러 이하의 소득수준이며,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히스패닉 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백인들의 소비는 의외로 적었다. 이는 친환경제품은 돈 많은 백인이나 먹는 거라는 한국에 팽배한 편견과 다른 결과이다.

둘째로, 일본 학자들의 광우병 연구가 눈부시다는 점이다. 수리생태학에서 사용하는 전염병 모델 등을 응용한 광우병 시뮬레이션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안심하고 먹으라”는 한국 의학전문가와 수리 모델로 일본 쇠고기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는 일본 의대교수들이 비교되면서, 약간 슬픈 생각이 들었다.

셋째로, 예방의학이라는 관점에서 광우병에 대한 감시 시스템과 예방 정책에 대한 강조가 최근 논문들의 흐름이라는 점이다. 즉 조심하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수행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광우병이 대규모로 발생할지 모른다고 얘기하고 있었고, 데이터의 신뢰성 부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정도가 경제학자로서 내가 찾아본 경제학과 의학분야의 논문 혹은 조사들에서 발견한 시사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인 쇠고기 정책의 흐름을 잘못 짚었다.

대부분 국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늘리는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광우병 발생의 여러 조건을 확률로 대입한 시뮬레이션 모델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 분야에서 눈에 띄는 논문을 가장 많이 제출한 국가는 영국, 일본이었다.

따져보면 이명박 정부는 국제 수준에 미달이고, 좀 미안한 말이지만, 예방의학과 축산 분야 학자들도 선진국, 최소한 일본 수준에 한참 미달돼 보인다. 그런데 영국이나 일본보다 우리가 더 뛰어난 분야는 국민 수준인 것 같다. 광우병과 관련해 한국인들의 수준은 ‘윤리 축산’ 개념을 사용하는 스웨덴보다는 뒤지지만, 일본이나 유럽에 비교해 많이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자, 그렇다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양방향의 노력이 다 필요하다. 일단 미국과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 이때, 연간 20~30%씩 성장한다는 미국 유기축산 제품들을 중심으로 단기적 수입방안을 만들고 기준은 미국 농림부 기준을 쓰면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축산제품의 안전성 강화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증가시키는 장기적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미국의 유기축산은 지금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그 쇠고기보다 45% 정도 비싸다.

다른 방면에서는 일단 식품안전기본법을 만들고, 국내 쇠고기의 안전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유통혁신과 종합지원 등을 통해 안전한 한우, 저렴한 한우를 실현하는 일이다. 이걸 동시에 진행해서 국내 농가와 미국 농가에 동등한 원칙을 제시하면 모두 행복해진다. 이걸 국제 무역에서 ‘동등성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아쉽게도 이명박 정부는 이걸 못할 것 같다. 그는 지금 한국인의 80% 이상에게 불신을 받는다. 그럼 가장 인기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촛불시위로 스타가 된 강기갑 의원 아닐까. 그를 농식품부 장관으로 앉히고 이 문제를 풀도록 하면 어떨까. 국민들이 그는 믿을 것 같다. 소 키우던 강기갑이 오죽 잘 알아서 하겠는가. 촛불이 횃불이 되기 전에 상식선에서 쇠고기 문제를 풀어보자.

<우석훈 ‘88만원 세대’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