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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STOP" 외치는 보수 언론, 당신도 세금 덕에 산다 - 오마이뉴스 이영환

pudalz 2021. 6. 17. 02:28
 
  서울 송파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되어 있다. 2019.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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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 정부가 버스노조 파업 해결을 위해 간접지원책을 내놓자 보수언론은 역시 '혈세'를 들고나왔다. 공공성 확대 정책이 나올 때마다 보수언론은 혈세 타령을 해왔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그랬고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그랬다. 보수언론의 혈세는 다른 말로 하면 '무능'이다. 틈만 나면 정부와 시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불신을 심는다.

문득 궁금해졌다. 보수언론은 얼마나 국민 세금에 기대어 살까. 잘 알려진 공영방송사 수신료,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정부 부처 구독료는 빼고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수언론은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

'정부광고'도 세금

시민들은 잘 모르지만 '정부광고'라는 것이 있다. 사실 언론인들도 잘 모른다. 정부광고란 정부 중앙부처는 물론 지자체, 공공기관, 국립병원 등이 언론사에 게재하는 모든 광고를 통칭하는 말이다. 넓게 보면 세금을 바탕으로 편성된 홍보예산이다. 

정부광고는 애초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집행돼왔다.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보니 정권의 향배에 따라 수천억 원이 '쌈짓돈'처럼 쓰였다. 대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들 못지않게 보수 논조를 보여 온 석간 <문화일보>, 경제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도 한몫을 챙겨왔다. 

문제가 많아 18대 국회 때부터 투명한 집행을 위한 법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8년 6월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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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제정된 뒤 보수언론에 집행되는 정부광고 비중이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역시 상위권은 조·중·동이었다. 지난해 <동아일보>는 95여억 원, <중앙일보><조선일보>는 각각 86여억 원으로 <한겨레><경향신문>보다 30~40여억 원이 많았다. 

참고로 '정부광고'는 거의 보수언론 일색인 종합편성채널에도 따로 집행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 TV조선 >은 38억 원, < MBN > 49억 원, < 채널A > 45억 원이었다. 

보수언론의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정부광고 비중은 얼마나 될까. 미디어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광고는 꽤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보수언론의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정부광고’ 비중은 얼마나 될까. 미디어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꽤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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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기금 최대 수혜자도 보수언론

참여정부 때였던 지난 2005년 1월 언론개혁의 하나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7월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언론 자유와 편집권 독립 관련 조항이 대폭 축소되거나 삭제된 채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로 개정됐다. 

신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금이 있다. 예전에는 신문발전기금이라고 불렸고 지금은 언론진흥기금이라고 한다. 참여정부는 매년 수백억 원을 출연해 신문사들의 구조 선진화를 도왔다. 그러나 정부 출연금은 이명박 정부 때 슬그머니 사라졌다. 지금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기금을 책임지는 구조가 됐다. 그래도 이 역시 공적 재원이다. 

어쨌든 언론진흥기금은 신문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지만 이 또한 편중 지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 가장 큰 수혜자는 보수언론이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체로 A등급 40%, B등급 29%, C등급 17%, D등급 5%, E등급 3%, 영자지 6%인데 배분율 40%에 해당하는 언론사는 3곳"이라고 전했다. 3사가 어디겠는가.

권언유착 통해 '혈세'로 성장한 보수언론
 

 
  서울 세종로 코리아나호텔 건물에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19.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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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보수언론의 성장은 '특혜'에서 시작됐다. 생색은 군사정권이 내고 재원은 국민들의 돈이었다. 마침 <한겨레21> 안수찬 기자가 지난 2009년 7월 관련 내용을 잘 정리해 두어 그대로 소개한다.
 

1967년 당시 일반 대출 금리는 25%였다. 신문사는 18%의 금리만 냈다. 당시 일반 관세는 30%였다. 신문사는 신문용지를 수입하면서 4.5%의 관세율만 적용받았다. 한·일 협정을 전후해 일본에서 들여온 상업 차관 가운데 4백만 달러가 <조선일보>의 몫으로 돌아갔다. 국내 금리가 26%인 데 비해 차관의 이자는 연 7~8%였다. 그 돈은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으로 일본에서 받아낸 대일 청구 자금이었다. <조선일보>는 이 돈으로 코리아나호텔을 지었다. (중략)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정권은 박정희 정권의 방식을 확대 적용했다. 1980년 5월 쿠데타 직후 신군부는 적어도 1900명 이상의 언론인을 해직했다. 전국 64개 언론사 가운데 신문 14개, 방송 27개, 통신 7개사를 통폐합했다. 대신 나머지 신문사들을 대상으로 윤전기 도입 관세를 20%에서 4%로 인하했다. 상업 인쇄, 스포츠사업, 부동산 임대 등 추가로 다각 경영을 허용했다. 신문사들이 16종의 잡지를 새로 발행하는 것도 허락했다. 5년 동안 해외 시찰, 해외연수, 자녀학자금, 취재수당 면세, 주택자금 융자, 생활 안정 자금 제공 등의 명목으로 300여억 원을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세제혜택․소득공제 추가로 요구하지만...

소유구조로 따지면 KBS, MBC, EBS, YTN, 서울신문, 연합뉴스는 공영언론이다.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졌으니 두말할 필요 없이 국민을 위한 언론으로 살아야 한다. 운명이다. 

조·중·동, 경제신문, 종합편성채널 등 보수언론은 민간 기업이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와 국민이 지지하는 공공성을 존재가치로 하기에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정부는 이들 언론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신문의 날을 맞아 신문구독료에 대한 소득공제를 공식으로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신문업계는 신규 윤전기 도입이나 신문용지 수입 때 세제 혜택을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다. 공공성을 목숨처럼 여기고 저널리즘의 본령을 따른다면 국민들이 무엇이든 못 해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행정부와 입법부 등에서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일해왔습니다.